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범고래

거함거포주의의 소멸과 항모의 등장

by 성주영



해전의 경우 19세기 때는 거함거포주의(탑재된 포의 개수와 포의 구경을 중시하는 사상)가 유행이었고, 이는 1차 대전 때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양상도 보였는데 바로 잠수함의 도입이다. 1차 대전 때는 잠수함이 해상에서 유용하게 쓰였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독일의 U-Boat(유보트)다. 독일은 이러한 유보트를 활용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군수품을 유럽의 서부 전선으로 운반해 주는 수송선을 대서양에서 공격했다. 하지만 이러한 작전은 민간 선박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민간인들도 많이 죽어 나갔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게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인한 루시타니아호 침몰 사건이다.

이후 2차 세계대전 때는 거함거포주의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 계기가 된 사건이 바로 진주만 공습과 미드웨이 해전이다. 이 두 차례의 해전을 통해 전함과 대포를 중심으로 하는 해전의 패러다임이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해전에서의 항공모함과 전투기의 성능이 앞으로의 해전을 좌우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으며 이러한 전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패러다임은 냉전을 거쳐 지금까지 지속 중이며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미국의 제7함대다. 현대에서 미국은 항모 개수만 해도 11척이다.(10척의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모와 제너럴 R. 포드급 원자력 추진 항모 1척이다.) 그리고 이 모든 항공모함은 원자력 추진으로 작동된다.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이 좋은 이유는 재급유 없이도 장시간 해상에서의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중국은 이러한 미군의 항모 대대의 전력을 뛰어넘기 위해 항공모함 생산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주력 항모만 산둥함, 푸젠함, 랴오닝함 3척이 있고 2035년까지 군 현대화의 일환으로 6척의 주력 항모를 확보하겠다고 계획한 상황이다. 그중 2척은 원자력 추진으로 설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또한 이즈모급 경항공모함 2척, 휴가급 헬기 구축함 2척을 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의 카보우르급 항모,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 프랑스의 샤를 드골급 항모가 있으며,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급 강습상륙함 있고(강습상륙함이지만 사실상 경항모로 쓰이고 있음), 호주에도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급을 참고해 만든 캔버라급 강습상륙함이 있다.(이 역시 사실상 경항모로 운용 중), 튀르키예 역시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급을 본떠 만든 TCG 아나돌루급 강습상륙함이 있는데 사실상 경항모로 운용 중이다.(이 항모는 튀르키예의 대표 드론 바이락타르 TB2의 상위 버전인 TB3를 탑재할 수도 있다.), 인도는 비크란트급 항공모함과 비크라마디티야급 항공모함을 운용 중이다. 후자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도입•개조한 항모다. 러시아는 쿠즈네초프급 항모를 운용 중이다.(비록 최근에는 항모 운영의 효율성과 경제성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보수•수리 작업을 중단시키고 폐기시켜야 한다는논의가 오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국은 항모가 없다.


호주의 캔버라급 강습상륙함의 모습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급 강습상륙함의 모습


튀르키예의 TCG 아나돌루급 강습상륙함의 모습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모습


미국의 제너럴 R. 포드급 항공모함의 모습


중국의 푸젠함의 모습


중국의 랴오닝함의 모습


중국의 산둥함의 모습


일본의 이즈모급 경항공모함의 모습


일본의 휴가급 헬기 구축함의 모습


이탈리아의 카보우르급 항공모함의 모습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의 모습


프랑스의 샤를 드골급 항공모함의 모습


러시아의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의 모습


인도의 INS 비크라마디티야급 항공모함의 모습


인도의 INS 비크란트급 항공모함의 모습


이외에도 해전에서 중요한 무기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추진 방식에 따라 원자력 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으로 구분되며 수행 임무에 따라 탄도 미사일 잠수함(SSB, SSBN), 순항미사일 발사 잠수함(SSG, SSGN), 공격용 잠수함(SSK, SSN) 등이 있다. 끝의 N은 원자력 추진을 의미한다.(Nuclear 할 때 그 N이다.) 그중에서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단연 으뜸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처럼 재급유 없이도 장시간 수면 아래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탑재 성능과 기동 성능 등의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특히나 SLBM과 결합되면 적의 전략 거점을 들키지 않고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국은 얼마 없다. 미국(72척), 중국(12척), 러시아(32척), 프랑스(8척), 영국(11척), 인도(2척)가 전부다. 이들 국가는 재래식 잠수함과 더불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국가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재래식 잠수함 밖에 없다. 미국의 대표 원잠(원자력 추진 잠수함)에는 오하이오급과 로스앤젤레스급, 시울프급이 있고, 중국에게는 093형, 091형이 있으며, 러시아에는 보레이급, 아쿨라급이, 프랑스에는 바라쿠다급, 르 트리옹팡급이 있으며 영국에는 뱅가드급, 아(어)스튜트급이, 인도에는 INS 아리한트급이 있다. 일본의 경우 비록 원잠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소류급과 타이게이급이 있고, 한국에는 도산안창호급이 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미국의 시울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중국의 093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중국의 091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러시아의 보레이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러시아의 아쿨라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프랑스의 바라쿠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프랑스의 르 트리옹팡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영국의 뱅가드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영국의 아(어)스튜트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인도의 INS 아리한트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모습


일본의 소류급 재래식 잠수함의 모습


일본의 타이게이급 재래식 잠수함의 모습


한국의 도산안창호급 재래식 잠수함의 모습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하면 한국과 관련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일단 한국은 저농축 우라늄을 보유할 수 있다. 2015년에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하면 20%까지는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다. 그리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모두 저농축 우라늄을 요구하기에 현재 20%까지 우라늄을 농축시킬 수 있다면 한국 역시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항모를 개발할 수 있다. 다만 20%까지의 우라늄 농축은 어디까지나 평화적 목적과 상업적 목적에 국한된다는 전제 하에 미국의 허가가 있어야 하므로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항모 보유를 할 때 미국에 평화적 목적으로 비치느냐 안 비치느냐 혹은 이를 최대한 숨길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여담으로 최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세와 방위비 분담 증액에 맞대응하며 미국의 허가 없이 상업 목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라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 전기 생산에 재활용하는 과정이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를 농축하거나 플루토늄-239를 재처리해 순도를 높이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단 트럼프 측에서도 긍정 신호를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해주면 얼마든지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넓어지기에 한국의 군사력을 증강시켜 방위 부담을 더 지우게 해 중국 견제에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위와 같은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묵인해주기는 하겠으나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예를 들자면 사드 배치 당시 한한령 확대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등)을 대신해서 막아줄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듯 하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위의 한미상호원자력협정의 한계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은 재래식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에 디젤-전기 추진 방식을 적용 여기에 더해 수중에서의 작전 수행 시간을 늘리기 위해 AIP(공기불요추진체계)를 달아서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정 시간 동안 잠항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AIP에는 고성능 연료 전지를 달아 수중 작전 능력을 더 향상시켰다. 그렇게 하여 한 번 잠항하면 20일 이상을 수면 아래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재급유 없이 수개월을 잠항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성능이다 또한 SLBM 개발에 성공했기에 여러 가지 제반 사항과 재정적•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본다면 한국에게는 원자력 추진 항모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가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여담으로 2차 대전 때까지만 해도 전함이라는 게 존재했는데 현대에는 전함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왜냐하면 전함이 하는 역할(전투, 정찰 등등)을 구축함이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지스 구축함이 전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영국이 최초로 개발한 소나의 발달로 해군은 더욱 발전했는데 지금까지도 소나는 해군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다. 그중 능동 소나(Active Sonar)는 음원을 발신한 다음 되돌아오는 반향음을 분석해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다. 지상과 공중에서 쓰이는 것은 레이더이며 소나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둘 다 영국에서 최초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실전에서 써먹었던 게 일본이었고 이 때문에 2차 대전에 돌입하기 직전 일본의 해군력은 세계에서 탑 3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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