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담임으로 오나 기다렸나요?”
아침에, 1학년 3반 우리 교실로 들어서면서 아이들에게 던진 첫마디다.
“네에.”
모두 힘차게 대꾸해 준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담임이라 미안해요. 나는 이제 정년이 다 되어 올해 지나고 내년 8월이면 학교를 떠나요.”
그렇게 나이가 많으냐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학교 공부에 시달리고, 학원에 시달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까지 우리나라에서 학생으로 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 교실에 오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로 웃을 수 있는 그런 교실이 되도록 힘써 볼게요.”
첫날부터 아이들한테 나누어 줄 것도 있고, 되받아야 할 서류도 여러 가지다.
하나씩 나누어 주고 나서 입을 열었다.
“올해 우리 반을 꾸려나갈 열쇠말은 ‘불친절’입니다.”
불친절이란 도발에 무슨 말씀이냐고 나를 쳐다본다.
“어릴 때 내 힘으로 너끈히 할 수 있는 일을 엄마가 가로채서 해 줄 때 화가 나지 않던가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이 가로채거나, 떠먹여 주면 기분이 나쁘지요. 내 삶에 끼어들었으니까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과잉 보호와 과잉 친절로 치닫고 있어요. 어제도 부산시에서 나에게 문자가 왔어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빙판길 조심하라고. 내가 얼어붙은 길바닥에 미끄러져 다칠까, 걱정해 주어서 조금도 고맙지 않았어요.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할 줄 아니까. 무더기로 문자 그만 보냈으면 싶었어요. 이제 여러분 나이면 제 삶을 스스로 알아서 꾸려 나가야 합니다. 떠먹여 주는 나이는 한참 지났지요. 하다가 잘 모르겠으면 손들고 도와달라고 해요. 그럼 내가 달려갈게요.”
앞줄에 앉은 인아와 뒤쪽에 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내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입학식 할 시간이라 아이들을 강당으로 먼저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