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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tros May 30. 2021

헤라클레스에게는 패배했으나 현대 인류 최강의 적.

암(Cancer)의 어원은 게를 닮은 괴물의 껍질

일요일에 적절하지 않는 주제같지만... 오늘은 '암(cancer)'에 관련된 짤막한 글입니다.


은 현대 의학에서도 아직 완벽하게 정복하지 못한 위험한 질병 중 하나입니다.

사람이 암에 걸리게 되면, 비정상적인 세포(암세포)가 증식하여, 퍼져 나가고 정상 세포 및 기관들을 침범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정상세포들을 공격하는 암세포(출처-https://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53).

암의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 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잘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현대 의학의 격전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가 퍼져 나갈수록 장기의 기능이 망가지고, 암성 통증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로 환자가 많은 고통을 받게 되므로, 이를 치료하는 의사들 역시 많은 고뇌를 하게 되는 질병입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의학 기술 발전 및 의료 접근성 증가 덕분에, 조기 진단과 치료로 완치율과 생존률이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암의 진단과 치료(그림 출처-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21343).  


암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Cancer’인데, 별자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분들은 이 영어 단어가, 여름(6월 22일~7월 22일)의 대표적인 별자리인 ‘게자리’와 철자가 같다는 것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이 게자리의 전설은 앞서 나온 그리스의 대영웅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와 싸울 때, 히드라를 돕기 위해 헤라 여신이 보낸(남편의 불륜 상대 및 그 자손들에 대해 용서가 없는 헤라 여신 다운 행동이죠.) 거대한 게 형태의 괴물에 대한 것입니다. 

헤라클레스와 히드라의 싸움에 나타난 카르키노스(붉은 원 안). 야심차게 등장하였으나 결국 헤라클레스에게 밟혀죽게 됩니다(R.I.P).

카르키노스(Karkinos)라는 이 거대한 게 괴물은 등장에 비해서는 그 최후가 매우 허무합니다. 히드라와 싸우는 헤라클레스의 발목을 공격하려다가, 그 발뒤꿈치만 살짝 꼬집게 되고(--;), 결국 화가 난 헤라클레스에게 밟혀서 죽게 됩니다. 나름 대단한 명령을 받고 등장한 것 치고는 어이없을 정도로 허망한 최후라, 히드라와 헤라클레스가 싸우는 이야기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게가 히드라 이야기에서 나왔었어?’라고 의문을 품는 독자님들도 있을 겁니다. 


비록 별다른 활약 없이 사망하였지만, 나름 부하들의 복리후생에 힘쓰시는 헤라 여신 답게, 게는 죽어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됩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별자리가 된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으니까요. 

헤라클레스와 싸우다가 집게발 한쪽을 잃었기에 9개 개의 다리를 가진 게의 모습과 비슷한 형태로 별자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게자리. 물론 이 그림만 봐서는 게의 모습이 잘 안 떠오르지만... 대강 발을 하나 잃은 게의 형상을 상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왜 ‘게’를 의미하는 단어가 암에도 붙여지게 된 것일까요? 이는 기원전 400년 경에 살던 히포크라테스가 암에 걸린 장기를 보고, 혈관이 발달하여(각주 1) 울퉁불퉁해진 모습이 게의 등딱지와 닮았다고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그 딱딱한 장기의 모습을 보고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게 괴물인 카르키노스의 이름을 붙였으며, 후세에는 ‘cancer’라는 단어로서 그 흔적이 계속 남아있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게의 껍질. 현대에는 음식물 쓰레기인가 일반 쓰레기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존재이지만, 고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암에 걸려 딱딱해진 장기와 흡사해보였던 듯 합니다.

헤라클레스에게는 유효한 공격 한 번 제대로 날리지 못했으나, 인간들에게는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무서운 질병으로 수천년 동안 자신의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여름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카르키노스는 어떠한 기분이 들지 조금은 궁금해집니다.




* 각주

1. 암 혹은 종양(tumor)에 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혈관신생(angiogenesis)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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