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치원 교생실습 이야기

유치원 교사에 애정을 갖게 된 순간

by 해봄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할 때만 해도.

'당연히 졸업하면 유치원에 취업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치원 교사'에 대한 진로를 뚜렷이 하고 입학한 것도 아니었고,

학부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내 낙이었다.

당연히 학교와 '유아교육'은 내겐 중요하지 않았고,

어쩌면 어린이집 보육실습을 호되게 치른 영향도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관문,

유치원 교생실습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전에 어린이집 보육실습의 경험이 너무나 악몽이었기에, 교생실습을 가는 게 두려웠다.


지난번 어린이집 실습 때 고생한 걸 뻔히 아는 동기들 덕에, 나는 집에서 도보 20분의 가까운!! 유치원으로 실습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집에서 가까우면 일단 수면시간이 더 확보되니까!


우리 학교에 시간강사로 강의를 나오던 교수님이 원장으로 계신 유치원이었고,

평소 강의 시간에 교사들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것을 중시한다고 하셔서,

적어도 비인간적인 대우는 받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나의 실습 동기는 가정어린이집 원장이시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 획득을 위해 유아교육과에 진학하신 분이었다.

우리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으니,

아무래도 함께 애환을 나눌 실습 동기는 없는 셈이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졸업만이 목표였던 나에게 마지막 관문인 교생실습이었으므로,

용기를 내 실습 전에 유치원을 사전 방문했다.


원장님께서는 나와 실습 동기에게

'두 실습생이 들어가게 될 반과 연령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라고 하시고는,

나에게는 7세 반, 가정어린이집 원장이신 실습 동기께는 5세 반으로 배정되었음을 알리셨다.


원장님은 다른 실습생께 '가볍게 우리 아이들 잘 도와주시기만 하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시고 귀가를 시키셨다.





그렇게 원장실에,

원장님(교수님)과 나만 남아 대화를 하게 되었다.

해봄아, 너는 저분(다른 실습생)과는 이곳에 온 목적이 달라.
너는 교사의 역할과 수업을 배우러 온 거야.

7세 반이 싫을 수도 있지만,
넌 어린 연령의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보다는
아이들과의 상호작용과 수업을 배워가야 하는 게 맞기 때문에 7세 반에 배정했어

물론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까 도움이 필요하고 실제로 네가 실습생 입장이니 자잘한 돌봄을 하게 되겠지만, 돌봄보다는 교사의 역량을 배워갔으면 한단다.

"넌 아이들 화장실 뒤치다꺼리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란 걸 명심하렴"

원장님(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왈칵 눈물이 났다.


그래서 나는 유치원 교생실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떨리는 실습 첫날,

나의 지도교사님은 이 유치원의 부장 선생님이셨다.

실습생으로서 내가 교실에서 해야 할 일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고,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워낙 유치원 교실이 정신이 없다 보니 제가 실습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요청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 관찰해보고, 상호작용 많이 해보시는 거예요"


정말 마음이 찡하도록 감사한 말이었다.



그렇게 나는 11월 한 달간,

7세 반의 실습생으로 지냈고, 나에게는 하루에 3명의 아이를 정해 관찰하고 기록한 관찰일지, 일일 교육계획안의 미션이 주어졌다.


한 아이를 관찰하고 교육전문가로서의 해석까지 기록해야 했기에 하루에 관찰 3명은 너무 힘들었지만,

매일매일 성장하는 게 나도 느껴지고,

지도교사님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일일 계획안 또한 매주 월요일은 지도교사님이 실제로 작성하신 샘플을 주셔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일일 교육계획안을 쓸 수 있었다.



수업도 무려 11번의 수업(아주 많은 양이다)을 준비했고, 당연히 힘들었지만!

지도교사님이 미리 같은 유형의 내용이 다른 수업을 보여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고!


수업에 필요한 교구나 자료를 만들지 않고 유치원에 이미 있는 것으로 사용하도록 해 주셔서

11번이나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 에만 집중하는 감사한 실습기간을 보냈다.



지도교사님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잔업(오리기나 단순작업)을 절대 시키지 않으셔서,

하루 종일 아이들 놀이와 대화를 관찰하고,

7세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유치원 교생실습을 마무리하는 날,

원장님과 지도교사님을 포함한 전체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감사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학교로 돌아왔다.



그 실습 이후로 용기와 관심이 생겼다

내가 유치원 교사로서의 역량이 없는 건 아니구나
아이들과 대화 나누고, 상호작용하고, 수업을 이끌어간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구나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 나누는 건 나에게는 힐링이 될 만큼 좋은 일이구나
나도 한 번쯤 7세 반 담임을 맡아보고 싶다


그렇게 나는 두렵기만 했던

'유치원 교사를 해 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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