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4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자봉
Nov 27. 2024
첫눈
부지런하게 살자
첫눈이 내렸다
가로수에 백설처럼 소복하게 아름답게 쌓인 첫눈을
보노라니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거의
50년 전 오늘처럼
하얀 서설이
내려 은세계를
만들
때
쌓인 눈 위를
밟으면서 산비탈까지 힘들게 신문배달을 하며 학업을 했던 어린 청소년시절들이
생각난다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무등산 증심사 입구 양계장
까지 신문 배달을 하면 왜 그토록 배도 고프고
힘들었던가!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얀 눈이
쌓인 학교 교정에 할머님께서 오셔 가지고 졸업을
축하해 주시
던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할머님이 첫눈이 내려 쌓인 오늘 같은 날
더욱더
보고 싶고 그립다
(50년전 할머님이 오셨다)
강원도 인제 원통 최전방에서 45년 전 군 복무시절에는
첫눈이 내리고 폭설이 내리면 삽과
곡
괭이
제설작업
도구들을
들고
허리가
아프도 눈 치우는
작업을
매일매일 했던 고통의 눈
오는 날이었는데
ᆢ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 때 첫눈이나 쌓인 눈을
바라보고 체험했던 시각에 따라 첫눈이 아름답게
보이거나 고통스러운 눈이었을 것이다
삶이 너무 힘들어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기 전에는
더위도 비 도 첫눈이 내려도 감각이 없었다
돈이 없어 굶주린 생활이 길다 보니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을 그 얼마나 했던가!
힘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직장생활과 대학생활을
나이 들어 병행했지만 아직도 가끔씩 눈 내리는 날에는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지나 마포까지 무수한 생각과
상념에
젖
어 한강 강바람을 쐬면서 걸어온다
(첫 눈이 내렸다)
이제는 실버가 되어 인생 전반기와 꿈은 사라졌지만
지난 고통의 세월들을 가끔씩 회상하면서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무작정 걷는다
경제는 힘들어 하루 38명씩 스스로 자살을 하고ㆍ
경제협력기구
38개국 평균보다 두 배 많은 인구
10만 명당 24명씩
삶을 스스로 끝낸다고 하는데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보고 (자살)을 반대로 (살자)
로 바꿔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살 날이 반드시
돌아왔다
첫눈!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 18세 때 마포 아현동
가구거리 액자와 병풍을 만드는 표구사에서 기술도
없이 잔심부름이나 하는 보조인지 시다인지 아니면
수습생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소년시절에
밀가루를 풀어 액자에 만드는 밀풀을 혼합하다 보면
날씨가 추워 손등이 차가워 터졌다
1970년 후반에는 보온도 온수도 없어 연탄난로 위에
양은 바게스나 대형주전자를 올려놓으면 물이 따뜻해져 마시기도 했다
하루 작업이 밤늦게 끝나면 온기가 식은 공장 바닥에
신문지를 여러 장 바닥에 깔고 두꺼운 카시미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체온을
올려 눈 내리는 날 긴긴밤을 지새웠던 지나간 고통의
겨울날들이 자꾸 생각난다
그 고통 속에서도 학업과 공부는 포기하지 않고
늦깎이 나이에 직장과
대학을
다니면서 바쁘게
살아온 날 들이지만 ᆢ
경제가 어렵고 힘들다고 모든 것과 인생을 포기하지
말고 죽을힘과 죽고 싶거든 그 힘으로 살기 위해
인생을 전환하면 얼마든지 좋은 세상 잘 살 수 있다
첫눈. 새 하얀 눈이 하얗게 내리는 날
칠순을 향해 시간은 흘러가고 있지만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 더 지원하면서 첫눈 하얀 눈처럼 아름다운
사회 살만한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따뜻한 겨울을
맞이 하자
첫눈!
오늘 같이 첫눈이 내리는 날
췌장에 문제가 있어 아침 점심도 굶어가며 대학병원
대기실에 앉아 담당 교수를 만나 초음파 내시경을
자주 받는 것도 이제는 지겹고 싫다
(췌장 초음파 내시경 이제 지겹다)
인생이란. 나이 들면 모든 것이 허무하고 허약해지는가
본다
오늘같이 하늘에서 첫눈이 내리고
하얀 눈이 살포시 늦게 물든 단풍잎을
가리우면
가을과 겨울을 한꺼번에
보고 감상하면 즐거워야 될 것인데
나이 들어 병원이나 오고 가니 이제는 차분해지고
상념과 번민만 교차한다 ㆍ
keyword
첫눈
신문배달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