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무게란
왜 힐링하는데 안 낫는 거야?
친구의 물음에 나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면 나도 그 이유가 궁금하니까...
휴직하면서 근무도 면제, 체력이 가능한 선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사는 꿈같은 삶인데
왜 낫기는커녕 더 심해진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흔히들 '우울증'이라고 하면 기분이 많이 우울하다
생각하는 것 같다.
우울하다는 것도 사실 그 실체가 굉장히 모호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기분이 안 좋은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반면 겪어본 사람은 우울의 무게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여서 우울하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상태
인지 표현하기 어렵다.
우울증은 기분장애의 한 종류로 기분이 우울한 것
이 맞다.
문제는 기분이 우울하면 몸이 반응한다는 것!
심해에 빠졌지만 의식은 있는 사람
심해에 빠졌기에 몸을 가눌 수 없는 사람
심해에 빠졌기에 아무리 의식적으로 힘내려 해도
힘이 나지 않는 사람
심해에 빠진 것을 내가 알기에 몰려오는 무기력함.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한 발짝을 떼기 어려운 상태
비유하자면 내가 느낀 우울은 이랬다.
마음이 우울하면 몸은 원하는 게 있어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시 우울해지는 악순환.
글로 적고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더 잘 맞는 표현을
찾고 싶을 정도로 우울은 모호하다.
이제 투병 2년 차인데, 아직도 내 우울의 크기를
모르겠다. 그저 매번 겪게 되는 새로운 무거움에
'아 나는 아직 안 괜찮구나, 한참 멀었구나'
생각할 뿐이다.
나는 지금 침대에 누워서 이 글을 쓰고 있고,
오늘도 오전 내내 누워있었다.
나가서 책도 보고, 꽃시장도 구경하고 싶은데
몸이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젠 투병 경력도 꽤 되었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편의점이라도 다녀오면,
열 발자국이라도 걸으면
기분이 한결 낫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 옮기는 게 되지 않는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느낌.
내 뇌와 호르몬은 지금 고장 난 상태다.
원래도 고장 나 있었지만 크게 한 대 더 맞았나 보다.
2년째 겪어도 이 무기력함이 벅찬 건 여전하다.
심지어 이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일어나지 못하니
참 억울하다.
왜 하필 나일까
내 죄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 참에 마음껏 쉬어보기로 했지만,
그래도 꽤 자주 억울하다.
오늘도 하고 싶은 것들을 미루기로 했다.
미뤄도 별 일 안 생기더라.
일단 살고 보자. 하는 수밖에.
다행인 건 이제 생명을 내 손으로 끊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가도 조금은 괜찮아지는 순간이 오긴 하니까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니까.
이번 하강곡선이 부디 빨리 멈추기를 바라며,
이제 두통약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약으로라도 살아낼 수 있다면 감사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