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다듬기 : ‘-적’

by 구자행

‘-적’은 일본 사람들이 쓰는 것을 우리가 따라서 쓴다. 지금은 신문 기사고 논문이고 책이고 ‘-적’을 안 넣으면 글을 못 쓸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사람이 쓰는 말이라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적’이 들어간 말은 말뜻이 또렷하지 않기에 버려야 한다. ‘필사적으로 막았다’ 하면 그 장면이 곧바로 또렷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안간힘을 다해~’ 하거나, ‘죽을힘을 다해~’ 하면 곧바로 말뜻이 드러난다. 뒷가지(접미사) ‘-적’이 붙은 말은 말뜻이 어름어름하거나 두루뭉술하기에 그렇다. 아무리 널리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말을 더럽힌다면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는 ‘-적’을 우리 말로 다듬을 때, 앞말은 그대로 두고 ‘-적’만 갈아 끼우려 머리를 쥐어짰다. ‘-적’ 앞에 오는 말은 깡그리 한자말이다. 앞말을 건드리지 않고 ‘-적’만 바꾸려 하다가 애를 먹었다. 그럴 것 없이 송두리째 한자말을 버리고 배달말로 다듬으니 손쉽다.


* 쓰러진 사람을 극적으로 살려냈다.

가까스로, 아슬아슬하게

*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겼다.

넘볼 수 없는

* 정보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람이다.

넘볼 수 없는, 빼어난, 뛰어난

*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걷잡을 수 없이

*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좋게, 좋은 쪽으로

*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나쁘게, 삐딱하게, 삐딱한 눈으로

*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돌이킬 수 없는, 막다른

* 학생들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글을 썼다.

제법, 꽤

*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편파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치우친 눈으로

* 어머니는 나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안간힘을 다해, 죽을힘을 다해

* 필수적인 요건이다.

빼놓을 수 없는, 꼭 갖추어야 할

* 공개적으로 말했다.

드러내놓고

* 정기적으로 나오는 잡지이다.

때맞추어

* 개인적인 생각에는 어려울 것 같다.

내 생각에는

*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상의 자유는 사람이 숨 쉬는 공기와 같다.

넓은 눈으로, 큰틀에서 보면

*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한발 물러서서, 치우침 없이

* 주관적인 생각을 말해 볼까요.

제 생각을

* 정부는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 손에 잡히는

* 무엇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발 벗고 나서려는, 해 보려는, 뛰어들려는

*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한꺼번에 쏟아져

* 세계적인 나비 박사가 될 것이다.

세계가 알아주는

* 인상적인 대목을 찾아보자.

마음에 와닿는

*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느낌을 잘 살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꼼꼼하게 풀어, 알아듣기 쉽게

* 자연적으로 없어졌다.

저절로

* 상투적 표현이다.

흔한, 흔히 하는

* 상습적으로 손찌검을 해 왔다.

버릇처럼

* 결론적으로 말하면,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라, 똑 부러지게, 간추려서

* 감동적인 장면을 자아낸다.

가슴 뭉클한

* 같은 말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잇달아, 이어서, 달아서

*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흔히 보는, 자주 겪는

* 노골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대놓고, 드러내놓고, 보란 듯이

*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스스로

*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좋다

* 더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보자.

나은, 좋은

* 가급적이면 일을 빨리 끝내 주면 좋겠다.

되도록, 될 수 있는 대로

* 학교는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길들이는 곳이 아니다.

틀에 박은 듯이

* 호두까기인형이 왕자로 탈바꿈해 클라라와 함께 사탕나라로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꿈 같은

*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법에 따른, 법으로 매김해 놓은

* 창조적인 사람을 길러낸다.

새롭게 빚어낼 줄 아는, 새롭게 일구어낼 줄 아는

* 향토적 정서를 환기한다.

시골 냄새(느낌)를 불러일으킨다.


같은 말이라도 문맥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자주 쓰는 ‘직접적’과 ‘간접적’을 놓고 보자. ‘직접적’이란 말은 ‘몸소’ ‘대놓고’ ‘곧바른’ 같을 말로 갈음할 수 있고, ‘간접적’이란 말은 ‘돌려’ ‘에둘러’ ‘보이지 않는’ ‘에둘러친’ 같은 말로 갈음할 수 있다. 뒷가지 ‘-적’에 맞먹는 우리 배달말은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풀 수 없는 매듭은 아니다.


*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렵다.

몸소

* 직접적으로 말했다.

대놓고

*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곧바른

* 간접적으로 말했다.

돌려, 에둘러

* 간접적 손해를 입었다.

보이지 않는

* 간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에두른, 에둘러진


이렇듯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면, 지식인들이 버릇처럼 쓰는 ‘-적’을 깡그리 걷어낼 수도 있지 싶다. 쉽게 다듬을 수 없는 말도 더러 있다. ‘논리적 사고력’이나 ‘추상적 사고력’ 같은 말은 갈음할 말이 쉽게 안 떠오른다. 그렇지만 안 쓰기로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다. ‘논리적 사고력’은 ‘가닥을 세워 엮어내는 힘’이고, ‘추상적 사고력’은 ‘갈피 지어 묶어내는 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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