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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Oct 19. 2023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행동하는 환자

드디어 중간고사가 막을 내렸다.

비록 만족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대학원생의 급한 일을 끝내서 마음이 가볍달까!

드디어 내 글을 쓸 찰나의 순간이 생겼다.

요즘 내 일상은 한 마디로 아 수 라 장.




대체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쏟아지는 역할들과 부족한 체력, 정리되지 않는

느린 뇌를 데리고 마치 홍길동처럼 살고 있다.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나타나기.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몸은 천근만근, 눈꺼풀 위에 돌을 올린 듯 무겁지만

이 무게를 견뎌내는 건 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일반대학원생 같은 교육대학원생.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는 책스타그램 계정주.

머릿속에 콘텐츠 소재가 쌓여만 있는 유튜버.

조용히 뒤에서 유보통합 반대 집회를 준비하는 요원

내 20대의 전부였던 유아교육을 지키는 투쟁가





이 모든 건 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아픈 내겐 누구도 강요하거나 억지로 시킬 수 없다.

정말 몸이 부서질 것 같고

분신술이 있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



그런데 이 모든 게 버텨지고 있다.

버텨내는 초인적 힘과 정신은 어디서 나온 건지,

요즘 나는 여전히 ’행복‘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작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뿌듯함.

드디어 방구석 우울증 환자에서

사회생활하는 우울증 환자로 진화한 기분이다.





오늘도 여전히 쌓여있는 일정,

일주일 후의 내가 무얼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일 무얼 할지는 산더미처럼 놓인 상태.


당장 주어진 일을 하면서도 앞으로 나에게 주어질

임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이 불안정함, 아무래도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안정이란 안정적으로 생기를 잃는

개념인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는 요즘,



나는 살아있다.
몸도 마음도 살아있다.
소중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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