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만들어줘. 교육부야
안 그래도 정신없고 낯선 새 학기,
교육 경력을 불문하고 새롭게 힘든 3월의 유치원에
낯선 곡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4세대 지능형 유아 나이스(neis)
일명 저능형 나이스다.
내가 근무할 때의 유치원은 아날로그 그 자체였다.
(물론 아날로그를 애정하는 나지만! 이건 예외다.)
심지어 아예 아날로그였으면 모른다.
버젓이 업무포털과 나이스 시스템이 있었지만
행정업무 처리, 교사 복무 처리에만 활용될 뿐
유아의 학적 등에 관한 기능은 없었다.
심지어 유아학교는 개별 유아마다 ‘유아학비’라는
돈을 지원받고 있는데, 이 유아학비는 원론적으로는
학부모에게 주어져야 하지만 사용의 편의를 이유로
유치원에게 지급되고 있다.
공립유치원에서는 매 분기 유아학비를 예산 목적에
맞게 깨끗하게 사용하고
예산 사용에 대한 행정 업무까지 교사들의 몫이다.
그리고 이 유아학비를 관리하는 ‘e유치원 시스템’
이라는 존재가 따로 있었다.
e유치원 시스템 따로,
공문처리는 업무포털로 따로,
교원 복무관리는 나이스 시스템으로 따로,
학적에 필수인 출석부와 생활기록부는 무려 수기로
따로 해왔다. 종이에 기록했다는 뜻이다.
이런 유아학교의 열악한 환경을 알고 나면, 초중등
선생님들은 문화 충격으로 뒷목을 잡곤 했다.
따로따로 각자 다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해야 해서
과다 행정에 시달리던 유치원 교사들에게
교육부는 행정업무, 교원 업무, 유아 학적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하고 학부모들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몇 년에 걸쳐 300억 추정의 예산을 들여 개발해
유치원 현장에 유아 나이스(neis)를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웬걸...
선물 치고는 너무하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2024학년도 3월의 유치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낯선 새 학기도, 교실 속에서의 안정감 구축하기도,
새 업무와 학년에 적응하는 것도 아닌
유아 나이스다.
이름도 어쩜 뻔뻔하게 나이스로 지었는지,
이렇게 나이스하게 엉망진창일 수가 없다.
특히 교무 업무를 맡으신 선생님들은 불통인 나이스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
물론 시스템이 바뀌면 안정화되기까지 오류가 있고
새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다.
오류 정도가 아니라 아. 예. 돌아가지 않는 상황
이 와중에 교사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유아학비 처리를 완료해야 한다. 국가 예산이니
당연히 투명하게 처리를 해야 하는데 시스템이
아예 구동되지 않고 있는 아찔한 현실.
굴러가지도 않는 나이스를 만든 교육부와
유아학비 관련 행정처리를 요구하는 교육지원청
사이에서 교사들은 3월부터 등골이 터진다.
오죽하면 “나이스 때문에 유치원 가기 싫다.”는
말까지 나오는 게 현재 유치원의 현실이다.
300억이라는 큰돈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묵묵부답이다.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는 유아 나이스가 테스트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근거 있는 카더라까지
도는 상황이다.
유아 나이스를 개발해 보급한 이유는 유치원 업무를
보다 투명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함이다.
말은 거창했으나 막상 현실은 파국.
대체 이럴 거면 300억씩이나 들여 왜 만들었을까?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적어도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시스템 수정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지 않나?
당장 업무가 마비되어 수업준비도 업무도 곤란해진
유치원 현장은 또 오롯이 교사들의 책임인가?
교육부 산하의 교육청,
교육청 산하의 교육지원청,
교육지원청 산하의 개별 유아학교.
이것이 유아교육을 위한 지원 체계의 현주소다.
꽤 자주 교육행정기관이 교육을 지원하는 곳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젠 지원은 바라지도 않고
쓸데없는 지시나 내려오지 않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300억짜리 멈춘 시스템을 던지고
정신없는 새 학기에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리다니!
이쯤 되면 교육의 적은 교육행정이다.
쉽게 말해 팀킬, 적은 내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