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살상

현대전에서의 드론, 네트워크 체계, 인공위성 중심으로

by 성주영


2020년 말 화제가 됐던 전쟁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드론의 잠재적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사용됐던 터키제 드론인 바이카르사의 바이락타르 TB2의 제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운용 범위: 320km


길이: 6.5m


폭: 12m


최대이륙중량: 650kg


페이로드(정찰감시장비+무장): 150kg


공격 범위: 8~12km


무장: MAM•UMTAS 대전차 미사일 탑재(MAM의 경우 최대 4발 탑재 가능)


최대 속력: 220km/h


최대 비행시간: 27시간(1일 + 3시간)


터키의 TB2뿐만 아니라 AN-2와 이스라엘제 드론인 하롭도 사용됐는데 아제르바이잔은 이 드론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AN-2이다. 이 드론의 경우 레이더에 매우 잘 걸린다. 그럼 이런 드론을 왜 사용하는 것일까? 바로 위에서 말한 것 때문이다. 레이더에 쉽게 잘 걸리면 격추도 그만큼 쉽게 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걸 통해 적의 방공 진지와 레이더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그렇다 사실상 미끼용 드론인 것이다. 이런 다음 이스라엘제 자폭드론인 하롭을 이용해 적의 방공 진지와 레이더를 파괴한다. 이후 맨 처음 언급했던 터키제 드론 TB2를 활용해 적의 전차, 다연장 로켓포, 곡사포 등을 격파한다.


이번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 전쟁도 드론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전쟁이다. 앞서 언급했던 터키제 드론인 BT2는 우크라이나에도 수출됐기에 우크라이나군도 이 드론을 현재 전쟁터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기다가 미국제 소형 정찰용 드론인 RQ-20 퓨마(CNN 뉴스 영상에 나오는 드론)도 사용해 러시아군 전차와 보급 트럭, 곡사포 등의 위치를 발견해 그 위치로 포격을 요청하는 식으로 러시아군에 대항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국이 1조 원가량의 추가 지원을 해줬는데 그 지원 목록에 들어있던 여러 무기들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정찰용 드론인 스캔 이글이다. 이 드론은 24시간 이상 공중을 비행하며 지상과 바다를 전부 정찰할 수 있는 최첨단 드론이다. 이러한 드론의 지원은 우크라이나군의 정찰 능력을 한 층 더 강화해 줄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일본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지원해 준 드론은 프랑스 기업 패럿의 아나피 서멀로 추정되는데 이 드론의 제원은 아래와 같다.


무게: 315g


비행 지속 시간: 약 25분


최대 운용 범위: 4.5km


기능: 열 탐지 기능, 수평 비행 기능, 한 곳에 머물며 정찰하는 기능 탁월


속도: 50km/h


자위대는 이 드론을 자연재해 발생 시 구조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의 항공•군사평론가인 아오키 요시모토는 일본에서 지원한 이 드론이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CNN에 따르면 미정보부가 이란도 러시아에 무기 탑재가 가능한 자국산 UAV(=무인 공격기) 수출과 이것에 대한 군사 훈련을 러시아군에게 시켜줄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거기다가 8월 23일 타이완 뉴스는 폴란드 매체 WP Tech을 인용해 대만의 드론 업체인 드론스비전이 생산한 리볼버 860 800대가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인도되었다고 전했다. 이 드론의 제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중량: 42kg


지름: 1.35m


무장: 60mm 박격포탄(최대 8발까지 탑재 가능)


비행 거리: 20km


비행시간: 20~40분


WP Tech은 한 폴란드 중개인이 대만 업체에 리볼버 860을 주문한 뒤 우크라이나군의 수취인에게 인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드론스비전의 한 관계자는 고객과의 비공개 계약 조건으로 인해 폴란드인에게 선적됐다는 사실만 알려줄 수 있다며 추가적인 정보 공개를 꺼려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맨 처음 언급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만큼이나 드론의 활약이 돋보이는 전쟁이다.


이렇게 21세기 전쟁터에 있어서 드론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6•25 전쟁 때 포 하나 없어서 서러워했던 국방부가 지금은 포방부가 된 것처럼 이게 바로 향후 대한민국 국방부가 전장의 변화에 발맞춰 드론의 보급•배치를 확대함으로써 드방부(드론+국방부)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여담으로 조금 더 추가하자면 드론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주 사용된 것이 바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다. 이 스타링크는 스페이스 X에 의해 건설된 위성군이며 광범위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용도로 제작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여러 군데에서 활용했다.


드론 작전 지원: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작전에 필수적인 실시간 정보 공유와 조종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드론으로 러시아군의 위치 정보를 수집했고 가미카제(자폭용) 드론으로 러시아군에 정확한 타격을 가능하게 했다.


포병 부대 지원:


스타링크는 포병 부대가 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포격을 가하는 데 필요한 통신과 위치 좌표 등을 제공했다.


지상 통신망 대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서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안정적인 통신 환경을 제공하여 작전 수행을 가능하게 했다.


민간 통신 지원:


전쟁으로 인해 통신망이 끊긴 지역에서 민간인들에게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여 기본적인 생활 유지와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포병 작전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으며,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평화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활용을 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했었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내 자국 점령지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며 초기 우크라이나군이 우위를 점했던 네트워크형 통합 전술 분야에서의 이점이 점점 좁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에는 변함없다.


이뿐만 아니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가 역공세를 통해 하르키우 전역을 해방한 소식을 다들 접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때도 우크라이나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지휘 체계를 중심으로 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체계적인 전술을 운용, 포병 전력과 보병 전력, 전차 부대 등 병과 간의 협력(제병합동전술)을 통해 공세를 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보급로를 차단•교란하기 위해 자국이 운용 중이던 구소련식 화포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HIMARS를 비롯한 포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집중 공격했고 이와 함께 네트워크 기반의 지휘통신 체계가 중요하게 활용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상군(보병과 전차, 자주포, 다연장 로켓포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체계적 전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이에 더해 현장의 일선 지휘관들에게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전장에서의 변수에 유동적•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했다.(이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역시 활용한 바 있다. 이 역시 나치가 개전 초기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지휘관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모든 전술은 서방 즉 미국과 유럽 엄밀히 따지자면 NATO가 제공해 줬다. 여기에 서방 각국의 정보 당국 특히 미국 CIA에서 전해져 오는 러시아군에 대한 정보까지 결합되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 러시아를 상대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반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최신식 전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고, 변화하는 전장에 발맞추어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무기 체계 또한 점점 더 서방화되었다.(물론 여전히 구소련식 무기도 잔재해 있지만) 다만 전쟁이 시작된 지 꽤 지난 지금은 러시아도 이런 전술을 습득해 가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우위를 점해왔던 이 분야에서의 이점을 갉아먹고 있다. 심지어 북-러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북한군 역시 우크라이나 전장에 파병되며(자세한 건 ‘연회’ 편 참고) 이런 환경 특히 드론을 활용하는 전술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이는 나중에 한국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왜 앞서 한국 국방부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는지 감이 올 것이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가미카제(원이 고려와 연합해 가마쿠라 막부 침공 시 태풍이 불어 두 차례에 걸친 여-몽 연합군의 공격을 막았는데 이때 가마쿠라 막부가 이를 신을 뜻하는 ‘가미’ 바람을 뜻하는 ‘카제’를 섞어 신의 바람 즉 신풍을 의미하는 단어를 만든 게 어원이다.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을 타고 배에 부딪혀 자살 공격하는 전술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 단어다.)와 가이텐(자살 돌격용 어뢰. 이 안에 조종사가 탑승해 어뢰를 직접 몰아 배에 들이박는 전술) 그리고 신요 보트(목재로 만든 소형 보트다. 대량의 폭발물을 싣고 사람이 직접 조종해 군함에 들이받는 전술이다.) 등을 비롯한 자살 공격 전술은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비인륜적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군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실로 가공할만한 전술이었다. 미국 측 기록을 종합해 보면 필리핀 전투에서는 미국 측 보고서 추정치로 약 27%의 직접 명중률을 기록했다. 또한 오키나와 전투 당시 총 793회의 가미카제 공격 중 181회가 직접 명중했고 이를 퍼센트로 환산하면 23% 정도 된다. 피해를 준 근접 충돌은 약 95회 즉 12%로 합산하면 도합 35%의 명중률을 보여준다. 가미카제가 1944년 10월 필리핀 전투 중 레이테만 해전 때 처음 등장한 걸 감안해 보면 사실 이는 주목할만한 전술이다.


그리고 저때는 기술의 한계로 인간을 태워 직접 조종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 기술적 한계가 극복되어 무인 조종 드론으로 자폭 공격을 한다. 오죽하면 이를 국내에서는 자폭용 무인 항공기라고 명명하며 서구에서는 Kamikaze UAV라고 부를까. 물론 일본이 미래에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의도적으로 고안한 전술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기술적 한계가 극복되어 반인륜적 논란이 사라짐으로써 현대전에서 널리 쓰이게 된 전술이라는 점에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일본이 현대의 군사적 전술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

전쟁이 변하고 있다. 전자전(Electronic Warfare/EW)과 정보 수집, 위성•정찰•통신, 드론을 통한 가성비 자폭 전술, 인공위성과 네트워크 시스템 등 전쟁과 관련한 최신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다양한 신무기가 사용된 제1차 세계대전과도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자세한 건 ‘유사점‘ 편 참고) 전통적인 재래식 전력만으로, 숫자와 규모로 싸우는 시절은 지나갔다는 점에서 제1차 세계대전과는 또 다르다. 더 섬뜩한 건 인간이 동족을 더 많이 죽이는데 필요한 기술 개발에 점점 더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인간의 본성은 어디 가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먼 고대 시절의 제자백가 중 한 명이었던 순자의 성악설은 옳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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