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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Apr 28. 2024

공무원이 되어

         가난 때문에 선택한 직업

우리 집은 너무 돈이 없고, 대가족이고 종갓집으로 먹고살기에도 힘들었다.

동네 마을이라야 5~6 가구가 옹기종기 가족처럼 모여 사는 전기도, 수돗물도 자동차도 들어오지 못하는

깡촌이다.

내가 다니는 국민학교와는 마을도 없는 높은 고개와 숲길 무덤가를 걸으면서 동급생도 없어 울면서,

나일론과 다우다 바지를  입고 검정 고무신발을 신고 10여 리가 되는 험준했던 인적도 없는 오솔길을

따라 힘들게 국민학교를 다녔다.

이렇다 보니 눈이 오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학교에서는 수업도 끝나기 전 수업 도중에 집에 가도록

귀가를 시켰다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 조부모님은 논과 밭, 산으로 일하러 가셔 아무도 집에 계시지 않아 부엌(정개)으로

들어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공동우물가에서 어머님과 할머님이 항아리에 담아 온 샘물을

훌쩍훌쩍 마시면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육중한 철쇠로 만들어진 솥단지 뚜껑을 열어 쌀과 보리의 혼밥을

물에 말아먹고 소꼴을 베기 위해 지게를 지고 부모님이 일하는 들녘으로 나가 부모님을 도우면서 

뼈 아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농촌 가정이 어려웠지만 우리 집은 대가족으로 종갓집으로 너무 어려워 내 어머님은

수십 군데가 구멍 나고 찢어진 러닝과 찢기 우고 다 떨어진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을 신고 동트기 전 새벽부터 석양이 지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시면서 우리 7남매를 키우셨다.

대가족이다 보니  다른 집과 달리 우리 집은 조부모님과 부모님 삼촌과 함께 살면서 삼촌 두 분은 남자이기에

고등학교를 보냈지만 나에게 한 명뿐이었던 누나는 초등학교만 졸업시키고 가사를 도와야 했고,

내 여동생은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 후 멀리 부산으로 가 공장에  취업해  힘들었던 시절을 보냈다.


남존여비 사상과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유교적인 상황이었기에 그나마 나는 무시험으로 읍내에 소재하는 남자중학교에 배정되어 사랑하고 그리운 엄마와 손꼽장난 하면서 성장했던 우리 7남매 곁을 떠나 집에서

30리 떨어진 읍내중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돈이 없어 수업료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항상 이웃집에 가서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고,

부모님이 산에 가서 갈쿠리로 팍팍귺어온 소나무 잎들을 모아 초가 자취방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해 먹고,

방바닥에 온기를 불어넣어 잠을 자야 했다.

그 어린 시절 열네 살에 부모형제 고향을 떠나 처음으로 자취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서러움과 고통을 받아,

중학교를 다니지 않고 포기하려고 했다.

이러한 지긋지긋한 가난과 농촌생활이 싫어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될 때면 되라고 무작정 대도시를

동경하면서 난생처음 대도시인 광주광역시에 학교에서 단체로 올라와 고교입시 연합고사를 치른 후 

인문계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수업료와 생활비가 없어 자취생활도 어려웠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용돈도 항상 부족해 같이 자취하던 친구 백중이랑

오물 수거료를 내지 못해 둘이서 물동이에  직접 똥을 담아 인분을 백운동 밭에 뿌리면서 신분배달로 힘든 

10대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가 어릴 때 바라보는 공무원과 은행원은  소박하고 꿈 많았던  나에게는 선망의 직업이었고, 하얀색 와이셔츠에 공무원배지를 달고 일하는 면사무소 면 직원들을 부러워하면서 동경했다.


읍내에 소재했던 조흥은행에 푼돈이라도 모아 저금 하러 가보면  은행원들의 깨끗한 하얀 y셔츠와 넥타이로 정장한 복장을 보면서 그토록 그분들을 동경하면서 돈이 없어 공사현장과 경비원 음식점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수시로  공부해 일찍부터 공무원이 되고자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현역군인으로 군 복무 3년을 마치고 20대 중반에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이 되어 새마을 사업과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 드디어 박봉의 공무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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