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제 나름대로의 해석에 앞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영화 줄거리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코르토 말테제'라고 하는 가상의 국가(섬의 형태이며, 대충 쿠바가 모티브인 듯 합니다)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기존의 친미 성향이 아닌 반미 성향이 가득한 신군부가 집권하게 됩니다. 미국에 대해 반대하는 성향인 것도 골치 아픈데, 그 섬에는 '요툰하임'이라고 불리는 비밀 실험기지가 있고 그 안에는 무언가 미국에 위협이 될만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저 찜찜한 비밀 실험시설의 완전 파괴를 위해 특수 부대 진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미국 정부는 여러 명의 능력치가 뛰어난 범죄자들에게 감형을 댓가로 비밀 임무 수행을 맡기게 됩니다.
어쩌다보니 오프닝에서부터 섬의 해변에 상륙하자마자 총알 받이가 되어 몰살 당하는 1팀의 참상을 뒤로 하고, 무사히 상륙하여 요툰하임으로 향하는 2팀(정식 명칙은 태스크포스X 2팀...)이 영화의 주역으로 활약합니다.
믿음직한(...) 2팀의 모습. 왼쪽부터 폴카도트, 피스메이커, 블러드스포트, 랫캐쳐 입니다. 여기에 나오진 않았으나 상어(말그대로)인 나나우에도 있습니다.
이들은 1팀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팀 내의 유일한 공무원인 릭 플래그 대령과 합류하고 섬 내의 쿠데타 세력에 반대하는 또 다른 반군 세력의 도움을 받아 요툰하임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2팀은 우여곡절 끝에 요툰하임으로 잠입 하기 위한 열쇠라 할 수 있는 '싱커' 박사를 납치하고, 릭 플래그처럼 운 좋게 살아남은 할리퀸과도 만나게 됩니다. 할리퀸 같은 경우는 잠시 반미주의자로 추앙도 받고, 신군부 장군도 죽이고 다시 쿠데타군에게 잡혔다가 자력탈출하는 멋진 활약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요툰하임에 들어가기 위한 인간 열쇠인 '싱커' 박사. 뒤쪽에는 나나우에(좌). 자력으로 탈출하는 할리퀸. 그녀의 탈출 액션이 영화 내에서 가장 멋진 장면 중 하나입니다(우).
이렇게 모인 팀은 결국 요툰하임에 들어가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비밀인 '스타로'와 조우하게 되고, 요툰하임을 파괴한 후에 탈출을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타로의 기원에 얽힌 비밀과 스타로가 뿜어내는 분열체(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페이스허거'를 연상케 하는 기분 나쁨이 있는)로 인해 발생하는 재앙에 대해 알게 됩니다.
스타로의 모습. 이름 그대로 별모양의 거대 괴수(좌). 스타로에 대항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우).
사실 스타로가 코르토 말테제에서 무얼하든 방치하고 탈출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인간미 넘치는 악당들이었던 태스크포스X팀은 무모하게 스타로에게 덤벼듭니다.
마지막 싸움에 돌입하는 모습이 나름 통쾌하고 스타로를 무찌르는 방식이 재밌는데, 그 장면은 직접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제 나름대로의 해석을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적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테세우스 이야기(미노타우르스 전설)'와 매우 흡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무대가 모두 '섬'이라는 점부터 비슷합니다. 섬은 그 존재 자체로 고립을 상징하며, 퇴로를 찾기 힘든 곳이기에 위험한 임무에 돌입하는 주인공들의 비장미를 높여주게 됩니다.
두 이야기 모두 섬에 있는 미지의 위험 요소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테세우스는 자신의 조국 아테나를 괴롭게 만드는 존재를 없애기 위해, 태스크포스X 팀은 감형의 얻기 위해 '미지의 위험한 존재'가 있는 적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테세우스 이야기의 무대인 크레타 섬(좌). 코르토 말테제 섬(우).
테세우스 이야기에서는 활약하는 것은 테세우스 1인이지만, 크레타 섬에 들어가는 아테네의 젊은 남녀는 총 14명입니다. 신기하게도, 영화 속에서 잠입 임무에 투입되는 1, 2팀의 총 인원도 14명입니다(랫캐쳐의 반려쥐인 세바스찬은 제외).
테세우스 이야기에서 그를 도와주는 크레타 섬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있다면, 이 영화에서도 아리아드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테세우스에게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실타래'를 전해주는 아리아드네.
코르토 말테제 출신이기도 하고 릭 플래그를 구해주며, 태스크포스팀이 싱커 박사를 만나 요툰하임에 잠입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는 솔 소리아가 가장 전통적인 이미지의 아리아드네와 흡사할 것 같습니다. 태스크포스팀에서 가장 바르고 영웅적인 성격이어서 테세우스와가장 흡사한 느낌을 주는 릭 플래그 대령과 좋은 분위기를 보인 것도 은근 아리아드네 포지션의 느낌을 들게 하죠.
물론 스스로를 친구들(...)에게 인도하는 광기의 아리아드네인 할리퀸이나, 최종 전투에서 쥐들을 적에게 인도하는 랫캐쳐 역시 '인도자'라는 의미에서는 아리아드네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약간 뜬금 없지만, 나름 끝까지 열심히 도와주었으나 여러모로 잊혀진 '밀튼'씨도 낙소스 섬에 버려지는 아리아드네의 오마쥬일까 잠시 망상해보았습니다.
반군의 지도자이자 주요 조력자인 솔 소리아(좌). 나름 구조가 복잡해보이는 감금 장소에서 헤매지 않고 시원하게 탈출하는 할리퀸(중간). 영화 종반부에서 대활약하는 랫캐쳐(우).
요툰하임이라는 비밀 군사 기지는 크레타 섬에 존재했다는 미궁 '라비린토스'를 연상시킵니다. 구조가 미로는 아니지만, 한 번 들어가면 살아나오기 힘들며 영화 속에서 '요튠하임'을 탈출할 때의 고생을 보면, 그리스-로마 신화 속 최고의 인공 던전 중 하나인 라비린토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비린토스의 모습. 중심부에서 미노타우르스와 싸우는 테세우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러한 던전을 만들어낸 혹은 관리하는 존재로 '과학자'의 면모를 지닌 인물이 나오는 것도 공통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테세우스 이야기에서는 '다이달로스'가, 수어사이드 스쿼드2에서는 '싱커 박사'가 그 역할을 수행하죠.
테세우스 이야기와 이 영화 간의 가장 큰 공통점을 들자면, 바로 최종 보스 역할을 하는 '괴수'의 존재입니다. 저는 이 괴수의 존재를 보고 이 두 이야기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미노타우르스'와 '스타로'이죠. 두 존재 모두 섬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던전 속에 갇혀 있고, 그 안에서 수십년을 살았다는 설정도 비슷하고, 인간들을 제물 아닌 제물로 받는다는 점도 닮아 있습니다.
이로 삼을 인간 제물을 기다리는 미노타우르스(좌).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인간들에게 분열체를 붙여서 조종하는 스타로(우).
두 괴수 캐릭터의 이름도 매우 흡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별모양의 괴수인 스타로(Starro)는 이름부터가 별을 연상케하며 싱커 박사가 붙여준 별명은 '정복자 스타로'입니다. 그리고 미로에 갇힌 괴물인 미노타우르스도 본래 이름은 아스테리오스(Ἀστέριος, Astērios)이며, 그 뜻은 '별의 왕'입니다.
던전 속에 살고 있는 최후의 적의 이름에 모두 '별'이 들어간다는 것이 참으로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내 캐릭터들 간의 계층 구조도 그리스-로마 신화와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테세우스 이야기에서 신들의 개입은 그닥 많지 않지만, 신화 속 이야기 답게 '신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태스크포스팀을 지휘하는 아만다 밀러와 직원들이 신들과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올림포스에서 인간들을 내려다보는 신들(좌). 올림포스를 연상시키는 지휘실에서 팀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여러가지 명령을 내리는 아만다 밀러와 그 외 직원들(우).
그리고 스타로라고 하는 재앙이 코르토 말테제란 섬에서 자라난 이유가, 신기함에 취해 우주 생물을 가져온 미국의 욕심과 그것을 보관하는 대신 권력을 보장 받으려했던 섬의 독재자들의 욕구가 합쳐진 것이란 점도 테세우스 이야기 속 재앙인 미노타우르스의 탄생비화와 비슷합니다.
미노타우르스 역시 신에게 바칠 소를 탐낸 미노스 왕과, 그것에 기분이 상해 미노스 왕의 왕비가 소와 사랑에 빠지도록 저주를 내린 포세이돈 신에 의해 탄생한 괴물이니까요.
포세이돈의 저주로 소와 사랑에 빠져 미노타우르스를 낳게되는 '파시파에'(좌). 자유롭게 우주를 떠돌다가 포획 당해 지구에서 기나 긴 감금 생활을 겪게 되는 스타로(우).
끝으로, 스타로 최후의 대사인 "I was happy, floating, staring at the stars...(떠다니며 별을 바라보던 시절이 행복했다)"는, 미노타우르스가 저주 받지 않고 태어나 자유롭게 살았다면 누릴 수 있었던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도 싶었습니다.
순리대로 크레타 왕국의 왕자로 태어났고, 아버지가 소를 바친 덕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축복까지 받았다면 하늘의 별을 보며 광활한 바다를 항해하며 멋지게 살았을지도 모르니까요.
여기까지가 제가 신화적으로 해석해본 '수어사이드 스쿼드2'의 감상문입니다.
물론 제가 영화의 감독이나 각본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는 한, 이 영화가 테세우스 이야기에서 조금이라도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양의 고전 중의 고전인 그리스-로마 신화이기에 약간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사족>
***신화와 별개로, 캐릭터 이름에 해, 달, 별이 들어가서 조금 귀여웠습니다. 쿠데타군의 대장이었던 실비오 루나(달), 스타로(별), 그리고 반군의 수장인 솔 소리아(Sol = 태양)가 그 주인공입니다. 결국 달도 별도 지고 태양만 남았다는 것도 나름 재밌는 비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르토 말테제란 이름의 어원으로 보이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이름과 소설 제목이 같다고 하네요.
***리런치 작품이라 원제는 그냥 [The Suicide Squard]지만, 편의 상 2편으로 표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