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 사람의 예의를 갖추어 말하고 들어주세요
담임교사에게 화가 난 상태로 전화가 왔다.
우리 애가 유치원 다니는 거 불편하세요?
안 다녔으면 좋겠나요?
학부모님께서 이렇게 다짜고짜 화를 내신 이유는
매주 나가는 가정통신문에 이미 안내된 내용을
개인적으로 말해주지 않아서였다.
"다음 주 수영장 가는 거 미리 말 안 해줘서, 그런 거 미리 말해줬으면 병원 가는 거 미뤘을 텐데 진짜 기분 나쁘고 서운하네요"
안내된 가정통신문을 잘 확인하셨다면 수영장 가는 일정을 알고 있는 게 당연하고,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육기관이라면,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모든 교육일정을 전화해 설명드릴 수 없다.
그건 단지 '학부모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협력관계인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은 분명 중요한 요소이지만,
학부모님 편하자고 교사에게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 준비 시간을 할애해서 알림 서비스를 하라는 건 말 그대로 주객전도다.
그래도 이 학부모님이 이렇게 화를 낼 정도까지 서운하신 건 분명 여러 서운함이 쌓인 것일 테니
교사는 불편하셨던 점을 침착하게 여쭈어보았다.
학부모님께서는 서운했던 점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셨다.
1. '왜 특성화 과목 일정이 바뀐 걸 말 안 해줬냐며' 몰아붙이는 태도로 말하셨다
하지만 3월부터 특성화 과목이 바뀐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이미 여러 번 말씀을 드렸고, 담임교사의 말을 믿지 않으시는 상황이었다.
2. 하루에 특성화 1개를 하는 과정으로 입학하셨는데, 학부모님께서는 방과 후 계획안에 기재되어 있어서 오르다 미술 영어 다 하는 줄 알았다며 왜 그런 설명을 해 주지 않았냐고 말하셨다.
이미 특성화 1개 과정으로 입학하였고,
아이가 할 수 있는 과목을 여러 차례 담임교사가 안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님께서는 입학상담받을 때 중간 관리자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 없다며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셨다.
즉, '입학 상담 시 중간관리자는 그런 안내를 한 적 없다'는 이유로 담임교사가 여러 번 안내했음에도 신뢰하지 않으시는 상황이다
3. 왜 전화를 바로바로 안 받냐고 따지는 투로 말씀하셨다.
담임교사는 일하는 중이어서 전화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추후 다시 연락드려 전화를 못 받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
그리고 유치원에 전화를 받는 전담인력이 없는 곳이라면 아이들이 유치원에 있는 동안 통화가 어려운 게 정상이다.
위 글에서 풀어낸 사례는 내가 겪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다른 사립유치원 교사가 겪었던 일이다.
나도 이렇게 화가 난 상태로, 교육기관이 마치 민원센터인 양 따지시는 학부모님들을 많이 만났다.
여러 기관에서 고객응대 근로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적극적으로 형성되어 있고, 전화를 걸면 안내문구와 녹음 조치가 이루어지는 게 요즘 사회 분위기인데
유치원 교사들은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위 글의 사례처럼 학부모님이 화내고 쏘아붙이시기만 해도, 교사들도 놀라고 기분 나쁘고 사람인지라 괜히 아이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전화 또는 대면으로 폭언, 욕설, 명예훼손, 위협 등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심한 경우 나처럼 트라우마를 얻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유치원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고, 학부모님께 무례한 언행을 들은 교사는 그저 '운이 나빴던' 교사로 치부되고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얻는다.
유사한 일이 계속 되풀이되며 계속 상처받고, 교육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리는 교사들이 늘어난다.
타인의 마음을 100%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기에,
교사들이 학부모님들의 서운함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겠다'라고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긍정적 관계를 형성했을 때, 아이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관계 형성에 신중을 다하려는 교사들의 노력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미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적어도 우리 아이의 담임교사를 교육자로 존중하며 대화해 주셨으면 좋겠다.
유치원이나 교사에게 서운하신 점이 많으시겠지만, 유치원은 '우리 아이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고,
적어도 교사와 사람 대 사람 간의 예의를 갖추어 말하고 들어주셨으면 한다.
화가 나도 조금만 대화를 위해 노력해주신다면,
화를 낼 때보다 훨씬 교육적으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