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연말도 어김없이 송년회, 동창회, 친목 모임까지 모임이 참 많다.
그렇다고 모든 자리에 다 참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퇴직 후에는 구로구 윈도우 골프 연습장에서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골프·헬스·사우나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구는 많지만, 속마음을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많지 않다. 어떤 책에서 “진정한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고, 세 명이 있으면 노후가 참 즐겁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이 요즘 더욱 실감난다.
모임에 나가 보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신만 챙기고, 술만 마시고 돈은 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먹었다고 지갑이 먼저 열리는 사람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시니어들이 그걸 못 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만날 때 항상 더치페이, 각자 먹은 만큼 나누어 계산하는 습관을 권한다. 모두가 은퇴했고, 소득이 없는 만큼 형편도 비슷하다. 누군가는 흥청망청 쓰고,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려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가짐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듯하다.
달력을 보니 벌써 마지막 한 장만 남았다. 세월이 흐른다는 걸 달력이 증명해 준다. 내년에도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그대로일 테니, 조금씩 아껴 살 수밖에 없다.
시골 농부도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거둔다. 겨울이면 그 수확을 창고에 넣어 가족들과 따뜻한 밥을 먹으며 지낸다. 이것이 농부들의 소박한 행복이다.
인생도 그렇다. 젊을 때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기회가 되면 열심히 일하며 저축하고, 나이 들어서는 그동안 준비해둔 것으로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잘 산 인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일흔이 되어도 돈 쓰기를 아까워하고, 가진 게 없으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하는 세태다.
나는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지금은 큰 불편 없이 한 달 지출을 감당하며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여유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크게 부족하지도 않다.
결국 인생은 부지런히,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과 불행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찾아오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의 참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