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끼리'의 모임

우리는 일단 살아내야 한다

by 해봄

서울지역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모임

유아'끼리' 모임에 다녀왔다.



유치원 교사들끼리의 모임은

늘 신경 써주시는 유아부위원장님께 죄송할 정도로

아주 낮은 참석률을 보인다.

누구라도 나와 주신다면 감사할 정도로.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만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만나러 나올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에 나오신다는 건 정말 살려 달라는,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고립된 무인도에서 SOS를 외치는 중이라는 것!


반짝반짝 빛나고 당당한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유치원에서는 그렇게 돌리고 싶었던 시곗바늘을 억지로라도 멈추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에 '교육'은 없었다.


엄청난 유아 임용을 통과한 유아교육계의 재원들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틈이 없었다.

누군가는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교사를 '길들여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유아교육계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이 부끄럽지 않다.

명백히 교사들 탓이 아니기에.

지극히 현실의 공립유치원에서

교사들에게 닥친 가장 급한 문제는 '교사로서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일단 교사로서 살아내야 교육을 할 것이 아닌가?



정말 버텨보고 싶어서

어떻게든 말도 안 되는 이 조직에서 '교사'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서

결론은 살아내고 싶어서


일단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살아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이 비상식적인 공립유치원 조직문화에 적응하겠다며 수용하는 순간, 교사로서의 나는 없고 00 유치원의 부속품만 있을 뿐이다.

부속품은 언제든지 교체되어도 무방한 소모품이다.


교사로서 내 교육을 하기 위해

권위적인 관리자, 협조해주지 않는 많은 이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묵인하는 동료.

모두를 적으로 돌려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마음이 찢겨 나가는데, 분명 갈기갈기 찢겨 나갔는데, 마음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진다.


왜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유치원 '교사'로서 '교육'을 하는 것조차 엄청난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걸까.


유치원의 획일화된 부속품이 아닌 고유의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되기 위해 왜 끝없이 아픈 투쟁을 이어나가야 하는 걸까,

우리는 이미 교사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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