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동반자-우울증
이렇게 빨리 약빨이 떨어졌나...
아니면 살이 쪄서 그런 걸까...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반이 되었는데, 다시 우울증이 도지는 것 같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심하진 않은데...
그냥 회사에 있는 게 답답하다.
도대체 회사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다른 곳으로 이직하면 정말 달라질지 잘 생각해 보면...
똑같을 것 같다.
결국 내가 똑같으면 어딜 가도 똑같이 힘들 것 같다.
머리로는 이게 너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서 조금만 짜증 나거나 내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그게 그렇게 견딜 수가 없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나서도 온통 회사 생각에 너무 힘들었는데, 적어도 지금은 아직까지는 회사를 벗어나면 괜찮다.
그래서 쉴 때는 괜찮다가도 회사에 있으면 다시 답답해지는 증상이 반복이 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짜증이 나고 답답할까.
일이 너무 편해서 그럴까?
계속 비슷한 일만 10년 넘게 해와서 너무 익숙한가?
일이 편한 건 좋은 건데?
잠이 부족한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거고...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른 것도 내가 어쩔 수 없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회사에서 무슨 말을 하고 나면 그걸 그렇게 후회를 한다는 거다.
'괜히 말했다, 그 사람이 그 말로 상처받았으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그래서 날 더 싫어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무작정 말을 내뱉어놓고 그렇게 후회하고 자책하는 건 또 뭔지.
그렇게 속 시원히 말했으면,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내는 원래 이렇다! 뭐 어쩔 거야!' 하고 넘기면 좋으련만...
말을 해도 스트레스고, 안 하고 참으면 답답하고...
답이 없다.
이놈의 성격...
[사과냐 배냐] 선택을 못한다.
화기애애한 사무실 분위기를 원하면 나부터 친근하게 말 걸고 다가가면 될 텐데...
그건 또 싫고...
그렇다고 누가 날 작정하고 괴롭히는가 하면, 회사에서는 아무도 나를 건드릴 사람이 없다.
너무 팩트에 기반한 말만 하니 반박도 못하고 쭈그리가 되기 십상이라, 오히려 피하고 꺼렸으면 꺼렸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세상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인데 왜 이렇게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지 미치겠다.
왜 이럴까... 하아...
그렇다고 정말 이 일을 그만두자니 용기가 없다.
이 일만큼 안정적인 직장도 없을뿐더러,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이만한 대우와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다시 맨땅에 헤딩부터 해야 하는데 잘할 수 없을 것 같아 겁이 난다.
그런 걸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당장 매달 들어가는 돈이 많은데 그걸 해결할 방법이 없다.
애가 대학에 가면 좀 나아질까?
모르겠다.
약 먹기 전보다는 잠도 잘 자고 술도 안 먹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는 건 확실한데, 초반보다는 조금 루즈해졌다.
이렇게 약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점점 떨어지다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까 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