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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Aug 28. 2023

일하고 싶은 사람들

가르치고 싶은 대한민국 교사

모두가 부러워하는 월요일에 출근 안 하는 사람.

바로 나다.

나는 일하지 않는다. 휴직을 했고 일을 쉬고 있다.

그런데 휴직하기 전에도 제대로 일한 적은 없다.

물론 온몸과 마음이 망가지도록 갈려나갔다.

그럼에도 일한 적은 없다.

교사답게 일한 적이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비 오는 월요일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사람들에 끼여 찝찝하게

출근한 사람들.

출근을 하면 당연히 일을 한다.

나의 직무에 따라 주어진 일을 한다.

그런데 온 국민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을 만큼

직무가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만

직무에 따른 일을 하지 못하는 직업군이 있다.

교사
가르칠 교, 스승 사




머지않은 이전 세대엔 감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던 시대가 있었다.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공공연한 폭행이 일어났다.

그 시대의 교사는 권위적이었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학생 위에 군림하곤 했다.

모든 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지금 어른이 되고 학부모가 된 대중들에게

교사에 대한 경험과 이미지는 대부분 좋지 않다.

나 역시도 촌지를 주지 않았다고 차별당하고,

맞기도 했으며, 심지어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란 세대는 지금의 교사가 되었다.

운이 좋게 좋은 선생님의 영향으로 교직을 꿈꾼

교사도 있지만,

‘저런 교사는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교사가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 역시 그러니까.


막상 교사가 되고 나니 요즘 시대의 교사는

또 다른 의미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짧은 교직생활을 하며 느낀 대한민국 교사의

실제 직무는 한 마디로 ‘동네 북’이다.

여기저기 두들겨 맞는 게 교사의 당연한 모습이다.


어쨌든 본질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정해진

수업 시수가 있으니 가르친다.

가르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반쯤 포장된 교육을

하지만 이 와중에 보람을 느낀다.

이 작디작은 보람 하나로 버티며 동네북이 되어야

한다. 완벽한 주객전도.





교사들은 교육체계에 두들겨 맞는다.

교직사회에 속에서도 두들겨 맞는다.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학부모에게 두들겨 맞는다.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생에게 두들겨 맞는다.

교사에게 한 맺힌 대중에게 두들겨 맞는다.


대한민국 공식 동네 북.

두들겨 맞던 교사들의 교권은 결국 붕괴되었고,

공교육이 붕괴되었고, 교실이 붕괴되었다.

교육현장은 붕괴되어 더 이상 가르치고 배울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 지구촌 어느 나라에도 학교가 존재한다.

그것은 꼭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입시, 학습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생공부를 가르치고 배운다.

공교육과 교권이 붕괴된 지금,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인생 공부를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나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교사들은 일을 하고 싶다.

‘가르칠 교, 스승 사’ 한자풀이처럼 가르치고 싶다.

교육주체와 대중들의 동네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과 자격을 존중받고 싶다.

모든 학생들과 관련된 문제와 사회문제가

교사 탓이라는 비약과 책임 전가에 움츠릴 시간에

더 우수한 교육을 준비하고 싶다.


교사인 우리는
교육자인 교사로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진심으로 교사다운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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