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는 무너졌고, 담론은 침투했다.
• 생각보다 어젯밤에 올린 글의 반응이 괜찮아서 후속 편 올립니다.(원래도 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올릴 예정이었지만..)
어젯밤에 그 글을 쓴 후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그러다 삽관 한 부분이 아파서 새벽 2시 10분쯤에 잠을 깼다.. 그렇게 10분을 뒤척인 뒤 다시 잠에 들었으나… 4시 조금 넘어서 간호사 분이 오셔서 맥박을 재본다고 하시느라 또 깼다… 그러고 다시 잠깐 뒤척이다가 잠에 들려고 하자 이번에도 5시 좀 넘어서 간호사 분이 오셔서 삽관 상태를 확인하고 아직도 뽀글뽀글거리는지 확인해 주고 가시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기침을 했을 때 뽀글뽀글 안 거리면 기흉이 다 나았다는 의미이기 때문 참 신기하다… 인체란…) 그리고 그렇게 확인을 마친 후 X-RAY를 찍으라는 안내를 받고 난 곧장 X-RAY를 찍으러 갔다.(너무 늦게 가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 가는 도중 내 삽관 상태를 확인하셨던 간호사 분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 순간 그 간호사 분이 말씀하시길 “좀 돌다가 가세요. 지금 너무 일찍 가면 나중에 전화 와요.“
그 말을 들은 난 겉으로는 ”예“ 였지만 속으로는 (?)였다. 그리고 그 간호사분 말씀을 무시하고 밑에 가서 기다리지 하는 심정으로 내려갔다. 간호사분 말씀대로 한 2-30분쯤 기다리자 그제야 X-RAY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일찍 온 덕에 두 번째로 촬영을 하고 난 후 빨리 거기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누가 보면 혼자서 스파이 영화 찍는 줄… ㅋㅋㅋㅋ) 그렇게 그 간호사 분의 말씀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 봤다. 무슨 의미지…? 그제야 아… 일찍 가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였구나라는 걸 깨닫고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자조 섞인 웃음으로 피식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원실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일단 돌아는 왔다. 그러니 글을 쓰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ㅋㅋㅋㅋ 근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바코드를 찍고 복도를 지나 입원실로 들어가야 하는데 바코드를 찍으니까 기계가 하는 말이 “등록되지 않은 바코드입니다.”였다. 당황한 나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앞의 데스크에서 근무하시는 간호사 분께 “선생님 이거 문이 안 열리는데 좀 열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근무하시던 간호사 분은 대답도 안 하고 세상 쿨하게 문을 열어주시더니 컴퓨터로 작업하는 걸 계속하셨다…. 내가 찍힌 걸까…? 나 그 정도로 진상 환자였나..?를 속으로 생각하며 입원실로 돌아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정말 웃기면서도 쪽팔리는 해프닝이었다…. ㅋㅋㅋ 이쯤 되면 독자들은 대충 눈치챌 것 같다. 맞다 본인은 MBTI가 INTJ다. ㅋㅋㅋ 그래서 겁나 소심하다 특히 조금만 상대가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그냥 쿨하게 반응하면 “내가 뭐 잘못했나…. 했다면 뭘 잘못했지…?”라고 속으로 수백 번은 시뮬레이션을 더 돌리는 사람이다 ㅋㅋㅋㅋㅋ)
이 재미없는 이야기는 이쯤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사실 메인 주제는 기흉이 아니었다. 뉴스였다. 근데 하다 보니 어째 메인이 기흉이 되어 버렸다 ㅋㅋㅋㅋㅋ 그렇다 주객전도다. ㅋㅋㅋㅋ 5/19부터 오늘 5/24까지 6일을 입원하며 할 게 없으니 뉴스를 자주 보게 된다. ㅋㅋㅋ
한 가지 느낀 점은 요즘 부쩍 들어 언론에서 중•러의 대안적 담론이나 아님 이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은근슬쩍 보도하는 현상이 잦다. 작가는 군말 없이 딱 두 가지 사례만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바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고 이
같은 행위가 나토 동진으로 인한 안보적 불안감으로부터 초래된 정당한 방어 조치라고 보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좀 더 시기를 특정 짓자면 2023년 6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트럼프 MAGA 세력으로 인해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제동을 걸고, 그 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는 등 다시 한번 전쟁의 중심추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사이에서 팽팽하게 맞춰지면 서다. 이후 부쩍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부정적 보도가 늘었고 마치 조금만 더 하면 러시아가 이길 듯 동부 전선이 붕괴할 듯 연일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동부전선은 여전히 버티는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 중이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병력과 포탄을 공급받아 공세를 이어가지만 대규모 시가전을 할 능력이 부족하니 소규모 마을이나 정착지만 점령하는데 집중한다. 즉 한정된 병력 자원으로 가시적 성과만 내는데 급급한 것이다. 특히 작년 말부터 포크로우스크 함락설이 보도되었는데 그 포크로우스크는 아직도 함락되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동북쪽의 쿠피안스크 방어선은 아직도 유지 중이다. 남쪽에서도 전황을 바꿀 만큼의 별다른 전투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은 앞서 업로드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글들을 보면 된다. 강요 아님.)
처음에는 국제 사회의 관심으로 우크라이나 도시 명칭을 러시아식에서 우크라이나식으로 고치고 특별군사작전이 아닌 전쟁이라고 불렀으나 시간이 흐른 뒤 전선이 교착에 빠지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도가 쌓이면서 관심이 급속도로 식자 어느 순간부터 러시아식 담론{나토 동진이 원인이었고 우리의 특별군사작전(전쟁이 아닌)은 정당한자위권 행사}이 확산되었다.(이에 대한 반박은 나중에라도 다룰 예정이니 오늘은 피상적으로만 다루고 가겠다.) 이러한 상황 자체에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 자체가 현재 심리전과 여론전에서 러시아가 얼마나 지능적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그들(러시아)의 담론을 대신 외쳐주는 것은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우리가 움직여주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항상 기사를 읽을 때 정신 바짝 차리고 걸러낼 건 걸러내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검증할 건 자체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최근 인도-파키스탄에서 있었던 대규모 무력 충돌에서 파키스탄의 중국 J-10C 전투기가 인도의 프랑스 라팔 전투기 3대를 격추한 직후 마치 중국 무기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하다 보면 변수가 많다. 그날 날씨, 공군 조종사의 실력, 전투기 내에 탑재되어 있는 레이더의 상태, 기체 점검 상태 등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스웨덴에 있는 비영리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선임 연구원 피터 웨즈만은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무기가 급격히 발전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본격 전투에 중국산 최신 무기가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방산과 러시아산 무기는 이제까지 훨씬 더 다양한 방식의 전투에서 성능을 발휘했다. 미국이 10여 년 전에 파키스탄과의 동맹관계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2014년 이후 파키스탄의 미국산 무기 도입이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산 부품이 포함된 무기의 공급마저 차단되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주요 무기 공급원은 오직 중국뿐이었다. 중국산 무기는 파키스탄의 군사력 보강과 첨단화에 명확하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중국산 무기가 인도의 서방·러시아산 무기와 실제로 과거에 전면전을 벌인 전례가 없기에 실제 중국산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특히 이번 교전에서 인도가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을 침범하지 않고 파키스탄을 공격했다는 점을 주목하면 인도는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파키스탄 공군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무력 충돌은 인도, 중국, 서방 무기 모두에 시험장이 된 동시에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구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 됐다. 향후 서방과 중국 모두각 무기의 성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다.“
중국 당국의 반응도 뜻뜻 미지근하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라고 거리를 뒀고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중국은 분쟁과 관련해 "양측이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립적 메시지만 반복했다. 이렇듯 막 자축하는 분위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애써 부정하지도 않는다. 중국 관영 매체 CCTV는 파키스탄에서의 실전 이후 자국 J-10C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5/21 날 황금시간대(가장 많은 시청자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다큐멘터리 'J-10의 전설' 1화를 방영해 자국산 전투기 'J-10'개발 과정(첫 조립부터 비행 성공까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CCTV는 파키스탄군이 사용하는 PL-15E 미사일 성능을 강조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해방군보 계열 SNS는 J-10C의 훈련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중국의 뜻뜻 미지근한 반응에는 지정학적 이유가 있다고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과 무기 수출을 통해 파키스탄과 협력을 강화해 온 한편 인도와는 1962년 중국-인도 전쟁과 2020년 국경에서의 유혈 충돌 이후 악화됐던 관계를 지난해 브릭스(BRICS) 정상 회담 이후 개선 중이라고 한다. 또한 트럼프가 당선되어 관세 전쟁으로 정신없는 지금 중국 입장에서도 적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다. 그렇기에 더욱이 이를 선전 기회로 활용하면서도 인도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에서의 반응은 달랐다. 중국 SNS에서는 "방위산업의 딥시크 순간"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였고 팔로워 1,600만 명을 보유한 애국주의 성향의 중국 인플루언서 하오형은 인도의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격추를 소재로 ‘투낙 투낙‘이라는 노래를 개사해 영상을 만들어 조롱했다. 그 영상에는 ‘막 구매한 전투기가 격추됐다', '90억 달러 다 날렸네', '이번에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네' 등의 가사가 있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명확하다. 중국이 알다가도 모르게 이번 격추 사례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이를 자국 내 여론전과 자긍심 고취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에서는 이렇다 할 검증 없이 그냥 속보가 나오는 대로 기사를 쓰다 보니 논리적 일관성이나 맥락이 없다. 우리가 언론 기사를 보며 언제나 이런 걸 유의해가며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중•러의 위와 같은 대안적 담론과 회색 전술(어중간한 애매모호한 태도 아닌 척하면서도 뒤에서 챙길 건 다 챙기는 전략을 일컬음.)에 넘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우리의 적(하이브리드형 권위주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내용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일본 원시어터 구상에 대한 논란 역시 이에 포함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글의 맥락상 이상할 수도 있겠다 싶어 이건 나중에 따로 깊이 있게 다룰 생각으로 제외시켰다
어쨌든 국제 사회가 한시라도 빨리 평온해지길 바라고 나의 폐 역시 하루빨리 낫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