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과 누나생각
장마가 끝났는지 습도도 높고 날씨도 덥다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골드라인을
타고 김포 풍무역에 내려 친구가 운영하는
40평 주말농장으로 갔다
농장에 가니. 고추와 오이 가지 애플수박 등 이
열려있어 친구의 허락을 받고 골고루 무공해
농작물을 조금씩 따왔다
골고루 잘 여물어져 있는 얼타레와 잘 익은
빨간 고추를 보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내 엄마와 누나생각이 났다
고향집은 읍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할 수 없이 읍내에 초가집을 얻어 땔감 나무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해 먹으면서
자취를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교에 등교하여
토요일 오전수업을 마치면 드문드문 다니는
완행버스를 타고 내려 산봉우리를 혼자 넘어
부모님이 농사일을 하시는 고향집으로
매주마다 왔다
고향에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낫과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가면 어머님이 콩팥에 풀을 메느라
분주하게 일하시고 계셨다
어머님 곁에 논두렁에서 일소에게 먹일 플을 베어
꼴망태에 담아 집으로 와서 아궁이에 소 죽을
써서 소한테 퍼다 주는 것이 내가 맡은 일이었다
어머니는 밭에서 깻잎과 오이 잘 익은 가지와
얼타레를 뽑아와 저녁으로 밀가루로 밀죽을
만들어 주면 마당에 짚으로 만든 덥석과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워 연기를 내 모기가 물지
못하게 하고 밀죽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밀죽만 그냥 먹으면 먹먹해 단맛을 나게 하는 사카린을
밀죽에 넣고 뜨거운 밀죽을 후후 입으로 불어
식혀 먹었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 십자성과 북두칠성 등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이렇게 소박했던 식사와 하루를 보내면
다음날은 읍내 자취방으로 가야 하는
나를 위해 누나와 엄마는 어제 따온 고추와
마늘 젓갈ㆍ밥풀을 얼타리와 섞어 손으로 비벼
맛을 내서 큰 음식 용기에 담아주면
왔던 산고개를 다시 넘어 어머님이 머리에 이고
쌀과 물김치를 비포장 신작로까지 갖다 주면
덜커덩 거리는 완행버스에 싣고 읍내 자취방
초가집으로 와서 잠을 자고 월요일 아침에
불을 피워 밥을 해 먹고 양은 도시락에 밥을
담아 학교로 갔었다
오늘 이렇게 김포 친구 주말농장에 와서
양파와 고추 오이. 얼타레를 보니 엄마와
누나 생각이 나고 옛 시절이 그립다
어머님도 떠나시고
누나도 때나고
남동생들도 떠나서
다시 볼 수는 없어도
꿈속에서 가끔씩 본다
형제들과 누나가 살아 계신다면
누나는 70 초반
남동생들은 50대 초반 중반일 텐데
이제는 과거와 추억이 되어 버렸다
힘들었어도
풍요롭지는 않았으나
가난하고 굶주렸어도
남매들끼리 서로 보살피고
서로 의지하며
우애가 있었던 옛 시절이 그리워진다
김포주말 농장으로 자주 불러준 퇴직친구들이
너무 고맙고, 이래서 인생 후반기는
나이는 들어가도 마음은 항상 젊고 즐거운가
본다
또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다시 이곳 김포농장을
찾으면 그때는 고구마 캐기를 시작하겠지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