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드러내면 안 되나요
내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는
공립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며 괴로웠고, 답답했고
아픔을 얻은 과정과 현재가 기록되어 있다.
순전히 내 의사에 의해 기록하고 공개한 것이다.
교직에서도 이제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억울하면 괴롭다, 못 살겠으면 죽고 싶다.
‘교사 라면’ 절대 느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을 드러내고, 그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교직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라서다.
교실에서 5-7세 아이들을 지도해 오며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초점에 두고 지도해 왔다.
5세 아이들에게는 고집이나 폭력을 쓰지 않도록
6세 아이들에게는 눈물이 아닌 말로 표현하도록
7세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감정 어휘로 표현하도록
나에게 소중한 우리 반 아이들이
유치원 밖에 나가서도 사랑과 존중을 받기 위해서는
생각과 감정을 바람직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사인 나 역시도 아이들과 지내며
”너희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다. “
“오늘은 왜 이렇게 또 귀엽냐.”
“어제 늦게까지 일을 해서 선생님은 피곤하다.”
“선생님이 오늘 몸이 아파 조금만 도와주면 좋겠다.”
“**이가 오늘 아침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대.
우리가 오늘은 특별히 더 친절하게 대해주자. “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로 배려하며 지내 왔고,
비록 항상 즐겁고 밝기만 한 교사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지치고 아픈 선생님의 모습도 수용했다.
본인들도 지치고 아픈 경험이 있고,
그럴 때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존중받았으니까!
그렇게 교실에서는 모든 감정들이 존중되었기에
유치원에서의 근무시간 중 교실에서의 시간은
정말 힘들고 또 힘들지만, 싫지 않았다.
몸이 부서질 것 같이 힘들었지만
힘든 선생님도, 밝은 선생님도 모두 존중받으며
주고받는 사랑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교무실에서의 생활은 달랐다.
교사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아야 하며,
지치거나 아픈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었고,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종적이어야 했다.
관리자의 지시에 그것이 왜 필요한 지시인지 질문을
하는 것조차 암묵적인 금기로 여겨지는 듯했다.
근무하며 ‘이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 맞나?‘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부당한 업무지시 아닌가?‘
‘이게 우리 반 수업준비보다 우선시될 일인가?’
‘왜 어른을 위한 걸 아이들을 위한 일로 포장할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아주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표현하면 ‘센 교사’,
‘당돌한 교사’, "선생님은 정말 MZ세대 교사네요. “
“관내에 소문나요.”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사실 나는 따지고 보면 Z세대도 아닌
밀레니얼 세대인데도....
민주적인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적인 척해야
하니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려 일을 처리하곤 했다.
혼자 튀어도 안 되고,
혼자 쳐져도 안 되고,
좋은 생각이 있어도 입을 닫아야 했다. 말하는 순간
관리자의 평가를 받거나 오히려 일이 커지니까.
지치고 힘들고 아파도 웃고, 항상 함께여야 했다.
그렇게 공동체를 외쳐대면서도
내 신변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히 혼자였다.
그렇게
심각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 우울증을 얻게 되었고
지금은 출퇴근 시간에는 외출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엄청난 약을 먹고, 신생아처럼 중간중간 낮잠을
자듯이 누워서 침상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8시간 근무가 불가능한 몸 상태라
유치원 근무는 물론 일반 회사 근무도 불투명하다.
다행히 평소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모아둔
자료들이 있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지만,
청춘의 시간에 정신질환을 선물 받았다는 건
그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는다.
소속사에게 뒤통수 맞고 버려진 아이돌이 된 기분.
교사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어야 하며,
부당한 대우에도 늘 수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다른 내 생각을 말했다간 비난받고,
아이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만큼
관리자와 양육자에게 뜨거운 관심과 불신도 받는다.
이런 걸 보면 교사는 참 연예인과 닮았다.
힘들고 아파도 내색하지 못하는 것까지...!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교사는 가난하달까...!
이제 나는 퇴출된 연예인 같은 휴직 교사 생활에
나름 적응을 했다.
교직에 돌아갈 수도 있고, 혹여 병이 나아지지 않아
못 돌아가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하루에 주어진 몇 안 되는 활동 시간을
자기 계발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힘내라.”는 말은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주변에 계신 선생님들을 한번 더 살펴보고
티는 안 내지만 버거운 건 아닌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데 차마 내색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주시면 좋겠다.
가난한 연예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사람으로서의 교사로 지내는 교직 문화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