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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고향집

엄마의 손가방

by 자봉

모 사회단체 법인에서 6.25 참전 국가유공자의

취약한 집을 깨끗하게 해준다고 한다


주거 환경개선사업을

해준다는 언론보도를 통하여

3년 전에 모 기관에 신청했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장조사를 마친 후

확정 대상자로 선정되어

이번에는 개'보수작업에 대한

현장검사와 실측을 위한

설계를 하러

고향집을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 부랴 준비를 해

열차표를 구해

고향으로 내려갔다


어제 오후에 출발하여

광주에서 삼만 원을 내고

터미널옆에서 숙박을 한 후

고향 근처로 가는 새벽 6시 첫차를

타기 위해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거의 뜬 눈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화순과 능주를 거쳐

고향집에 도착하니 오전 8시도

되지 않았다


어젯밤은 김밥으로 대충 채우고

오늘 아침과 점심은

천 원짜리 컵라면 두 개로

배를 채웠음에도

너무너무 배가 고프다


설계업자와 약속한 시간은 오전 11시인데

12시가 되어도 오지 않으니

배는 고프고 화도 났지만

오래되고 낡은 집을 무료로

개ㆍ보수해 준다니

고맙고 하늘이 도와준 기회인데

어찌 배가 고프다고 화를 낼 수

있겠는가?


오후 1시가 다 되어 설계자 두 분이

오셨다


개ㆍ보수할 곳들을 여기저기 안내와

설명을 해주고 나니 오후 2시!



이 분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자

컵라면 두 개로

대충'점심을 해결 후

집안을 정리하고

택시를 불러

읍내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인근에 있는 중국집으로 가서

볶음밥을 시켜 먹으니

시장했던 배고픔도 해결되고

살 것 같다


(생전에 어머님과 나)

(보고 싶은 할머님과 어머님)


어머님과 아버지가 생전에 기도하면서

생활하고 주무셨던 방문의

자물통을 열어보니

평소에 성당에 다니실 때

가지고 다니신 손가방은

여동생이 사드린 것인데

깨끗하게 사용하신

엄마가 쓰던 모자와

손가방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한다


엄마가 사용하셨던 방문을 열어보니

장롱이며 이불과 옷들이 주인 없이

보관되어 있어

마음도 착잡하고

그리움 때문인지

눈물이 나려고 한다


교통사고가 아니었으면

더 오래 사셨을 텐데

너무 아쉽다


주거환경 개선 신청을 3년 전에

신청했는데

다행히

이번 기회에 선정되어

화장실 세면대와 샤워기

싱크대도 새롭게 설치되고

새시와 창호 도배도 새롭게 완성되면

잡풀이 무성한 밭을

포클레인을 빌려

전원주택으로 만들어

고향집에 자주 내려오리라


볼거리 구경할 곳은 많지 않아도

이제는 자동차가 들어오는

오지 산골의 내 고향

경작할 사람이 없어

휴경지로 경작하지 않고 있는

밭은 내가 직접 콩과 감자를

심어 보고 싶다


놀리고 있는 다른 밭에는

코스모스 봉선화 채송화 도라지

더덕도 심어보고

욕심내지 않고

마음 비우고 살고 싶다


늦게나마

남아 있는 우리 4 남매들과

자주 모며 우애하고

남은 인생

내 고향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엄마가 지금까지 살아 계셔서

멋있게 꾸며놓은 고향집을 보면

너무 행복해하실 것인데

보여 드릴 수 없으니 너무 아쉽다


지금까지 살아 계시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시고

좋아하시고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실 텐데


그래도

너무 늦었지만

고향집이

너무 좋아지고

내년 말에는 남해선 철로가 개통되어

고향집 인근으로 열차가 운행된다니

너무 기쁘고

기분도 좋다


지금도 하루에 군내버스가 3회씩 운행되는

내 고향이 없어지지 않고 존재해서 좋다


군내버스는 20년 전에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언론사에 기고하고

군청과 정부종합청사에 민원을 내

마을 집 앞까지 버스가 운행되어

어머님과 동네분들이

버스를 이용해

5일장과 읍내에 다닐 수 있도록

어렵게 사업을 요청해

군내버스가 운영된다


이제는 이 모든 순간들이

지나간 한 순간의 역사이지만

마을 발전과

버스개통을 위해

그렇게 힘들게 노력했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도

이제는 별로 없다


많이들 세상을 떠나 버렸기에

참 아쉽다

고향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님

그리고 남동생이 영면해 있어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정든 내 고향이다

(어머님이 성당에 가실때 항상 가지고 다니신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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