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가 우리 아이에게 '우영우'같다고 한다면?

좋은 담임을 만나셨어요

by 해봄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화제다.

정말 나 빼고 다 '우영우'이야기만 하고!

미디어엔 온통 '우영우'이야기로 가득하다!

드라마 하나 안 본 걸로 세상에서 멀어진 기분이다.


나는 휴직 중인 공립유치원 교사이고,

발달에 대한 공부를 질리도록 했음에도,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발달심리다.


그리고

특수교육과 각종 유아 대상 치료가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았을 시기에 '자폐 의심 및 발달지연' 소견을 받아서 온 가족이 한 아이의 특수교육을 위해 몰두했던 시간을 직접 겪은 사람이다.


정말 다행히도 어머니의 현명한 받아들임과, 어머니의 방식을 무조건 지지해주신 아버지와, 자신도 어린아이이면서도 일찍 철이 들어버린 형제가 있어,


우리 가족의 '금쪽이'는 예후가 좋게도 사회적 상호작용이 '약간 서툰' 평범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우리 가족의 사례처럼,

이른 유아기에 ADHD, 발달지연, 자폐 의심 등의 소견을 받아들이고, 유아특수교육에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한다면 아이의 예후는 놀랍게 좋아질 수 있다.

물론, 현재 아이가 가진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유아특수교육 전문가는 아니니 함부로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유아 발달 전문가인 유치원 교사로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건

'특수교육의 개입이 빠를수록'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유아기'는 가소성이 가장 큰 시기,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교육의 효과가 가장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걸 너무나도 잘 아는 유치원 교사들에게

아이가 '우영우 또는 금쪽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학부모님께 전하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학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충격을 어마어마하게 받으실 테고, 우리 아이가 다른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점이 관찰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쉬운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뭐? 우리 아이에게 치료적 개입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요? 선생님은 우리 애를 너무 나쁘게만 보시는 건 아닌가요?"와 같은 사례
굉장히 슬퍼하시면서, 계속 고민하시면서, 받아들여야 함을 알면서도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치료를 주저하시고 시기를 놓치는 사례
"선생님이 의사도 아니면서 뭘 안다고 우리 아이를 장애인 취급하시는 건가요?"라며 교사를 몰아붙이는 사례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반응과 사례들로

유치원 교사의 고민 끝에 나온 조언은 대부분 무시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교사는 아이가 너무나 안타깝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교사가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만 않아도 다행인 현실이다.


심지어 일부 유치원 관리자들은

교사가 자신의 학급에 '금쪽이'가 있고, 담임교사 혼자 지도하기가 어렵고, 아이의 정상 발달을 위해서라도 용기 내어 학부모님께 말씀드린다고 할 때,


선생님, 그런 얘기 학부모님께 하지 마세요.

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민원이 들어올 게 뻔하고,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님의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이유에서다.


5-7세 발달의 전문가이며,

셀 수 없이 많은 5-7세 아이들을 교육해보았고,

누구보다 이 연령대의 '일반적인 발달 수준'을 잘 알고 있는,

가정이 아닌 사회 속에서의 아이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는 유치원 교사의 조언은

이렇게 유치원 내부에서 묵살되기도 하는 것이다.



솔직히 모른 척하고 1년만 어떻게든 잘 지내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교사의 속마음은


1. 일반 유아교사 혼자만의 역량과 대한민국 유아교육 환경에서는 우리 반 아이들과 '금쪽이'까지 모두 발달 수준을 맞추어 교육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유치원에는 한 반에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2. 현재 발달 수준에 있어 차이가 유독 큰 친구에게 치료적 개입이 추가되면 예후가 좋을 것이기에


3. 결과적으로 일반적 발달 수준의 아이들과 일명 '금쪽이'인 아이까지 모두가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에


본인도 적응하느라 힘들 우리 반 금쪽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아이가 치료적 개입을 받아 초, 중, 고등학교와 사회에서는 더 쉽게 적응할 수 있기를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일반적인 발달과정을 거친 아이들과 동일하게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담임교사는 떨리는 심정으로 전한다

학부모님, **이가 ~한 행동을 자주 보여 지난번에도 말씀드렸고, 저도 더 유심히 관찰하고 고민해 보았는데 현재 아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의 발달 수준인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 놀라셨죠?

저도 고민이 많았는데, 아직 유아기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다면 치료적 개입이 효과가 큰 시기여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요.
충격이 크시겠지만, 막상 전문기관에 방문해보시면 제 조언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 고민보다는 가보시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아이들 행동의 원인은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발달의 문제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와 학부모님이 함께 **이가 더 즐겁게 유치원 생활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게 아이에게 가장 좋은 일이니,
생각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록에는 남지 않으니 그 부분은 걱정 마시고요!

혹시라도 우리 아이의 유치원 담임교사가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하신다면,

부모 된 입장에서 당연히 충격이 크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속는 셈 치고 경험해보는 것으로 치고,

전문기관을 방문해 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의사의 소견에서

우리 아이가 정상 발달 수준이라면

"다행이구나! 아이의 행동의 원인이 발달의 문제는 아니구나" 하면 되고


혹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라면

"지금에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최대한 빨리 적합한 지원을 해주어야겠다"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 결과이더라도 아이에게 이득이다.


그러니 유치원 담임교사로부터 우리 아이가 '우영우'같다는 말을 혹시라도 듣게 되셨다면,

같은 유치원 교사로서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학부모님, 아이에게 진심인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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