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 고2 황수현
2교시, 수학 시간이다.
18번 문제를 읽는다.
경우의 수를 구하는 문제다.
다시 읽는다.
눈앞에 검은 문자들이
춤을 춘다.
앞에서 누가 한숨을 쉬고
옆에선 자고 있다.
나는 컴싸를 들고
답안지 위에 조용히
이름을 다시 쓴다.
쓸 수 있는 건 그뿐이니깐.
(25. 4. 8)
* 모의고사 치는 날 수학 시간, 18번 문제를 콕 집어서 펼쳐냈다. 시간이 거기서 멈춰 섰고, 문제도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고, 수현이 마음도 거기 머물렀다. 뭉퉁한 사인펜으로 제 이름자를 덮어쓰는 마음이 어떨까 싶다. 나라 잃은 시절, 별이 내려앉은 언덕에 제 이름자를 쓰고는 흙으로 덮는 윤동주 시인이 떠오른다. 수현이가 느끼는 헛헛한 마음이 짠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