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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Feb 04. 2023

썩었다

내 마음도 이 세상도

마음의 준비 없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에겐 안정적인 지옥이었던 그곳에서

누군가는 원하는 대로 떠났고

누군가는 원하는 대로 남았고

누군가는 원하는 대로 더 높이 올라갔다는 걸.


무시하고 말면 그만인 소식인데,

아직 이런 일을 가벼이 넘길 만큼 단단해지지

못했나 보다.




원하는 대로 떠난 이에게는 진심 어린 축하를

원하는 대로 남은 이에게는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낼 수 있었지만


원하는 대로 높이 올라간 사람은 축하할 수 없었다.

정말 그 자리의 무게에 합당한 사람인가

자리의 무게만큼 책임을 지는 사람인가

적어도 나와 함께할 때에는 그렇지 못했고

당연히 나는 그 사람을 믿을 수 없다.


썩었다

하루종일 이 세 글자만 머리에 맴돌았다.


아직도 이렇게 누군가를 미워하며 곤두서고,

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만드는

내 마음이 썩었다.

사실 한참 전에 다친 후 돌보지 못해 썩은 것이지만

여전히 썩어있는 상태였다.

난 아직 그 정도만 나아졌고 자랐음을 확인했다.



내가 속해있는 이 조직의 문화는 썩었다.

그 무엇도 투명하지 않다.

너무 썩은 나머지 주변 공기까지 몽땅 상해 버린 듯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불투명도 100.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썩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으니.



무시해도 될 작은 소식 하나에

내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

아직도 썩어 있는 내 상태를 확인했고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 썩을 대로 썩었음을

확실하게 확인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음에도 선명하게 덧칠하게 되었다

'썩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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