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지만 굉장히 바쁘답니다.

사부작이 취미인 그녀

by 해봄

난 겉보기에는 세상 밝고 친화력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내향인이다.

mbti검사를 해보면 내향적인 I성향이 90퍼센트가 넘는다는 결과가 뜬다...!


그렇다 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어려운 건 아니다.

때론 리더 역할도 놀랍도록 카리스마 있게 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내향인 답게

내가 가장 편안함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곳은

'집'이다. 나는 엄청난 집순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각자만의 개성을 가진 것처럼,

집순이들도 각자의 개성이 있다.


하루 종일 자는 집순이,

요리해서 맛있게 먹기가 행복인 집순이,

방 청소와 꾸미기에 열심인 집순이,

그저 침대와 하나가 되어 유튜브 보는 게 찐 행복인 집순이,

..... 이 외에도 많고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사부작 집순이'다.


내 별명은 골드 핸드, 금손이다.

수작업이라면 못하는 게 없는 우리 어머니를 닮아 나도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 옷 만드는 법을 배워

무려 인형 옷을 직접 바느질해 만들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손맛은 여전해,

나는 유치원에 첫 취업을 해서 고정적인 수입이라는 게 생겼을 때,

주기적으로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했다.

그렇게 다양한 종목(?)의 사부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손을 쓰며 내 온 집중력을 무언가를 만드는데 쓰고, 몰입하며 시간을 보내고, 어떻게 조합해서 만들면 더 예쁠지를 고민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는 게 참 좋았다.


직접 원단시장에서 골라온 원단과 부자재들로 곱창밴드, 비즈 반지, 셀프 네일 아트, 액세서리 만들기, 레진 공예, 실팔찌 땋기 등...

그 어떤 사부작도 나에겐 재미고 힐링이었다.


그래서 난 집에서도 항상 바빴다





그 와중에 집에 잡동사니가 쌓이는 걸 싫어해서,

만드는 족족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선물하곤 했다.

나에게 '직접 만든' 무언가를 선물한다는 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이런 경험들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먹는 것' 빼고는 다 잘 만든다는 것을!


그리고 자유롭게 내 공간에서 무언가를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잘한다는 것을!






그런데....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된 이후 신체화 증상으로

수전증을 얻게 되었다.


사부작이 취미인 사람에게 손 힘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펜 잡고 글씨 적는 것조차, 몇 글자를 지렁이 기어가듯 적은 것뿐인데도 손에 쥐가 나곤 했다.

피아노를 치는데 손 힘이 약해 8마디 이상 연주할 수 없었다.

바늘을 잡았는데 손이 덜덜 떨려 바느질을 할 수 없었다.

꽃다발을 만드는데 작업이 끝날 때까지 다발을 쥐고 있을 힘이 없었다.



그렇게 한 순간에 사부작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내심 이 손재주가 내 재능이고 개성이라고 믿어왔는데, 비장의 무기를 뺏긴 느낌이었다.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는 게,

힘들면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날 몰아붙였다는 게,

가장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이제 발병 및 투약 10개월 차,

휴직 6개월 차인 상황에서,



이제는 조금씩 사부작 거리고 싶다.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휴식 시간을

누워서 멍하니 가라앉은 기분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퀄리티가 전보다 떨어지더라도 내 '작품'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글씨 쓰기부터 조금씩 연습 중이다.

꾸준한 연습을 위해 인스타에 업데이트 중이다!

아주 조금씩 예전의 글씨체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저거 한 문장 쓰고 나면 손에 쥐가 나긴 하지만.....!

아, 내 글귀 인스타 계정(@try._. sunspring)에 등장하는 꽃들도 모두 직접 꽃시장에서 데려온 꽃을 컨디셔닝 하고, 손수 드라이 작업한 것들이다!



이렇게 내 사부작은 조금씩 천천히,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자라나고 있다.

아직은 힘이 많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제 침대에서 우울한 기분으로 멍하니 누워있는 시간을 줄이고,



예전의 사부작 집순이로 돌아가 보려 한다!


나는 '내 작품'을 만드는 일을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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