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한 식욕을 이기는 걸 찾았다.
살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삶이다.
먹는 것은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그것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게 없다.
세상엔 너무도 맛있는 게 많다.
내게 먹는 기쁨을 앗아간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리.
그런 내게 다이어트란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러다가 최근 드디어 나의 강한 식욕을 이기는 걸 발견했다.
바로 게임이었다.
나는 게임에 재능이 없었다.
도무지 이기질 못해서 재미를 찾지 못했다.
아들이 하자고 졸라 어쩔 수 없이 '카탄' 보드게임을 했다.
당연히 내가 계속 졌다.
아들과 남편은 왜 거기에 집을 짓냐, 왜 그렇게 두냐며 나를 비웃고 무시했다.
처음에야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갔지만 점점 내 속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차올랐다.
그래서 카탄 어플을 깔고 결제를 했다.
그렇게 게임을 시작했다.
내가 연습을 해, 너희를 반드시 이기리라.
AI와 게임을 하는데, 역시 계속 지기만 했다.
도대체 왜 지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AI가 하는 걸 유심히 보며 따라했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점점 간발의 차로 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점 나아지는 내가 느껴졌다.
정말 다음판에는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판만 더. 딱 한판만 더.
정말 한판만 더 하면 내가 이길 것 같다.
그렇게 잠도 안자고 게임을 했다.
정신차려보면 서너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밥 먹을 시간이고, 잠 잘 시간이고 개념이 없었다.
'퀸스 갬빗'에서 나오는 천장에 체스판이 떠오른 장면 처럼, 자려고 누우면 카탄판이 천장에 떠올랐다.
어디에 집을 지어야할지 고민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더니 정말 내 실력이 나아졌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시나리오 영역을 넓혀갔다.
내가 게임할 영역은 아직도 무궁무진했다.
현실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렇게 어렵던 식욕억제가 저절로 된다.
게임폐인이 따로 없다.
이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회사 업무도 최소한만 한다.
그 덕에 회사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
이것도 좋은 건지 나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