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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by 자봉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하얀 눈 이 내리면

바둑이랑 마당을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지!



하얀 눈이 내려

장독대위에 소복이 쌓이면

손 시런줄도 잊은 채

소복이 쌓인 눈을

입에 넣어 먹어 보던

육십 년 전 그 시절이

힘들었어도 그립다



오늘처럼

펄펄 눈이 내리면

소복이 쌓인 눈 위를

검정 고무신을 신고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하얀 눈 위에

아무도 걷지 않은

새 길을 만들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하늘에서 눈 내리면

하늘에는 선녀가 있는 줄 알았고

우리 집 초가지붕에

하얀 백설이 소복이 쌓여

처마밑에 고드름이 만들어지면

고드름 꺾어 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오늘같이 눈이 오면

울 엄마와 할머니는

장작불 타고 남은 숯불을

화로에 가득 담아

인두를 데우면서

저고리를 다리셨던

그 시절이 그립다



눈이 내리면

어머니와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다듬이에 무명옷을 올려놓고

두 손으로

방망이질을 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하얀 눈이 내릴 때

검은 놋솥에

고구마를 삶아

아이스크림 보다 더 시원한

동치미를

누나와 동생들과 함께 나눠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시간이 가고

세월 흘러가니

너무 일찍

누나와 동생들이

그리움만 남긴 채

멀리멀리 떠났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말인가!

참!

세월 빠르다

10년 전. 20년 전

내 곁을 떠나간

누나와 동생들

우리 남매들이 보고 싶다


ㅡ자봉의 그리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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