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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Apr 14. 2023

아직도 공무상 요양 처리 중

여전히 불안한 마음

나는 유치원에서의 벅찬 일들로 우울증을 얻었다.

여전히 겉으로는 티가 덜 나지만 심한 상태고,

유치원으로 인해 정신질환이 유발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 감사하게 공무상 요양 중이다.


쉽게 말하자면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거다.

공직사회(교직사회)의 피해 보상이랄까.

업무상 얻은 질병으로 살기 힘들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

성직자 수준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교직사회에서,

내 공무상 요양 처리는 급한 일에서 제외되었다.

엄연히 존재하는 교직의 피해자인데!

피해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휴직 교사여서인지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다.

‘언젠간 보상해 줄 테니까 일단 기다려.’하는 느낌


존재하지 않지만 일거리를 제공하는 유령 회원

교사로 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눈치가 많이 보이고, 나에 대한 일처리가 답답한데

겨우 마음을 잡아 천천히 기다리고 있다.

아직 공무상 요양 처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인을 받은 지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병으로 인해 공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병이 공무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그 휴직은 공무상 요양 처리가 된다.

말은 쉽게 하지만 신청부터 승인까지의 과정이

마치 소송을 하는 것처럼 괴롭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은

업무 및 소속기관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어렵고,

어마어마한 양의 증거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사실은 불승인될 확률이 훨씬 높은데 힘든 과정을

감수하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잃었으니 억울하니까!

이 억울한 피해를 인정받아야겠으니까!


다행히 나는 작년 10월 경에 요양 승인을 받았다.

아무리 공립유치원 현장을 둘러봐도 정신질환으로

요양 승인된 사례를 찾기 힘든데

내가 사례가 되었다.




억울함을 인정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유치원과 이 공무상 요양을 처리할 생각에 아찔했다.

나는 아직 유치원에 전화하려면 큰 마음을 먹고,

간단한 통화를 하고도 앓아눕는데 말이다.


그동안 일반 질병휴직으로 처리되었던 것을

몽땅 공무상 질병휴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공무상 질병휴직 시 본봉이 모두 나오기 때문에

휴직급여 액수도 인상되어야 했다.

공무상 요양으로 휴직하는 기간은 교육경력으로

인정되기에 경력도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일반 질병휴직 급여를

받으며 지내왔으니 인상된 휴직급여 액수와의

차액을 소급받아야 한다.


이 모든 절차는 공무상 요양 승인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크게 마음을 먹은 후에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교무실 번호와 행정실 번호로 전화를 하고,

유치원 번호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내가 이 유치원의 피해자인데,

여전히 고통받는 건 나였다.




공무상 재해 승인 교사인데, 내가 을이 되었다.

관리자와 행정실 공무원이 모두 교체된 상황이고

그들은 나를 전혀 모르고, 그저 업무 추가일 뿐이다.


보상을 받아야 하는, 소위 말해 아쉬운 쪽은 나니까

이 느리다 못해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인

나에 대한 행정처리에 작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전의 나였다면 보상을 받는 이 과정조차 피해라며

크게 목소리를 냈었을 텐데,


큰 목소리를 내자니 이제 지쳐서 힘도 의욕도 없다.

큰 목소리를 내면 뭔가 떼인 돈 받으러 온 사람 같다.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괜히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일거리가 추가된 셈이니

눈치가 보인다.

근무할 땐 안 보던 눈치를 휴직하고 보고 있다.





물론 공무상 요양이 승인된 것은 다행인 일이다.

일반 질병휴직 급여는 실수령을 받아보면 매우 적은

금액이라 상담치료를 받을 때 경제적 부담이 되는데

이젠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받는다.


‘본봉을 모두 받으며 휴직하다니’

매일 영혼을 갈아 넣어 정상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도 내가 참 부러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공무상 요양급여 안 받고 휴직 안 하고

아프지 않고 평범하게 교직생활을 하는 게 더 좋다.

아무래도 공무상 요양 최대 승인 기간이 지나도

나는 정상근무를 할 만큼 낫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평생 안고 가야 할 까다로운 친구가 생겼달까.



공직사회의 피해자로 인정되어도

승인된 보상을 실제로 받기 위해 절차를 이유로

트라우마 소속기관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병이 낫지 않는다.


돈 받고 노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괴롭다.

‘나라에서 돈을 주고 쉬게 할 정도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설명하기도 지친다.

병이 낫지 않는다.


복직할 자리는 존재하지만

복직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될지는 모르겠다.

병이 낫지 않는다.


여전히 불안하고 이렇게 된 내 모습이 억울하다.

오늘도 위경련으로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병원은 가지 않았다.

보나 마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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