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다듬기: ‘~애 대한’

by 구자행

■ ‘~애 대한’


‘~에 대한’으로 엮어가는 말(글)은 뜻이 또렷하지 못하고 가물가물하다. 싸잡아 뭉뚱그려서 뜻을 담았기에 그렇다. 논문 제목이 ‘백석 시에 대한 연구’라 하면 참 어렴풋하다. 백석 시를 어떤 눈으로 살폈는지, 어떤 면을 살폈는지, 무엇을 중심으로 살폈는지, 논문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그 얼개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논문 제목이나 글 제목은 전체를 싸잡아야 하니 그렇게 쓸 수 있겠다. 하지만 글을 써 내려갈 때, ‘~에 대한’을 써서 뜻을 담으면 건네려는 속살을 촘촘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글이 공중에 붕 뜬 듯하다.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이랄까.

‘~에 대한’에 걸맞은 말이 이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가 없다. 앞뒤 문맥을 잘 살펴서 고쳐야 하고, 한 구절을 갈아 끼우는 것보다 문장 전체를 다시 써 내려가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하나씩 차례로 살펴보자.


* 아무도 그 일에 대해 모르고 살아왔다

⇨ 아무도 그 일을 모르고 살아왔다.


*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글을 쓴다.

물음에 답을 찾고 싶어 글을 쓴다.


* 그 사람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다.

⇨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 청소년 권리에 대한 교육을 어른들에게 해야 합니다.

⇨ 청소년 권리가 무엇인지 어른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 우리 교육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

⇨ 우리 교육을 더욱 깊이 생각해 보았다.


* 어린 소년들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느꼈을 것입니다.

⇨ 어린 소년들을 보고 믿음과 희망을 느꼈을 것입니다.


* 방정환의 어린이 교육에 대한 생각을 100년이 지난 오늘~

⇨ 방정환이 어린이 교육에 쏟았던 생각을 100년이 지난 오늘~


*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급식 지원을~

⇨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하는 급식 지원을~


* 국제 협약에 대한 책이나 교재를 보면~

⇨ 국제 협약을 다룬 책이나 교재를 보면~


* 사람과 교육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 사람과 교육을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 삶에 대한 버거움 때문이다.

삶이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깊지 않다.

글쓰기를 생각하는 마음이 뿌리 깊지 못하다.


* 일본 경제에 대한 정보도 알려 주어 나름 좋은 공부가 된다.

⇨ 일본 경제 흐름도 알 수 있어 나름 좋은 공부가 된다.


* 마을 교육에 대한 이해 없이 교육청 사업으로만~

⇨ 마을 교육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교육청 사업으로만~


우리 말에서 앞에 낱말과 뒤에 낱말을 이어주는 이음 고리가 토씨(조사)이다. 그러니까 우리 말은 토씨만으로 낱말을 엮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이 너끈하다. ‘~에 의한’ ‘~을 통한’ ‘~에 대한’ ‘~로 인한’ ‘~를 위한’ 같은 말은 본디 우리 낱말을 잇는 이음말이 아니었다. 외국책을 우리 말로 뒤치면서 생긴 번역투다. 우리 옛이야기를 보면 이런 말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논문이나 보고서 같은 데 쓰는 낱말과 말투는 따로 있다고 말하는 지식인들이 더러 있지 싶다. 김수업 선생님이 쓰신 ≪말꽃 타령≫을 읽어 보면, 그게 얼마나 얼빠진 생각인지 잘 꼬집어 놓았다. 번역투이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쉬운 말’ ‘또렷한 말’ ‘아름다운 말’ 그 어느 잣대로 가늠해 보아도 모자라기에 쓰지 말고 버려야 될 말이다.


말은 뜻이 또렷하지 못하면 제구실을 다할 수 없다. 바로 거기에 딱 들어맞는 말을 찾아서 또렷하게 뜻을 담아 쓸 때라야 비로소 제구실한다. 말 씀씀이가 무뎌졌다는 말은 그만큼 우리 사는 일이 느슨하고 무뎌졌다는 뜻이다. 사람의 정신세계나 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더없이 깊고 넓고 촘촘한데, 뜻이 어름어름한 말이나 흐릿한 말로써 어찌 담아 펼쳐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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