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의 민낯, 짓밟힌 우크라이나의 저항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현재 전 세계의 외교적 불투명성이 급증한 가운데 국제 사회에서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단 트럼프는 기후 위기로 인해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북극 항로를 개발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희토류 확보를 위해 러시아와 손잡고자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역닉슨 체제(중-소 국경 분쟁과 중국의 마오 쩌둥과 흐루쇼프 간의 스탈린에 대한 이견 이로 인한 소련의 대중국 원조 중단 때문에 양국 간의 관계가 악화된 틈을 타 닉슨과 키신저가 핑퐁 외교를 통해 중국을 소련 포위망에 가담시킨 것을 닉슨 체제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는 이때와 반대로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기에 이러한 전략을 역닉슨 체제라고 한다.)를 통해 러시아를 끌어들여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광물 협정 서명을 압박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산 광물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 이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증(안전 보장)을 서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점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러시아가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냐는 것이다. 즉 역닉슨 체제의 성공 여부다. 중•러가 손을 잡은 이유는 포괄적으로 봤을 때 반서구•반미 때문이다. 현재는 우크라이나에 관련한 문제로 일시적으로나마 미국과 손을 잡지만 이게 언제까지 가느냐다. 또한 중국과 외교 관계를 섣불리 단절할 수 있냐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2023년 한 해만 해도 러시아의 대중국 무역은 1900억 달러(약 235조 원) 가량의 무역 흑자를 보고 있으며 2024년 한 해 동안 러시아와 중국 간의 누적 무역액은 2222억 7450만 달러(약 323조 원) 가량이다. 과연 이러한 무역 흑자를 포기할 만큼 러시아는 미국 쪽으로 붙어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하겠냐는 것이다.
둘째, 딜레마다. 현재 역닉슨 체제와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미국의 트럼프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에 압박을 가해 협상을 강제로 이룩시켜 휴전 합의를 볼 예정이다. 그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광물 협정 체결 서명을 강요했고, 인공위성을 통해 전달하는 군사 정보에 제한을 두는 등 강수를 뒀다. 반대로 러시아에게는 경제 제재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우크라이나에 다시 무기 공급을 재개하는 것으로(사우디에서 우크라이나-미국 양측이 30일 간 일시적 휴전 합의를 본 직후 무기 공급을 재개했다.) 러시아에 압박을 가했다. 여기서 문제는 광물 협정과 북극 항로 개척을 위한 미국의 행보다. 일단 먼저 트럼프는 양국 사이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저런 양면 전략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체가 문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광물 협정을 체결해 미국에 희토류를 싼 값에 넘겨준다면 경제적 이득을 담보로 안보 보증을 서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북극 항로와 희토류에 대한 러시아와의 협력이다. 미국이 광물 협정으로 인한 경제적 이윤을 핑계로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을 서준다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꼴 사나운 일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방책이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없어 보인다. 상황이 저렇게 될 경우 트럼프는 어떻게 해결할 건가? 그리고 현재 푸틴은 트럼프의 저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쿠르스크주를 향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협상 카드라 할 수 있는 쿠르스크를 재탈환한 후 협상에 응하겠다는 모양새다.
셋째, 미국이 도박과 같은 역닉슨 체제를 실행시키면 기존의 동맹국들 간의 신뢰성 저하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에 대한 반감과 회의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유럽의 동맹들 뿐만 아니라 아•태 지역의 동맹국들에게도 미국에 대한 불신을 심겨주게 된다. 이럴 경우 각 나라들은 자국의 생존을 위해 중•러와의 밀월 관계까지도 고려해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트럼프의 역닉슨 체제를 통한 대중국 포위망은 강화되기는커녕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가 이 틈을 파고들어 미국의 외교적 지위를 약화시킬 게 뻔하며 이를 통해 오히려 중•러 양국은 미국 견제라는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경우 러시아는 트럼프의 역닉슨 체제 덕에 경제 제재도 해제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일정 부분 전략적 성과를 달성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더욱 자신감을 가질게 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 정책인데(미국이 역닉슨 체제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강제로 화해시키는 것도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통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요해지는 건 자원 외교다. 이 경우 천연가스와 기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부분적 승리에 힘입어 국제무대에서 힘을 발휘할 게 자명하다. 이러면 오히려 중•러 견제는커녕 미국의 패권적 지위만 약화시킬 게 뻔하다.
현재 국제 정세가 불투명한 이유는 또 있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 중심주의다. 이 또한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들 간의 신뢰 하락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끝내려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달러는 보통 강세 즉 통화 가치가 높다. 이 말인즉슨 고금리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고금리는 소비에 부담이 되고, 달러가 강세면 미국의 수출에 부담이 된다. 이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관세를 통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리스크까지 내포하고 있는 상태다. 이걸 그대로 가져가면 미국에 손해다. 그래서 미국은 달러화를 약화시켜 수출을 증대시켜야 하고 금리를 낮춰 소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23일과 4월 4일에 연준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했으나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명목으로 금리 인하를 거절한다.(참고로 연준이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금리를 인하시키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의 이러한 완강한 태도에 대응해 은행 규제 완화 등을 통하여 시장 내 국채 매입을 유도함으로써, 금리 인하 효과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려 하고 있다. 이는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동시에 시장 압력을 통해 소비 활성화와 달러 약세 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와 동시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관세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으니 원유 생산 증대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조기 종식을 통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활성화를 유도해 국제 에너지가 하락을 유도하고 또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도 유예해서(이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자칫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 비용을 높이고,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초래해 내수 위축과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려는 계획이다. 즉, 다시 말해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 보호를 위하여 고율 관세를 선호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일정 수준의 관세 유예 또는 조정을 고려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스스로가 관세 부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메킨리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이다.(메킨리 대통령은 하원의원 시절부터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을 주창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관세의 왕 또는 관세 대통령이라는 별명도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 광물인 희토류 확보에도 혈안이다. 그래서 더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조기 종식시키고, 그린란드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눈독을 들이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