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볼 게 너무 많다.
남편과 재혼하기 전.
엄마와 나, 그리고 초등학생 딸.
이렇게 셋이 살 무렵.
내집마련을 할 결심을 했다.
어디에 집을 사야 할까?
따져볼 것이 너무 많다.
우선 넓은 호남평야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부산은 너무 험한 곳이었다.
나도 초등학교를 꽤 멀리 걸어 다녔고 중학교는 분명 버스를 타고 다녔건만, 부산의 그 산악지대에 있는 학교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
정말 가파르다. 후들후들.
1. 어쨌든 최우선 순위 웬만하면 평지여야 했다.
그렇게 따지니 부산에서 대다수가 제외된다.
남는 곳이 별로 없다;;;
2. 그다음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병원이 많아야 했다.
엄마가 아직 젊은 편이시긴 했지만 서서히 병원에 자주 가시기 시작했다.
종류별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병원 많은 게 중요했다.
또한 내가 일할 때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도 하므로 중요 포인트.
3.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학원이 많아야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학원차로도 충분했다.
그러다 몇 번 학원차를 놓치기도 하고, 학원을 더 다닐 필요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도 더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방과후수업 말고 다른 걸 배우고 싶어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는 솔직히 너무 빨리 끝난다.
오후 1시부터 저녁까지 너무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학원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 좋았다.
4. 내 직장과의 거리.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심지 직장을 다니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가장인데 너무 멀면 힘드니까 고려를 안 할 수는 없었다.
가까우면 좋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것만 생각하기에는 마지막 고려대상이 남았다.
5. 자차가 없는 혈육들의 방문 고려.
이걸 고려한다는 솔직히 좀 나도 웃기긴 한데...
결혼을 안 한 오빠와 남동생이 있었다.
서울 사는 남동생도 꽤 자주 내려오는 편이었고, 같은 부산에 사는 오빠도 주말마다 엄마를 보려고 집에 오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대중교통으로 집에 오기 편하게 나름 배려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5번 때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산을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직장이 진해 쪽이라 김해와 창원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결국 부산 내에 머물게 되었다.
내 출퇴근을 좀 감수했다. 하하하.
이러저러 고민 끝에 선택한 집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내 생각과 집 값은 다르다는 것도 많이 배웠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른 것 같았다.
특히 평지의 개념!ㅎㅎㅎ
내 기준 말고 다른 사람들, 내 집을 사줄 사람들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나 보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남자친구 때문인지 어쩐지 자꾸만 새 아파트로 가고 싶어 한다.
나는 그 새 아파트보다 지금 이 위치가 딱 좋은데 말이다.
걸어서 나가면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이 다~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