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Kherson)에서 러시아의 철군이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2022년 11월 10일
러시아는 헤르손 시에서 자국 군대를 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푸틴이 펼친 전쟁의 또 다른 좌절로 보인다. 드네프르(Dnieper) 강의 흑해 항구인 헤르손은 러시아가 점령한 유일한 주요 도시이며, 러시아가 지난 9월에 합병한 4개 지역 중 하나인 헤르손주(州)의 행정 수도이다. 헤르손 철군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중부 전역에 걸쳐 전쟁 상황은 점차 정체되고 있지만 그 절박함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계절 변화로 인한 날씨 악화로 양측 모두 전쟁을 빠르게 펼치기 어렵게 되었다. 전선 전역에서 지상군들은 전쟁뿐만 아니라 추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도 고군분투할 것이다.
혹한이 전쟁의 성격을 바꾸기 전, 마지막 주요 대결이 헤르손 지역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 몇 주 동안 계속됐었다.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 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Sergei Surovikin) 장군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수하고 드네프르 강을 넘어 남쪽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기습적이었다. 러시아가 또 다른 주요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헤르손을 진지로 삼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와중이었다. 수로비킨 장군은 철수 이유로 병참 문제를 언급하며 러시아 군대의 준비 부족을 보기 드물게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자연스럽게 수비로킨의 발표는 이 상황을 매우 의심스럽게 만든다.
이 시점에서 철군은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이제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수세에 처해 전쟁을 치러야 하며, 앞으로의 전투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시가전은 재앙 수준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러시아군에게 헤르손은 이의 탈환을 위해 공격해 들어오는 우크라이나군을 시가전에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시가전을 방어하는 러시아군에게도 끔찍한 비용을 치르게 만들 것이며,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시가전에 따르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
철수가 기만일 수 있다는 징후 역시 존재한다. 러시아는 적을 속이기 위해 정치와 군사 행동을 혼합하는 마스키로브카(Maskirovka)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체첸에서 맞닥트린 시가전을 통해 처참한 교훈을 얻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과거에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맛보게 하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이미 러시아의 계략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진실이 무엇이든, 러시아의 이번 철군 결정은 모스크바에 다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와그너(Wagner) 용병 그룹의 영향력 있는 수장인 이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을 포함한 일단의 사람들은 러시아의 이번 철군을 실용적으로 볼 용의가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대 지하드(Great Jihad)"를 요구한 체첸 지도자 카디로프(Kadyrov)와 같은 사람들은 이번 후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양분된 여론은 헤르손이 가진 물적, 상징적 가치 모두를 드러내준다. 이번 전쟁으로 점령된 가장 큰 인구 밀집 지역인 헤르손 시는 산업과 농업의 중심지이자 흑해와 인접한 드네프르(Dnieper)에 접근할 수 있는 항구 도시이다.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재탈환할 수 있다면, 이는 결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크리미아의 지근거리로 불러들이는 꼴이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또 다른 굴욕을 감당할 수 없다. 헤르손을 잃으면 전쟁으로 합병한 자포리지아(Zaporizhzhia) 지역에 대한 장악력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시가전은 이미 파괴된 러시아 지상군을 더욱 고갈시킬 것이다. 최근 북쪽으로 진격한 러시아 정예부대의 참담한 상황 때문에라도, 이번 철군은 러시아군 지도부가 남은 노련한 병사들을 지키려 취한 조치일 수도 있다.
그 대신 앞으로 몇 달 동안 러시아군은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과 같은 방식으로 전쟁을 벌이면서, 결정적인 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피하려 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지지국들이 경제적 압박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다시 자국민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러시아는 겨울 동안 나토 원조가 감소할 것이라는 데 추가로 베팅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기획자들은 공세를 멈추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또한 젤린스키(Volodymyr Zelensky)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전황으로 인해 서방의 군사 지원이 고갈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2014년 합병된 크리미아를 포함한 모든 점령 지역을 되찾겠다고 변함없이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헤르손의 성공은 또 다른 종류의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다른 주요 동맹국들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지만, 이 약속이 러시아가 이번 전쟁 이전에 합병한 크리미아의 탈환까지 확대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기서 더 나가 크리미아의 탈환이 실제로 가능해진다면,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관측 또한 제기된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은 우크라이나 지원국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진 선택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 전망은 조금 복잡하다. 미국 국민의 상당수가 너무 많은 것들이 해외로 보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공화당의 태도를 감안하면, 미국 중간선거가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 또한 존재한다. 러시아 지도부 역시 미국의 중간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협상을 통한 해결을 분명히 선호하는 민주당원들을 막아내야만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물론 미국 대통령도 실수를 저지르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원 철회가 가져온 비참한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같은 행정부가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헤르손 남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크라이나는 무기 및 물자 지원에 아마도 조금 더 의존할 수 있을 것이다. (끝)
번역: 손 산 (사회학박사)
사회정책연구소 무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