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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Mar 10. 2023

힘내고 싶은데 힘이 안 나요

우울증의 무게란

왜 힐링하는데 안 낫는 거야?

친구의 물음에 나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면 나도 그 이유가 궁금하니까...


휴직하면서 근무도 면제, 체력이 가능한 선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사는 꿈같은 삶인데

왜 낫기는커녕 더 심해진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흔히들 '우울증'이라고 하면 기분이 많이 우울하다

생각하는 것 같다.


우울하다는 것도 사실 그 실체가 굉장히 모호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기분이 안 좋은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반면 겪어본 사람은 우울의 무게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여서 우울하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상태

인지 표현하기 어렵다.


우울증은 기분장애의 한 종류로 기분이 우울한 것

이 맞다.

문제는 기분이 우울하면 몸이 반응한다는 것!

심해에 빠졌지만 의식은 있는 사람

심해에 빠졌기에 몸을 가눌 수 없는 사람

심해에 빠졌기에 아무리 의식적으로 힘내려 해도

힘이 나지 않는 사람

심해에 빠진 것을 내가 알기에 몰려오는 무기력함.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한 발짝을 떼기 어려운 상태


비유하자면 내가 느낀 우울은 이랬다.

마음이 우울하면 몸은 원하는 게 있어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시 우울해지는 악순환.

글로 적고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더 잘 맞는 표현을

찾고 싶을 정도로 우울은 모호하다.


이제 투병 2년 차인데, 아직도 내 우울의 크기를

모르겠다. 그저 매번 겪게 되는 새로운 무거움에

'아 나는 아직 안 괜찮구나, 한참 멀었구나'

생각할 뿐이다.



나는 지금 침대에 누워서 이 글을 쓰고 있고,

오늘도 오전 내내 누워있었다.

나가서 책도 보고, 꽃시장도 구경하고 싶은데

몸이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젠 투병 경력도 꽤 되었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편의점이라도 다녀오면,

열 발자국이라도 걸으면

기분이 한결 낫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 옮기는 게 되지 않는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느낌.


내 뇌와 호르몬은 지금 고장 난 상태다.

원래도 고장 나 있었지만 크게 한 대 더 맞았나 보다.

2년째 겪어도 이 무기력함이 벅찬 건 여전하다.

심지어 이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일어나지 못하니

참 억울하다.

왜 하필 나일까


내 죄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 참에 마음껏 어보기로 했지만,

그래도  자주 억울하다.


오늘도 하고 싶은 것들을 미루기로 했다.

미뤄도 별 일 안 생기더라.

일단 살고 보자. 하는 수밖에.


다행인 건 이제 생명을 내 손으로 끊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가도 조금은 괜찮아지는 순간이 오긴 하니까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니까.


이번 하강곡선이 부디 빨리 멈추기를 바라며,

이제 두통약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약으로라도 살아낼 수 있다면 감사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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