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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Oct 14. 2024

도대체 내가 왜 상가를 샀을까?

그런데 나만 산 건 아니구나...

3년 전. 2021년 초.

눈이 돌았는지 꿈에 부풀어 상가를 샀다.

그것도 분양상가. 구분상가. 지하에 전용면적 11평짜리.

뭐더라? 원수한테도 권하면 안된다는 부동산이 지주택(지역주택조합으로 추진하여 개발되는 아파트)이라던데, 그 다음가는 부동산이 바로 분양상가라고 하더라.

사실 그 때도 다들 말렸다.

사지 말라고.

나도 알았다.

사면 안되는 거.

근데 사고 싶었다.

정말 사고 싶었다.

그 청사진을 보고 안 살 수 없었다.

정말 내 사주상 이제 대운이 들어온 줄 알았다. 하아...


기다리는 3년 동안 확신은 점점 불안으로 바뀌었다.

경기가 점점 안좋아졌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소식이 들려왔다.

코로나 해제 후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듯 싶었으나, 사람들이 몰리는 곳만 몰리고 온라인 쇼핑도 한 곳으로 쏠리고 있다.

드디어 잔금일자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근에 수많은 상가들이 공실이다.

당연히 우리 건물 상가들도 공실이다.

계약할 때 나를 꼬시던 청사진은 물건너간지 오래다.

마트며 키즈카페며 서점이며 그 딴건 들어올 기미도 안보인다.

소문만 무성하다.


근데 공실이 문제가 아니다.

잔금을 치를 돈이 없다.

대출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때문에 대출이 안 나온다.

또 인근에 공실이 많아서, 상가 감정평가액도 형편없이 낮게 책정됐다.


그러다보니 계약할 때, 잔금은 대출해서 치르면 된다는 말만 믿고 계약한 사람들은 지금 난리가 났다.

계약 해지도 안되고, 마이너스로 매매도 안되고...

꼼짝없이 신용불량자 되게 생겼다.

상가 한 번 잘못 샀다가 이게 무슨 꼴이람...


그나마 나는 돈 없다고 지하에 조그마한 거 사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나마 직장 다니고 신용이라도 좋아서 다행이랄까...

다행이 은행에서 만족스러운 한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대출 승인이 났다.


대출 자서를 하러 갔더니 은행 직원이 사는 곳은 부산인데 어떻게 이리 먼 곳에 상가를 샀느냐고 묻는다.

나는 우울하게 망했다고 대답했다.

어쩌다보니 그랬다고...

공실 투성이라고 너무 비싸다고...

지금 사람들 상가 하자랑 공실이랑 대출 안나와서 난리라고 하소연을 했다.

오마이뉴스, 위평량 https://omn.kr/28qef

그랬더니 은행 직원이 안쓰러웠는지 자기 가족 얘기도 해줬다.

자기 가족도 아파트 상가 하나 샀는데, 3년째 공실이라 이자만 내고 있다고.

너무 내 얘기같아서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에 로또방 당첨이 되어서 이번에 그거 하려고 준비중이라고 한단다.

그 얘기에 겨우 안심이 되었다.


3년간 얼마나 가슴 졸였을지 내가 다 아프다.

그래도 로또방이 되었으니 다행이다.

진짜 버티면 희망은 있겠지 싶어서 좀 낫다.

나만 이런 바보같은 투자를 하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조금 위로도 된다.


정말 팔자라는 게 있는건지...

돈을 좀 벌었다 싶으면 이렇게 나간다.

주변에 문제될 만한 사람이 없다 싶으니까.

이젠 내가 문제였다;;;

내가 사고를 쳤다;;;

제발 얼른 공실이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지하에 다이소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대한민국에 최대 단일평수로 900여평짜리 다이소가 들어온다는데...

그것만 믿고 있다.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40617500321#_mobwcvr

*참고 : 로또판매점은 신청자격이 있어 아무나 못하는데 경쟁률도 3~501이라서 당첨되기 쉽지 않다.

근데 또 연평균수입이 2천2백만원으로 많지 않다는 걸 보니 로또방 운영도 쉽지 않은가 보다.

https://dhlottery.co.kr/common.do?method=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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