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품격

by 자봉

설 연휴 5일 마지막 날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변함없이 찾아오는 명절이지만 대가족에 종손집이라 너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어서 힘들었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부모님과 편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게 불만 아닌 불만이었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가 버리니 부모님도 남매들도 떠나가고 이제 우리는 “아직 젊다”라고 말하기엔 어색한 나이가 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나이도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무모하게 달릴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젊은 날 우리는 부지런히 일했다.

가만히 있는 법을 몰랐고, 가족을 위해, 조직을 위해,

스스로의 체면을 위해 앞만 보고 걸어왔다.

그 덕에 어느 정도의 기반은 마련해 두었다.


연금이든, 집 한 채든, 최소한의 생활자금이든

“준비된 노후”의 문턱에는 서 있다.

그러나 요즘은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지금까지 벌어온 돈도, 남은 체력도

아껴 쓰지 않으면 금세 바닥이 보인다.

노후는 속도가 아니라 지속력의 문제다.


돈은 많으면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이다.

병원비를 쓰면서도 눈치 보지 않고,

여행을 가고 싶을 때 마음 편히 표를 끊을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을 스스로 사 먹을 수 있는 자유.

그 자유가 곧 노인의 품격이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

타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아도 되는 삶.

그것이 우리가 평생 일하며 지키고 싶었던 마지막 자존심이다.

이제 인생의 방향은 달라져야 한다.

더 많이 쌓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삶으로.

건강을 지키고,

관계를 정리하고,

욕심을 줄이고,

생활을 단단히 다지는 것.

창밖을 보면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충분히 고생했다.

앞으로는 속도를 줄이고,

내 삶의 스틱을 단단히 쥐고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생 후반전은

승부가 아니라 관리다.

건강을 잃지 않고,

품격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내 발로 걷는 삶.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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