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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tros Mar 23. 2022

레 미제라블 속에 등장하는 19세기의 임플란트 방법

팡틴이 진주 같은 앞니를 팔게 된 까닭은?

뮤지컬과 영화(2012년 작)로도 만들어지며 유명해진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의 소설가인 빅토르 위고가 남긴 걸작 중 하나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사진, 1876년.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빵을 훔쳐서 19년의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장발장’이라는 인물이 한 성직자(주교)의 이해와 도움으로 개과천선하고, 성직자에게 받은 은식기와 은촛대 덕분에 돈을 마련하여 사업가로 성공하는 이야기로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장발장의 개과천선 이야기는 첫 부분인 1부의 내용에 불과하며, 실제 이 소설은 5부까지 이어지며 19세기 프랑스의 가난하고 비참한 민중들의 삶의 모습들, 1832년 6월 봉기의 시작과 실패, 그리고 메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장발장의 죽음까지 다루게 됩니다.


뮤지컬, 그리고 뮤지컬을 토대로 만들어진 2012년 영화가 ‘소설 레 미제라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핵심만 뽑아 축약하여 빠르게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포스터. 장발장이 돌봐주게 되는 어린 코제트의 모습을 중심으로 프랑스혁명을 상징하는 세 가지 색이 들어가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이라는 제목대로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매우 가난하고 그로 인해 매우 고통받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장발장부터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가 감옥에 가게 되었으니까요. 굶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기아로 인해 도둑질까지 하게 되는 모습이 신기할 수 있지만 19세기 프랑스의 하층민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없었다고 합니다.


이 불우한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인물이 있으니 바로 1부의 주인공격 인물인 ‘팡틴(Fantine)’입니다. 영화에서는 ‘앤 해서웨이’라는 배우가 그 역할을 맡았는데, 소설 속의 설정 역시 매우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소설 속의 표현으로는 ‘햇살처럼 밝고 아름다운 금발, 진주처럼 고운 치아, 그리고 크고 푸른 눈’을 지닌 미인이죠(머리카락과 눈의 색을 제외하면 앤 해서웨이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미지라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도 영화판에서 팡틴 역할을 맡았던 앤 해서웨이(포스터 이미지).


하지만 고아 출신인 팡틴에게 아름다운 외모는 결국 독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18살의 어린 나이에 30살의 변호사 준비생의 꼬임에 넘어가 사귀다가 임신까지 했으나, 그녀를 재미로 만나던 남자에게 버려지고 결국 홀로 ‘코제트’라는 딸을 출산하게 됩니다.


미혼모가 된 그녀는 자신의 딸을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맡기고 장발장이 운영하던 공장에 취직하여 열심히 딸을 키울 돈을 벌어봅니다. 이대로 평탄하게 돈을 벌고 딸을 다시 데려올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름다운 팡틴의 정조를 의삼한 빅튀르니앵 부인(장발장은 자신의 공장 직원의 정직성과 정조를 중요시 여겼습니다. 본인이 도둑 출신인 걸 생각하면 좀 아이러니 합니다만)에 의해 미혼모라는 사실이 밝혀져 공장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 속 한 장면. 공장장인 장발장(가운데)에게 해고 선언을 듣게 되는 팡틴(왼쪽 분홍 드레스의 여인).


일자리를 잃고 오갈데가 없게 되었으나 딸을 키울 돈을 벌어야 했기에(사악한 테나르디에 부부가 코제트를 학대하는 주제에 양육비를 부풀려서 요구하기도 했죠), 팡틴은 그녀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모두 팔아야만 했습니다.


처음엔 햇살처럼 빛나는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팔고, 그것으로 모자라 진주같이 고운 앞니를 뽑아 팔고, 결국엔 몸까지 팔게 되죠. 팡틴이 점점 더 밑바닥으로 추락해가는 모습은 소설, 뮤지컬, 그리고 영화 모두에서 가장 비통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머리카락과 치아를 팔고, 결국 매춘부로 전락하게 된 팡틴의 모습.



그러나 팡틴의 비참한 모습과 별개로, 이 대목에서 우리의 시각으로는 ‘왜 앞니를 뽑아서 팔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영화나 뮤지컬에서는 어금니로 설정 변경). 차라리 금니가 있다면야 그걸 팔 수도 있겠지만, 앞니라는 것은 딱히 돈이 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팡틴이 앞니를 팔아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는, 19세기 유럽에서는 ‘다른 사람의 치아’를 이용하여 현대의 임플란트와 같은 시술을 시도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치아는 10대 중반에 유치가 영구치로 모두 바뀐 후에는 한 번 손상되면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치아 및 치주 질환에 의한 통증은 환자에게 큰 고통을 줄 뿐 더러, 치주염 같은 경우는 만성화될 경우엔 그 염증이 잇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사망위험도 자체를 높이고, 특히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그리고 암에 의한 사망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각주 1).


또한, 최근에는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COVID-19 감염 시에 중환자실에 가거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게 되는 등의 중증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었습니다(각주 2).



20세기 이후에는 치아 관리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 충치나 치주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문제가 생긴 부분은 치과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며, 손상된 치아를 제거해야 할 경우에는 임플란트 시술을 통해 그 부분을 보충하는 방법까지 생겨난 상태입니다.

현대에 사용되는 치아 임플란트. 출처-위키피디아.


그러나 19세기까지는 현대와 같은 치아 관리나 복원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규칙적으로 양치질을 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다는 개념도 거의 없었고, 치아가 아플 경우 이발사나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이를 뽑아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그럴듯한 치아 관리법으로는 현대에도 종종 사용되는 방법인 소금물로 가글하기 정도가 있었습니다.

대장간에서 '발치'를 시행하는 모습.


그래도 소실된 치아를 어떻게는 보완해보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있어왔기에, 기원 전 2500년경 이집트에서도 흔들리는 치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으로 만든 와이어로 고정했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었고, 페니키아 사람들은 상아로, 마야 문명에서는 조개 껍질 등으로 빠진 치아를 대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각주 3).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된 치아 치료의 흔적.


위의 사진 속 모습은 '브릿지' 치료라고 볼 수 있으나, 중앙의 두 개의 치아는 환자의 것이 아닌 기증자(donor)의 것이란 점에서 고대에 시행된 임플란트 치료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사진 출처: https://www.ancient-origins.net/news-history-archaeology/archaeologists-discover-2300-year-old-dental-implant-iron-age-burial).


그리고 16~19세기의 유럽에서는 소외계층의 치아를 사거나, 시체의 것을 발치하여 동종이식(allograft)의 형식으로 빠진 이를 대체하기도 하였습니다(각주 4).


팡틴이 그녀의 고운 앞니를 팔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같은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물론 타인의 치아를 사용한 임플란트 방법은 감염과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제대로 그 기능이 유지되지 않았기에,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위의 그림과 같이 인공적인 잇몸 뿌리를 만들어 이식하는 방식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결국 현재의 임플란트 방법이 정립되기에 이르렀습니다(각주 5, 6).





레 미제라블 속 팡틴의 발치는 그녀 및 그 시대 프랑스 하층민들의 비참함을 극대화시키는 장치이자, 한 편으로는 다시 얻을 수 없는 ‘치아’를 내어준다는 것에서 딸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 냉정하게 보자면 의학 발전의 미진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종의 장기 매매 상황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장기를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대를 초월한 안타까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주>


1.     M Romandini, G Baima, G Antonoglou, et al. Periodontitis, Edentulism, and Risk of Mortality: A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es. J Dent Res. 2021 Jan;100(1):37-49. doi: 10.1177/0022034520952401.


2.     Nadya Marouf, Wenji Cai, Khalid N Said, et al. Association between periodontitis and severity of COVID-19 infection: A case-control study. J Clin Periodontol. 2021 Apr;48(4):483-491. doi: 10.1111/jcpe.13435.


3.     Ring Malvin E, editor. 2nd ed. Abradale Press; 1985. Dentistry: an illustrated history.


4.     Celeste M Abraham. A Brief Historical Perspective on Dental Implants, Their Surface Coatings and Treatments, Open Dent J. 2014; 8: 50–55.


5.     Greenfield EJ. Implantation of artificial crown and bridge abutments. 1913. Int J Oral Implantol. 1991; 7(2):63-8.


6.     Linkow LI, Dorfman JD. Implantology in dentistry. A brief historical perspective. N Y State Dent J. 1991 Jun-Jul; 57(6):31-5.N Y State Dent J. 1991 Jun-Jul; 57(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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