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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May 03. 2024

큰 작은 어머님

    - 엄마 같은 작은 엄마-

우리 집은 종갓집이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가 종손이고 장남이다

옛날 옛적 과거에는 교육 수준이 낮고 유교주의 사상이 으뜸이다 보니 할아버지도 한문으로 공부하는 한학을

하시고, 아버지 형제분들도 시골집에서 증조부님과 할아버지한테 대학과  논어 명심보감 등 유교주의 사상에

입각한 한문을 공부하였다.

내게는 작은아버지가 네 분, 고모가 두 분 계시는데, 큰 작은어머니는 66세에 간암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분의 자녀인 사촌들과는 시골 우리 집 이웃으로 초등학교에 같이 다니면서 친남매나 다름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유독 정이 많이 가는 사촌들이다.



할아버지·할머니는 부모님이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모시고 사셨고,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큰 작은아버지 가족들이 살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 등 아무 때나 놀러 가면 작은어머니는 밥을 차려주셨다. 가족 중 누군가의 생일이면 시루떡을 만들어 우리 가족들을 초대해 시루떡과 미역국만으로 차린 상이지만 진수성찬처럼 맛있게 식사했다.


이렇게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이 살면서 논에 모를 심거나 밭에 나가 호미로 풀을 뽑을 때, 산에 올라가 소나무에서 떨어진 소나무 잎들을 긁어모아 집으로 가져올 때 등 많은 시간을 어머니와 작은어머니는 함께하셨다. 또 두 분은 농사를 짓다가 틈만 나면 집 근처 풀이 무성한 산으로 가 도라지와 고사리, 더덕, 봄나물을 캐셨다. 읍내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였다. 그 나물들을 판 돈을 생활비에 보태고,

 자녀들을 키우시느라 많은 고생을 하셨다.


(왼쪽 첫번째가 큰 작은 어머님, 작은고모.할머님.큰고모. 어머님)


또한, 작은 어머니 집에는 방이 두 개이었는데 큰방에서 대 부분 생활하시고, 다른 방에는 추운 겨울철이면

짚으로 가마니와 덥석. 소쿠리를  만들고 새끼줄을 길게 만들기 위한 목재로 만들어진 기구에 빠른 손놀림으로 밤늦게까지 일하시면서 배가 고프시면 고구마와 빨갛게 잘 익은 홍시를 야식으로 드시면서  당신들의

자녀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셨다.

가끔씩 큰 작은 어머니 집으로 내려가 사촌동생들과 간식도 먹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가난하고 소박한

농촌의 옛 시절들이 지금도 나이 들어가면서 자꾸만 생각난다.


큰 작은어머니는 가난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작은아버지와 함께 시장에서 옷을 저렴하게 구입해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로 옷을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아 자녀들을 키우셨다. 그러다 작은아버지는 서울로 먼저 올라와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24시간 격일제로 경비원 일을 하면서 많은 나이에 작은어머니와 어쩔 수 없이 주말 아닌 월말 부부 생활을 하셨다. 그런 생활을 이어가던 중, 작은아버지가 원룸을 얻어 혼자 사시다가 다행히 작은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어머니는 갑자기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가 14년 전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긴 채 하늘의 별이 되셨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시골에서 나의 어머니와 서로 친자매처럼 의지하면서 함께 밭에 나가 풀을 뽑고 곡식을 키우며 농사일만 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시니, 어머님이 별세하신 것만큼 너무 가슴 아프고 서글펐다. 고생만 하시다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살 만해지자 작고하신 큰 작은어머니가 어머니처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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