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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tros Aug 20. 2021

21세기에 다시 깨어나는 고대 신화

이터널스 메인 예고편 리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즈4에 속하는 세 번째 영화가 11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월에도 잠시 리뷰한 바 있었던, [이터널스]입니다. 

https://brunch.co.kr/@ef4da8729340415/18


이번에 메인 예고편이 뜨면서 새롭게 나오는 내용들이 보여, 이전 리뷰글에 이어서 영화 속 캐릭터들에 대해 추가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kSkI61aGo


제 이전 글과 예고편을 보신 후에 이번 글을 읽어보시면 좀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새로운 예고편에서는 이터널스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에이잭스가 이카리스를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페이즈3의 마지막에 있었던 인피니티워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됩니다.


영화 [엔드게임]을 보면, 극한의 우주환경보호론자인 타노스의 손가락 튕김으로 사라졌던 인구가 어벤져스의 노력으로 5년만에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많은 인구가 다시 돌아오면서 발생한 '에너지'가 어떠한 현상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에도 무언가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7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언급됩니다.


7일은 성경에서 천지를 창조하는데 걸린 시간이기도 하죠. 

세계구급 멸망을 막기 위한 시간이 7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이 일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터널스가 그만큼 대단한 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트레일러에서는 그들의 기원, 지구에 당도한 시점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원작 코믹스에서는 위대한 우주적 존재가 인간의 DNA를 조작하여 만들어낸 생명체가 두 종류가 있는데,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이터널스'와 불안정성을 보이는 '데비안츠'가 있습니다. 그러나 MCU에서는 이터널스나 데비안츠 모두 인간과는 다른 외계 생명체로 설정된 것 같습니다(각주 1).


영화적 설정 변화와 관계 없이 이터널스는 인간에게 매우 우호적이고, 데비안츠는 적대적인 존재로 등장합니다. 예고편 영상을 보면 "데비안츠로부터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왔다"라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이터널스가 왜 인티니티워의 난리 통에 아무런 행동이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을 관객들을 위해, 등장인물 중 하나인 '데인 휘트먼(각주 2)'의 입을 빌려 질문이 등장합니다.


사실 인간들은 큰 시련이나 재앙과 맞딱드리게 되면 '신'을 찾고, 신에게 저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왜 우리를 이런 절망 속에 방치하고 구원해주지 않습니까?"라고 말이죠.

엔드게임에서 이터널스가 털끝만큼도 간섭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인간 대표인 데인의 질문에 대해 이터널스인 세르시는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데비안츠와 관련되지 않은 일에는 개입할 수 없었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란 바로 우주적 존재인 '셀레스티얼'이라는 것이 슬쩍 화면으로 언급되죠.


어쨌든 이번 영화는 이터널스가 주연인 만큼, 그들이 개입해도 되는 종류의 재앙-데비안츠와 관련된 무언가?-이 다가오고 있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수백-수천년 동안 흩어져 살던 이터널스 멤버들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커다란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멤버를 모아야하는 것은,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 전쟁 참가를 위한 '그리스 진영 군대' 모집이나, 황금양털을 찾기 위한 '아르고호 원정대' 모집에서도 등장하는 전통의 클리셰니까요.

트레일러 처음에 등장한 에이잭스와 이카리스가 멤버들을 찾는 것이 영화 초반의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카리스는 아주 오래간만에 동료들을 찾아내어 만나고, 상황을 설명하고, 전투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것 같습니다. 수백 혹은 수천년만에 만나서 같이 싸우자고 하는 것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뭔가 동창회나 퇴역군인 모임을 조직하듯이 한 명 한 명씩 함께 할 멤버를 늘려갑니다.

왼쪽부터 킨고, 스프라이트, 이카리스, 세르시. 테나를 만나서 어색한 인사를 날리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다들 나름대로 각자 잘 살아오다가 인간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위해 합류하게 되지만, 약간은 의뭉스런 행태를 보이는 멤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살짝 수상한 그 멤버는 염력과 텔레파시를 사용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는 '드루이그'인데, 원작 코믹스 설정도 약간 악당 쪽이라 걱정되긴 합니다.


텔레파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인류에게 실망했다거나, 아니면 원래 성격이 [토르]에 등장하는 '로키'처럼 권력욕이 있거나 속임수를 쓰기 좋아해서 인류에게 헌신하는 성향의 이터널스들과 안 맞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드루이그가 과연 MCU 세계관 속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이번 영화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루이그(우측)가 파스토스에게 핀잔을 듣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멤버들이 모인 후에는 각자의 능력을 이용하여 적들과 싸우는 화려한 전투씬이 난무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사실 각 이터널스마다 능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전투 장면은 필수적으로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카리스, 킨고, 테나의 전투 모습.

신화 속 인간의 이름을 지녔지만, 가장 '슈퍼히어로'스러운 능력(비행, 히트비전 등)을 보이는 이카리스, 손에서 에너지파를 쏠 수 있다는 설정의 킨고, 아테나 여신처럼 창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테나...

이 외에도 빠른 속도로 이동이 가능한 마카리와 모든 물질을 마음 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세르시(컨테이너 같은 것을 꽃잎으로 변화시키는 장면이 잠시 나오죠), 염동력을 쓸 것으로 기대되는 드루이그 역시 화려한 전투 장면 연출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가긴 하지만, 엄청난 주먹질(?)로 데비안츠를 공격하는 길가메시의 모습도 잠시 등장합니다.


에이잭스, 스프라이트(인간들에게 불꽃놀이 만들어주는 장면만 등장), 파스토스는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가하는 것인지, 전투에 돌입한다면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영화 스토리라인에서 중요할 것 같진 않지만, 예고편 속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 파스토스와 이카리스의 대화 장면입니다.

파스토스가 비브라늄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이케아 책상을 부숴버리는 이카리스.

발명가 및 기술자 역할을 담당하는 파스토스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 세상 속에 살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들을 긍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아끼고 돌봐온 인간들이 스스로 발전하여 만들어낸 물건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인간과 인간 문명을 인정하고 아끼는 모습에서, 이터널스가 왜 굳이 그들에 비하면 한없이 약하고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을 위해 싸울 각오를 다지는지를 설명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보자면, 이터널스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그리고 인격을 지닌 신적 존재가 현대 세계에서 히어로로 활동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다룬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분쟁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 이미 신앙의 대상으로서는 기능하지 않는 여러 고대 신화 속 존재들을

마블의 세계관 속으로 초대하여 되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죠.


처음 지구에 도착했을 때부터 인간을 사랑했고, 수천년이 지나도 인간을 지켜주고 싶어하며, 인간들이 만든 문화도 향유하며 인간들을 응원하는 신적 존재가 실제로 있다면 상당히 든든하지 않을까요?

그러한 상상을 즐겨보라는 의미로 '이터널스'라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1월에 있을, 신들의 부활을 기다려봅니다.






*** 각주

1. 이러한 이터널스의 기원은 수메르 및 아카드 신화 속에 나오는 '아눈나키(Anunnaki)'들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데인 휘트먼은 원작 코믹스에서 등장하는 어벤저스 멤버 중 하나인 '블랙 나이트(Black Knight)'이기도 합니다. 아더왕 전설에 등장하는 마법사인 멀린이 만든 '에보니 블레이드(Ebony blade - 엘더 스크롤 시리즈에도 아이템으로 나오는 검)'를 들고 싸우는 전사죠. 데인 휘트먼 역할을 맡은 배우가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 중 하나인 '유노낫띵 존 스노우' 역을 담당했던 배우라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MCU에서도 검을 들고 싸우는 캐릭터라니... 뭔가 재밌는 우연 같기도 하고 신기합니다.

데인 휘트먼과 세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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