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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Jul 23. 2023

2023년에 생존을 외치는 교사들

일단 살고 봅시다

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오후,

폭염경보 재난문자가 울리던 날

오천 명의 검은 교사들이 폭염 경보 속에 모였다.

우리가 모인 이유는 “생존”

말 그대로 학교에서 죽지 않고 살고 싶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이

기어코 ‘살려달라’고 외치는 날이 오고 말았다.





도화선은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교실 자살 사건이다.

학교현장에 아동학대와 학교폭력의 개념이 자리

잡은 후, 악성 민원과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며

교사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누구 하나 죽어나가야 알아줄까?”하던

교사들의 무력감 섞인 말은 기어코 현실이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교사들이 각종 민원과 사건들로

자살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관심을 얻지 못했고

결국 젊은 교사가 자살을 선택하고 나니,

그것도 교실에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니

그제야 사회가 교직의 위태로움을 조금 알아차렸다.



이 와중에

그러게 누가 교사 하라고 시켰냐고?

본인들이 원해서 하는 교사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언제나처럼 교직에 대한 날 선 반응도 있었지만

교사들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가르치는 일을 애정하기 때문에 교사를 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교직에서 부와 명예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그리고 누가 시켜서 하기엔, 교사의 현실은 너무나

혹독하다고!

요즘 교직은 생명을 걸고 하는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피고인이 되고

어느 날 갑자기 마녀사냥을 당하고

어느 날 갑자기 신변에 위협을 받는 게 현실이다.





교사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외치는 추모 집회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보다,

교사의 처우 개선을 향상하는 것보다,

일단 살려달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최소한의 가르칠 용기를 낼 수 있는 생존권.


인권감수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2023년에

교사들의 인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생존권

부터 보장받지 못한다. 교사는 사람도 아닌 걸까?

언제 죽을 위기에 놓일지 모르고,

더 억울한 건 열심히 가르칠수록 죽을 위기에 놓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생존가능성이 높다.




이런데 대한민국의 교육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

교육(열)만 높고 실상 학교에서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했다간 교사의 생존이 위태로우니까!

2023년에 생존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 사람들이 교육을 하는 교사들이란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거짓말 같다.



교사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던 그날에는

마치 조명을 밝혀주듯 햇빛도 강하게 내리쬐었고

매미도 함께 오늘이 마지막 삶인 양 울어댔고

하늘의 비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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