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씨앗
*들어가기 전: 오늘도 역시나 한국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므로 이 점 유의하시며 읽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글 4.의 내용은 어제 업로드했던 ‘진실: 불편한 현실‘ 편과 연관이 있으므로 4.를 읽으시기 전 ‘진실: 불편한 현실’ 편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4.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것과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일본은 한국을 백색 국가(일본에서 지정한 안보 우방 국가 다른 말로 화이트 리스트라고도 부름)에서 제외시켰다. 일본의 이러한 행위를 위법행위 또는 불공정하거나 비우호적인 행동에 대해 대응하는 수단으로써 보복 조치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본은 한국의 어떤 행위를 위법행위 또는 불공정•비우호적 행위라고 본 것일까? 지속적으로 언급한 한•일 위안부 합의 효력 부정, 집요한 배상•사과 요구와 같은 번복 행위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효력 부정과 끝없는 사과와 배상 요구를 일본에 대한 비우호적•불공정 행위로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도 당시 신조 아베 총리는 이러한 조치가 위안부 합의 번복으로 인한 신뢰 관계 훼손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응해 한국 내 반일 감정은 확대되었고 이는 반일 운동(No Japan)으로 이어짐으로써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후 일본의 해상 자위대 초계기가 네 차례에 걸쳐 한국 군함 부근에서 위협적인 저공비행(적어도 한국 입장에서는 말이다.)을 시전 했다. 이 역시도 한국의 위안부 합의 번복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더욱 심화되었다.
일본이 행한 일련의 조치들(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시킨 것&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사태들은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번복과 관련 있으며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위와 같은 조치들을 실행함으로써 외교적인 차원에서 경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이에 대해 한국은 진지한 성찰은커녕 반일 감정으로 점철되었고, 반일 운동(No Japan)을 통해 한•일 관계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했다. 이러한 사태는 한•일 관계가 이렇게 복잡하게 된 것에 대해 한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라도 이러한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아 일본과 한국 사이의 오해를 풀고 적절한 방식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관리해 급변하는 국제 정세(신냉전)에 대처해야 한다.(돌이킬 수 없는 위헌적인 계엄령으로 탄핵을 당했지만 그래도 위와 같은 점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향성이 옳았다고는 할 수 있겠다.)
5. 동해 표기 문제: 가끔 외국 지도나 방송에서 하는 외국인들의 발언을 보면 동해를 일본해라고 일컫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마다 한국인들은 일본해가 아니고 동해가 옳은 표기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답을 먼저 하자면 아니다. 1921년에 국제수로국(International Hydrographic Bureau=IHB)이 설립되었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난 1929년에 일본제국이(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써 주권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자고 주장했고, 당시의 회원국들은 별 이견 없이 동의했다. 그렇게 하여 국제사회는(한국 제외) 동해를 일본해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1992년부터 일본해 대신 동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 근거들이 바로 1974년과 1977년에 채택된 IHO(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IHO/1970년에 출범했으며 위에서 언급한 IHB가 IHO의 전신임.)의 결의안이다. 그 결의안은 아래와 같다.
1974년에 채택된 결의안:
"2개국 이상이 공유하고 있는 지형에 대해 상이한 명칭이 사용되고 있을 경우에는 우선 당사국 간 동일 명칭에 합의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서로 다른 명칭을 병기할 것을 권고한다."
1977년에 채택된 결의안
"2개국 이상의 주권 하에 있거나, 2개국 이상에 분할되어 있는 지형물에 대해 당사국 간 단일 지명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각 당사국에 의해 사용되는 지명을 모두 수용하는 것을 국제 지도 제작의 일반 원칙으로 권고한다."
일본은 이에 대해 이렇게 반박한다. "위 IHO의 결의안들 모두 바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형•지물(제도나 섬 또는 암초 등)에 관한 것이기에 바다에는 적용될 수 없다." 실제로도 위 두 결의안을 살펴보면 지형, 지형물, 지명이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이는 해석의 차이다. 일본은 좁은 의미에서 저 단어들을 해석한 것이기에 바다는 저기에 해당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넓은 의미로 저 단어들을 해석한 것이기에 바다 또한 저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각 국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현실에서는 동해와 일본해를 동시에 병기하고 있는 국가가 있고 여전히 동해 또는 일본해라고 단독으로 표기하는 국가도 있다. 다만 일본해가 1929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어 왔기에 관습적으로 그 명칭이 굳어져서 그런지 아직까지 일본해라고 단독으로 표기하는 국가들이 동해라고 단독으로 표기하는 국가들보다 많다. 예시를 한 번 살펴보자.
*국제수로국(International Hydrographic Bureau/IHB)은 1921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이후 1970년에 현재의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IHO)가 출범한다. IHB는 IHO의 전신이다.
G20과 OECD 국가들 중 동해라고 표기하는 국가: 터키, 인도네시아
G20과 OECD 국가들 중 일본해라고 표기하는 국가: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라트비아,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러시아, 중국, 사우디 아라비아, 미국
G20과 OECD 국가들 중 일본해/동해라고 공동 표기하는 국가: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칠레,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멕시코,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체코, 벨기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G20과 OECD 국가들 중 표기가 없는 국가: 에스토니아, 폴란드, 스위스,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미국의 경우 2014년부터 일본해 단독 표기를 유지했다. 이는 미국 BGN(United States Board on Geographic Names)이 단일지명책을 고수함에 따라 이에 근거해 일본해가 옳은 명칭이라고 판단해서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9년 미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 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전달한 것이 그 예시다.
*BGN(United States Board on Geographic Names)은 자국 내는 물론 해외 지명 표기 원칙과 정책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의 기관이다. BGN이 표기 방식이나 지명을 정하면 미국 연방정부는 물론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서도 이를 따라야 한다.
어찌 되었든 지금 현시점에서 IHO의 결의안과 국제사회의 표기 사례들에 의하면 동해라는 명칭도 맞고, 일본해라는 명칭도 맞다. 어쩌면 국제사회에서의 관습상 1929년부터 사용되어 온 일본해라는 명칭이 타국에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어떤 명칭을 사용하든 그건 각 국가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 한국은 그 결정을 그 국가에 대한 주권적 차원에서 존중해야 한다. 욱일기와 같이 우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동해 표기를 강요하고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 일본인이 동해라 부르든 한국인이 일본해라 부르든 둘 다 잘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