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부상

본론

by 성주영

이번에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후 우크라이나 원조에 적극적인 국가들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게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MIG-29기를 대량으로 넘겨주고 한국으로부터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대량 구입했는데 폴란드는 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이는 폴란드의 역사 속에 답이 있다.


폴란드가 처음부터 약소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폴란드는 16-17세기 때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때 폴란드의 영토는 지금의 폴란드부터 시작해 북쪽으로는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남쪽으로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 동쪽으로는 벨라루스를 넘어 러시아 본토 일대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성기 때(17세기 말)는 정예 부대인 윙드 후사르 기병을 통해 오스만 제국의 2차 빈 공방전으로부터 오스트리아 왕국을 구원해 줬다. 이때 오스만 제국의 정예 부대인 예니체리가 소수의 윙드 후사르에 의해 격파당했다.(여담으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당시 국경에서 동쪽으로는 루스 차르국, 남쪽에서는 오스만 제국, 북쪽으로는 스웨덴 제국과 싸우던 시절이라 정신이 없었고 지속적인 전비 소모로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자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귀족 의회인 세임에서 30년 전쟁 참전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만약 30년 전쟁에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 윙드 후사르를 이끌고 직접 참전했다면 30년 전쟁의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8세기에 들어서자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내에서의 정치적 분열, 프로이센 왕국, 러시아 제국, 오스트리아 제국의 성장으로 인한 대외적 압박 때문에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결국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2세, 러시아 제국의 예카테리나 2세,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2세 등의 영토 분할을 시작으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여러 차례 영토를 뺏겼으며 그 결과 폴란드는 역사 속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바르샤바 왕국이라는 이름으로 폴란드가 잠깐 부활하기도 했으나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성립된 빈 체제로 인해 바르샤바 왕국은 러시아 제국 손에 떨어지게 된다. 이후 폴란드는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독일 제2제국과 소련 사이에서 체결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으로 인해 독립한다. 이때가 1918년이었다. 이후 21년 뒤인 1939년에 나치 독일이 폴란드 서부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소련이 독-소불가침조약을 명분으로 폴란드의 동쪽을 점령한다. 이때 카틴 숲의 학살이 소련군에 의해서 자행된다. 이 사건은 소련이 포로로 잡힌 폴란드 장교와 군인들을 카틴 숲에서 학살한 일이다. 이후 독-소 전쟁의 발발로 소련이 동유럽에 있는 나치를 궁지로 내몰면서 동유럽 일대를 점령하게 되는데 이때 폴란드 전역도 소련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이 시작되자 폴란드는 공산화되어 소련의 영향력(WTO=바르샤바 조약기구)에 편입된다. 폴란드인들은 소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수차례의 봉기와 시위를 일으키지만 소련군에 의해 번번이 진압된다. 하지만 1980년대 데탕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냉전이 완화되고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동유럽에 대한 불간섭 선언을 하자 폴란드 내부에서는 민주화의 바람이 분다. 그 결과 총선에서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연대가 승리하고 폴란드는 소련의 지배 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1997년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맺어진 나토-러시아 상호관계 및 협력, 안보에 관한 기본 협정의 결과로 1999년 폴란드는 나토에 가입하고, 2004년에는 EU에 가입함으로써 서구권 블록에 완전히 편입된다. 그리고 현재 폴란드는 동유럽의 명실상부한 맹주가 되었고, 국가 GDP 규모도 유럽 대륙에서 6번째로 큰 나라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폴란드는 지리적으로 한국과는 달리 산악 지대가 거의 없다. 평지가 90%로 적이 쳐들어올 경우 막아줄 수 있는 자연적 장애물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폴란드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육상 전력을 강화해야만 한다. 또한 폴란드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혈맹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러시아 본토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으며 러시아의 역외 영토라 할 수 있는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리고 칼리닌그라드에 주둔 중인 러시아 해군은 폴란드에게 위협이 된다. 아래는 폴란드의 지정학적 위치다.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와 친러 국가 벨라루스 사이에 있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 지대(빨간색 선으로 표시한 곳)가 바로 나토의 약점이라고도 불리는 수바우키 회랑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본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MIG-29기를 우크라이나에 대거 넘겨줬고, 육상 전력의 강화를 위해 값은 저렴하지만 성능이 좋은 한국산 무기(K-9, K-2)를 대량으로 수입한 것이었다. 폴란드의 지정학적 위치와 러시아로부터 시달려 온 역사, 지리적 특성 등을 감안해 본다면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왜 저렇게 적극적인지 알 수 있다.


물론 폴란드의 국내 정치적 문제 때문에 간혹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값싼 농수산물 때문에 폴란드 농민들이 손해를 보자 폴란드 정부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제한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한 때는 이게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외교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으나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양국 간의 관계가 개선되었고, 여전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원조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폴란드에게 또 다른 영향을 끼쳤다. 폴란드와 독일은 EU 내에서 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기 전에는 EU 내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영향력이 강했는데 영국이 브렉시트로 EU를 탈퇴하자 영국의 빈자리를 독일이 채웠고 이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이 EU 내에서 맹주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이 3국 모두 서유럽 국가다. 동유럽의 맹주인 폴란드는 이러한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영국이 탈퇴하고 프랑스와 독일이 경제적으로 예전만 못 하자 폴란드는 EU 내에서 본인들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로 방산 업계에서 잘 나가는 독일을 견제하고 싶었고, 그 파트너로서 선택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었다. 한국의 K-9과 K-2를 본인들이 직접 라이선스 생산을 하거나 여기에 적용된 기술을 국산화하여 자국의 방위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EU 내에서 독일 방산업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폴란드의 계획이 잘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EU 내에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서진으로 인해 동유럽 국가 중 하나인 벨라루스가 러시아로 넘어간 상황에서 서유럽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파제가 바로 동유럽(폴란드, 발트 3국,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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