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사랑

by 구자행

희생이란 말에는 때가 끼어 있다


등 떠밀려서 희생당했다면

누군가에게 소모품으로 쓰였다

쇳물로 녹아버린 노동자

탱크 속에서 불 타 죽은 군인


스스로 희생한다면

상대에게 짐을 갖다 안기는 공격이다

내가 이만큼 희생해서 주었는데

너는 나에게 뭘 줄 건데?

이건 대놓고 하는

날카로운 공격이다


춘향이가 정절을 지킨 것도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다는

어머니의 희생마저도

사랑의 탈을 쓴 공격이다


사랑은

옆에서 가만히 바라봐 주는 것

자기 삶을 제대로 살아 내는 것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송곳(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