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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May 14. 2023

스승의 날은 틀렸다

교권 상실 시대의 스승의 날

초록 창에 ‘스승의 날’을 치면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날.

이라는 설명이 뜬다.

세상에 이렇게 완벽할 수가!

정말 한 치의 오차 없이 요즘 교직 분위기와 다르다.

완벽하게 틀린 설명이다.




첫째, ‘교권 존중’

요즘 교직 사회에 ’ 교권‘이란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교권은 ‘교육할 권리’를 의미하는데,

교사에게 교육할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다.

교사가 교육하고 싶은 게 있어도 민원이 발생하거나

교직 내부에서 눈치를 주거나, 안전사고나 법적

대응의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교육할 수 없다.


교육할 ‘권리’를 지켜줄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일 시절만 해도 선생님의 가르침은 곧

법이었지만, 요즘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치다가

법적 대응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 누가 법적 싸움과 처벌을 이겨내고 교육할 수 있을까? 그렇게 교육한다 한들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

교권은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었다.

교권은커녕 교사의 인권이라도 지키면 다행인 게

씁쓸한 현실이다.


교사들은 언제 신고당할지, 범죄자가 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산다.

교권이 없는데 ‘교권 존중’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둘째, ‘스승 공경’

이 시대의 스승인 교사들은 공경을 바라지 않는다.

요즘 교사는 그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 혹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마치 ‘세금을 냈으니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라’

하는 듯한 느낌이다.


비단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그리고 국가가

교육을 돌봄으로, 교사를 서비스직으로,

학교를 가정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국가에서 앞장서서 학교를 서비스기관으로, 교사를

서비스직으로 만드는데 교사들이 뭐 별 수 있나?


언감생심 스승으로 여겨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직업인으로서의 교사, ’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인식되어도 감사할 것 같다.

‘스승’이라는 성인군자 같은 타이틀은 거절이다.

같은 사회생활을 하는 경제활동인구,

그 정도로만 여겨주면 좋겠다.


가르치는 게 직업인 직장인 정도의 사회적 풍토만

조성되어도 교직 위기론이 불거지지는 않았을 거다.



셋째, ’ 교원의 사기 진작‘

그렇다. 요즘 교사들은 사기가 땅으로 떨어졌다.

손발이 잘린, 교육을 할 수 없는 교사들은

하나둘씩 교직을 떠나고 있다.

오죽하면 교사들 사이에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도는 현실이다.


스승의 날은 오히려 교사들이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스트레스 유발의 날이다.

스승의 날이 되면 학교, 교사, 교육 관련 기사가 쏟아

진다. 덧붙여 요즘엔 교직 대탈출 관련 기사도 많다.


이런 기사들에 달리는 댓글은 사기를 저하시킨다

대부분 ‘교사가 하는 게 없다’ 거나,

학창 시절 한번쯤 경험한 ‘폭력 교사’ 이야기,

교원의 자격 기준이 지금보다 까다롭지 않았던

옛 교사와 모든 걸 조심하는 현재 교사를

동일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연하다.

게다가 무슨 사회적 문제만 생기면 다 교육이 부족해서라며 결국 교사 탓으로 돌아온다.


교사를 탓하는 사회적 풍토가 가득한데

학생과 학부모인들 이 사회적 풍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학교현장은 민원과의 전쟁이다.

공식적 절차로 교사와 학교를 탓하는 ‘민원’


교사의 사기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고,

스승의 날에는 특히 더 사기가 떨어진다.

교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면, 스승의 날에 교사

들이 주목받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넷째, ‘사회적 지위 향상’

교사의 사회적 지위라...

어디 가서 교사라는 직업을 밝히면 돌아오는 답변은

압도적으로 “힘들겠다. 고생이 많다.”라는 반응이다.

요즘 시대에 교사는 대표적인 3D직종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로 교사의 메리트라는 연금도

더 이상 매력이 없고, 급여는 더더욱 매력이 없다.


사회적 지위를 소득과 명예의 기준으로 본다면

교사의 사회적 지위는 교권과 함께 추락했다.

교원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라면

교권을 보호해 줄 장치를 마련하거나,

교사는 곧 서비스직인 사회적 풍토를 개선하거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급여나 복지를 높여주거나

하면 될 일이다.


결론은 스승의 날은 아주 완벽하게 틀렸다는 것!

스승의 날 지정으로 교사들은 대체 무엇을
얻게 되는지 참 의문이다.
잃는 것이나 없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스승의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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