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자원의 보고를 사이에 둔 각축전

by 성주영


7. 제7광구 문제: 제7광구(한•일공동개발구역)란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섬의 서쪽 사이에 위치해 있는 대륙붕을 말한다. 여기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어 한국과 일본이 관심을 가지던 지역이었다. 1970년 5월 박정희 정부 치하의 한국은 이 대륙붕을 먼저 개발해 영유권을 선포했으나 일본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탐사기술과 자금이 없어 1974년 일본과 이곳을 공동개발 하자며 한•일 대륙붕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의 효력은 1978년부터 발효되었고 50년 간 지속되기에 오는 2028년 효력이 만기될 예정이지만 2025년 6월부터 양국 중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조약 파기를 선언할 수 있고 만약 이렇게 되면 조약은 조기에 효력을 잃게 된다.



협정이 체결될 때만 해도 당시 국제해양법상 대륙붕 경계 기준인 육지의 자연연장론이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체결되면서 중간선 원칙이 새로운 해상 경계 획정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중간선 원칙은 일본에게 유리하다. 중간선 원칙을 따를 경우 제7광구의 90%가 일본에 속하게 된다. 이는 해양국제법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국제법 전문가들도 일본이 제7광구의 대부분을 들고 가는 것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이 최대 제7광구의 일부라도 들고 오거나 최소 여기를 공동개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중국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EEZ(배타적 경제 수역)과 대륙붕 경계선을 보여주는 사진


*배타적 경제 수역: 연안국이 자국의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 해양 자원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가지는 수역을 의미한다. 이는 유엔 해양법 협약에 근거하며 수산 자원, 광물 자원 등 해양 자원의 탐사 및 개발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는 대신 자원 관리 및 해양 환경 보호의 의무를 진다.


**대륙붕(大陸棚 / continental shelf): 수심이 35m ~ 240m인 대륙의 연장 부분으로 해수면의 상승과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운반된 퇴적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영해 밖에 있는 비교적 얕은 공해의 해저 부분을 말한다.


대륙붕을 간략히 묘사한 일러스트
해역개념도/해역개념도는 영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대륙붕 등 국가의 관할권이 미치는 해역의 범위와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나 지도를 의미한다.


일단 최소 제7광구를 일본과 공동개발하거나 최대 제7광구의 일부라도 가지고 오려면 일본과 한국 간의 접점이 있어야 한다. 중국은 현재 해저지하자원 때문에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이 점을 활용해 일본을 자극하는 것이다.


일본에 접근해서 다음과 같은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중국이 현재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그러면 중국과 일본이 제7광구를 공동개발 하거나 중국이 일부라도 들고 가려할 것인데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 상당히 껄끄러워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 제7광구에 대해 집요하게 영유권 또는 개발권을 피력할 경우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전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간섭이 확대•심화될 수 있는데 일본 입장에선 이러한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한 중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7광구를 개발할 경우 추후에 이견이 생겼을 때 양국이 경쟁 상대이자 견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현재 일본 정부(글을 썼던 시점 기준으로는 기시다 후미오 이 글을 업로드하던 시점으로는 이시바 시게루)가 업적으로 내세우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한•일 관계 개선이기도 하니 이러한 한•일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겸 대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이 서로 완만히 합의하여 제7광구를 최소 공동개발하거나 최대 제7광구의 10%만이라도 한국에게 양도하는 것이 양국에게 득이 되지 않겠냐는 논리로 일본을 설득하면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개발권 지분을 협상하는 것이다. 어차피 국제해양법상 일본에게 대부분 넘어가는 것을 이렇게 외교를 통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가져오거나 혹은 공동개발 하는 것이 일방적으로 욕심 내서 더 많은 지분에 대한 영유권이나 개발권을 주장하다가 협상이 결렬되어 한국 대신 중국이 일본과 공동개발하거나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나리오보다 훨씬 낫다.


정리하자면 제7광구의 10%에 대한 한국 고유의 영유권 주장보다 일단 먼저 공동개발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한•일 공동개발협정을 연장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 측에서 한•일 공동개발협정 연장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은 제7광구의 90%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인정해주되 제7광구의 남은 지분에 대해서라도 영유권을 주장해야 하며 또한 이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 견제 명분을 내세워 일본 측의 공감과 협조를 유도해 왜 일본이 한국에게 제7광구에 대한 최소한의 지분이라도 넘기는 것이 한-일 양국에 득이 되는지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최소 공동개발, 최대 10%에 대한 영유권 확보를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10%는 어디까지나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의미하는 것이고 일본의 양해 하에 그 아래로도 주장할 수 있다. 지분이 어찌 됐든 일단 중요한 것은 중국이 파고들기 전 우리가 들고 와야 한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설령 우리가 적은 지분을 들고 온다고 하더라도 그건 당연한 것이다. 국제해양법상 일본에게 대부분 넘어갈 것을 우리가 협상을 통해 최소만이라도 들고 오는(90%에 해당하는 일본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한 일부 영유권 주장 등)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위 시나리오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애초 일본이 한-일 공동개발협정 시한 연장을 거부하는데 제7광구 지분 중 10%를 한국에게 넘기겠냐는 반박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이 중국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이러한 반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 시나리오는 그저 협상장에서 예측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 중 하나를 가정해 만들어 놓은 대비용 아이디어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 시나리오는 ‘그럴 수도 있겠다.‘ 수준으로만 봐도 무방하다. 이 방법 말고 다른 외교적 방법을 통해 한•일 양국이 제7광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대응 방법을 갖춰놓는 것도 외교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쓸데없이 불필요한 반일 감정으로 일을 그르칠 것이 아니라 외교적 방법을 통해 한•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협정 중단 통보를 유예했다. 현재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일본 정부도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06/22/VP3LMTPIVFD47BCPEQZNA5IIKU/?outputType=amp


일본의 이러한 결정에는 새롭게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실리 외교를 주창하며 대일 관계 역시 신경 쓰겠다고 한 것에 관해 일본 측의 기대감이 작동한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정부 때만큼이나 한-일 관계가 막장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협정 종료 통보가 가능한 지금(2025년)부터 협정 종료 시점인 2028년 이후에도 재협상의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의 또 다른 변수는 현임 총리 이시바 시게루의 정치적 위기, 기시다 후미오와 이시바 시게루를 포함한 일본 자민당 내 온건파의 향방, 일본 선거 주기, 자민당 내 강경파의 득세 여부, 참정당을 비롯한 자민당 강경파보다 더 심한 극우 정당의 급부상•약진 등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해 위에서 주장한 시나리오들이나 또 다른 시나리오들을 준비해서 제7광구 문제를 외교적 분쟁이 아닌 외교적 합의로서 한-일 관계 개선의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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