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스캔들이 아니다 – 우크라이나를 향한 복수극

폭풍우 속의 국제 질서와 '트럼프'의 민낯

by 성주영

이외에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인적•정치적 원한도 존재한다. 2020년 대선 직전인 2019년 당시 유력 대권 후보였던 조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은 2014-2019년까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에서 이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부리스마 홀딩스는 당시 우크라이나의 검찰총장 빅토르 쇼킨에 의해 수사를 당하는 중이었다. 트럼프 측 주장에 따르면 바이든이 부통령이었던 시절인 2016년에 그는 빅토르 쇼킨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의 대출 보증을 철회하겠다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안 가 빅토르 쇼킨은 우크라이나 의회에 의해 해임되었다. 이후에 새로운 사실이 알려진다. 바이든이 빅토르 쇼킨을 해임하도록 요구한 것은 자신의 차남 문제 때문이 아닌 오히려 쇼킨이 즐로체프스키로부터 뇌물을 받는 대가로 직권 남용과 돈세탁을 자행한 그와 관련된 수사를 묵인하고 지연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기에 쇼킨 해임을 요구한 것이라는 게 그 내용이다. 실제로 영국 등 타국 정부도 이와 같은 이유로 쇼킨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헌터 바이든이 연관되어 있다는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압박을 넣는다. 그는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군사 원조를 중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당시 우크라이나는 2014년부터 시작된 돈바스 내전에서 미국의 원조를 등에 업고 친러분리주의 세력과 싸우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내부 고발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같은 행위가 미국 대통령의 월권행위이자 타국의 주권 침해라며 비판했다. 결국 이게 도화선이 되어 당시 민주당이 다수였던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다. 그러나 2020년 초 이 탄핵소추안은 공화당이 다수였던 상원에서 부결된다.


이 사건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라 한다. 이 스캔들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여러 요인 중 하나였으며, 결과적으로 그는 연임에 실패하고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로 인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악연을 맺게 된다. 현재 트럼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에는 이 스캔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더해 공화당 내에는 크게 두 부류가 존재한다. 첫 번째 부류는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 두 번째 부류는 현재 미국의 국력에 한계가 있으니 효율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부류다. 보통 첫 번째 부류는 레이거니즘(레이건주의), 두 번째 부류는 트럼피즘(트럼프주의)으로 불린다. 트럼프의 등장 이후 공화당도 세대교체를 겪으면서 평균 정치인의 나이가 많이 젊어졌다. 이 말인즉슨 트럼프 등장 이후 공화당에서 활약하는 트럼피즘의 역할이 커졌고 반대로 냉전 때부터 활약해 왔던 원로 공화당 세력인 레이거니즘의 역할은 축소되었다는 의미다. 그 결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그에 대한 충성파가 득세한 현재 공화당에서는 불필요한 개입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럽에서 발을 빼는 등 선택적 개입주의(자국에 이익이 되면 개입 안 되면 철수하는 방식 즉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보다 경제성에 초점을 두는 외교 노선 한마디로 비즈니스 관계와 유사함.) 또는 고립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외교 잡지 포린 폴리시에 올라온 스티븐 월트라는 방어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교수의 칼럼에 의하면 트럼프는 EU를 미국의 동맹이 아닌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하나의 거대한 블록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유럽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하면서 되도록이면 자국의 방어는 자국이 알아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발을 빼고 싶어 했던 닉슨이 닉슨 독트린을 통해 아시아 국가의 방어는 일차적으로 아시아 국가의 책임이라면서 소련이 핵전쟁을 일으키거나 침공하지 않는 이상 자국 방위는 자국이 담당하라고 요구했던 것과 유사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트럼프와 근의 측근(특히 J.D 벤스 부통령)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 2차 이라크 전쟁(2003-2008)과 같이 굳이 안 해도 되는 전쟁을 통해 힘을 너무 많이 소모했던 사례를 근거 삼아 미국은 과도한 개입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실제로 국제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위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해 힘을 소진했고 그 틈을 타 조지아-러시아 전쟁(2008), 중국의 G2 등극(2010)등 중•러의 급부상으로 신냉전이 시작됐다고 본다.)


이 모든 것들 때문에 현재 국제 정세가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러한 불투명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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