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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Jun 30. 2024

모시(삼베) 베틀

      


                       " 모시 베틀"

                 베틀에 앉은 어머님은

                 베틀에 허리를 묶고

                 서산으로 노을이 지고

                 달빛이 뜰 때까지

                 북바늘 휘어지도록

                 할아버지 할머니

                 이부지가 입을

                 삼베를 짰네.


                                                             (모시 삼베 베틀)

무더운 여름날 고향집 밭 간데 밭에는 모시나무를 심어 수확을 한 후 다 성장하면

낫으로 베어 짚으로 만든 새끼줄로 묶어서 정령굴에서 내려오는 또랑가

냇물에 모시나무를 물속에 담겨놓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할머님과

어머님이 몸빼옷을 무릎까지 걷어 가늘게 실을 뽑아 말려서 뙤약볕이

드는 맑은 날이면 밀가루인지 쌀가루인지 모르나 풀을 쒀서 삼베를 만드셨다.     

이렇게 삼베를 만들어 비가 오는 날이면 들녘에 나가 농사일을 할 수가

없어서 어머님과 아버님이 주무시는 좁고 좁은 가운데방에 삼베틀을 만들어 삼베천을 만들고 계시면 틀을 만지고 싶어 어머니 몰래 만지다가

실이 끊어져 꾸중을 듣고 혼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계시지 않은 어머님과 큰 고모님)


어머님은 우리 집이 너무 궁핍해 쌀이 부족해 식사 때에는 제대로 식사도

못하시고 감자나 식은 밥에 많은 양의 물을 넣고 끓여 만든 숭늉 같은

물밥으로 하루 세끼 밥끼니를 드시고 논. 밭에 나가 농사일을 주업으로 하셨다.     

할머님과 함께 삼베를 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삼베옷을 만드시고

삼베나무에서 가느랗게 뽑은 실을 10리가 넘은 장평면소재지 재래시장에 나가

삼베줄을 팔아 우리 7남매 뒷바라지와 삼촌들 공부시키고 가정을 꾸려나가시느라 고생하셨던

 어머니가 너무 눈에 선하고 그리워진다.     

여름이면 구멍이 여기저기 뻥 뚫어진 러닝셔츠 상의를 입고 일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면 학교를 그만두고 싶고,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진출해 돈을 벌어

어머님께 효도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평생을 자식들 잘 키워보겠다고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모시 베틀 앞에 앉아서 굵은 땀을 흘리시고,

어머님 노력으로 집안 사정 좋아지니 명절 때는 함께 모여 송편을 빚는다며 좋아하시다가

내가 결혼을 해서 두 딸을 낳아 갓난아기 때 시골집에 데리고 가면 어머님은 고추밭과

팥밭에서 일하시다가 반가움에 손쌀같이 집으로  걸어오셨다.


하루종일 고된 노동으로 당신 몸도 힘드실 텐데 기쁨과 즐거움으로 갓난아기 손녀들을

당신 등에 업고 들녘에 나가 일하시던 내 어머님이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힘드신 농사일에 당신의 몸은 바람 불면 넘어질 것처럼 가냘픈데

뭐가 그리 좋으신지 큰 며느리 얻고' 손녀딸 2명이 생겨 일이 지쳐도 행복해하시던 내 어머님,

잊을 수 없는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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