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달력도 덩그러니 마지막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 해가 저무는 속도가 마치 내리막길을 달리는 수레처럼 가팔라, 마음 한구석이 왠지 허전해지는 12월의 끝자락이다.
무심코 집어 든 핸드폰 화면 속, 구글이 '지난 추억'이라며 건네준 사진 몇 장에 멈춰 선다.
그곳에는 십 년 전, 참으로 찬란하게 웃고 있던 우리들의 모습이 박제되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든든한 강용철 사무관과, 우리에게 언제나 희망이었고 물심양면으로 아낌없는 나무가 되어주었던 동조 형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때 우리는 참으로 거침이 없었다. 큐대 하나에 울고 웃으며 당구장을 갔고,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세상 시름을 털어내던 그 시절. 어느덧 그 풍경이 십 년 전의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든든했던 동조 형님은 지금 몸이 불편해 자기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 잠시 목소리를 잃고 계신다.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지만, 나는 동조형의 강한 의지를 믿는다.
(재미있게 당구치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 호탕했던 웃음소리가 당장 들리지 않아도, 형의 눈빛은 여전히 우리를 향해 따뜻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음을 안다.
명절때면 공주땅에서 직접 수확한 주먹만한 공주 알밤과 손수 만든 비누들을 우리모임 회원들에게
일일이 한 상자씩 나누어준 베품을 손수 실천하는
형이었는데 말도 잘 못하고 행동도 느려진 형이
너무 애증 스럽다
오늘도 두 손을 모아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부디 형님이 훨훨 털고 일어나, 다시 예전처럼 강용철 사무관과 나, 그리고 형님이 나란히 당구대 앞에 서는 그날이 오게 해달라고. 다시 한 번 소주잔을 부딪치며 "그래, 이 맛에 살지"라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동조 형, 이제 그만 털고 일어나십시오. 보고 싶은 얼굴, 얼른 웃으며 봅시다. 우리는 여전히 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울도 길고 날씨도 추운데 동조형! 빨리 일어나고 힘내세요.동조형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