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음절 한자+하다]로 된 말을 걷어내자

by 구자행

일제 종살이(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여든 해가 되었지요. 아직도 종살이 찌꺼기를 씻어내지 못하는 까닭이 저는 말에 있다고 봅니다.


감사하다, 분명하다, 정확하다, 확실하다, 명확하다, 계속하다, 제거하다, 약속하다, 수용하다, 급락하다, 도약하다, 추월하다, 취득하다, 감탄하다, 보수하다, 감축하다, 수긍하다, 유지하다, 유일하다, 유치하다, 유포하다, 유행하다, 적발하다, 취합하다, 좌우하다, 출몰하다, 의거하다, 경쟁하다, 습득하다, 분간하다, 구분하다, 분류하다, 포함하다, 이용하다, 자제하다, 주의하다


이런 말이 5천 낱이 넘어요. 섬뜩하지 않아요. 이건 말이라기보다 기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하다’가 붙은 2음절 한자말은 깡그리 일본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 말을 믿지 않아요. 지금 바로 <파파고>에 대고 어느 거나 하나 골라 찍어 보세요. ‘계속’은 일본이나 우리나 똑같은 한자를 씁니다. 같은 한자를 쓰면서 일본은 ‘케에조쿠’라 읽고, 우리는 ‘계속’이라 읽지요. ‘제거’는 일본은 ‘조쿄’라 읽고 우리는 ‘제거’라 읽어요. '이용', '자제', '주의' 모두 똑같아요. 참으로 남부끄럽고 낯뜨거운 일입니다.


繼續 - 케에조쿠 - 계속

除去 - 조쿄 – 제거

利用 - 리요오 - 이용

自制 - 지세에 - 자제

注意 - 추우이 - 주의


이 일본말을 걷어내지 않고 어떻게 종살이 찌꺼기를 씻어낼 수 있겠습니까? 아직도 곳곳에서 왜얼이(토착왜구)들이 날뛰는 까닭도 이 왜말을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계속하다’를 버리면 이렇게 숱한 우리말이 살아납니다.


* 다음 호에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 이어서, 달아서)

* 하던 이야기 계속하세요.

(⇨ 마저하세요)

* 코감기에 걸려 코가 계속해서 막힌다.

(⇨ 자주, 자꾸)

* “아, 이 맛이야!” 하면서 계속해서 먹게 된다. (→ 자꾸)

* 아버지가 계속해서 눈물을 보이신 것은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 이따금, 가끔)

* 민원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 잇달아)

*오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다.

(⇨ 줄줄이)

* 수정이가 계속해서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버틴다.

(⇨ 끝까지)

* 그동안 이렇게 같은 학원을 계속해서 다닌 적이 없었다.

(⇨ 꾸준히, 줄기차게)

* 선생님이 하는 대로 계속해서 따라 해 보세요.

(⇨ 똑같이)

* 눈이 많이 오는 곳은 해마다 계속해서 눈꽃 축제를 연다.

(⇨ 어김없이)

* 일요일 낮 예배는 계속해서 참석했다.

(⇨ 빠짐없이)

* 이대로 앉아 계속해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 가만히)

* 길가에 핀 민들레를 계속해서 내려다보았다.

(⇨ 가만히)

* 계속해서 들어보니까 이런 말이었어요.

(⇨ 잠자코, 가만히)

*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앉아 있었다.

(⇨ 오래)

* 일제 잔재가 계속해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 그대로)

*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고, 말하는 사람만 계속해서 말했다.

(⇨ 줄곧, 내내, 쭉, 끝없이)

* 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안 받으니 계속해서 마신 거죠.

(⇨ 끊임없이, 늘, 언제나)


‘제거하다’를 버리면 또 이렇게 숱하게 많은 배달말을 살릴 수 있어요.


* 화장실 냄새를 제거했다.

(⇨ 없앴다)

* 감자 껍질을 제거했다.

(⇨ 벗겼다)

* 묵은 기름때를 제거했다.

(⇨ 뺐다)

* 메실 씨앗을 제거했다.

(⇨ 빼냈다)

* 가로수 나뭇가지를 제거했다.

(⇨ 잘랐다)

* 말벌집을 제거했다.

(⇨ 뗐다)

* 대장에 물혹을 제거했다.

(⇨ 떼냈다)

* 해수욕장에 해파리를 제거했다.

(⇨ 걷어냈다)

* 코털을 제거했다.

(⇨ 깎았다)

* 옷에 먼지를 제거했다.

(⇨ 털었다)

* 운동장에 잡초를 제거했다.

(⇨ 뽑았다)

* 양파 껍질을 제거했다.

(⇨ 깠다)

* 화장실에 낙서를 제거했다.

(⇨ 지웠다)

* 유리창에 얼룩을 제거했다.

(⇨ 닦았다)

* 토마토 곁순을 제거했다.

(⇨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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