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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Oct 21. 2024

삼대모녀의 내집마련 조건

따져볼 게 너무 많다.

남편과 재혼하기 전.

엄마와 나, 그리고 초등학생 딸.

이렇게 셋이 살 무렵.

내집마련을 할 결심을 했다.

어디에 집을 사야 할까?

따져볼 것이 너무 많다.

우선 넓은 호남평야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부산은 너무 험한 곳이었다.

나도 초등학교를 꽤 멀리 걸어 다녔고 중학교는 분명 버스를 타고 다녔건만, 부산의 산악지대에 있는 학교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

정말 가파르다. 후들후들.

중학교도 이런데 많음.


1. 어쨌든 최우선 순위 웬만하면 평지여야 했다.

그렇게 따지니 부산에서 대다수가 제외된다.

남는 곳이 별로 없다;;;


2. 그다음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병원이 많아야 했다.

엄마가 아직 젊은 편이시긴 했지만 서서히 병원에 자주 가시기 시작했다.

종류별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병원 많은 게 중요했다.

또한 내가 일할 때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도 하므로 중요 포인트.


3.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학원이 많아야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학원차로도 충분했다.

그러다 몇 번 학원차를 놓치기도 하고, 학원을 더 다닐 필요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도 더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방과후수업 말고 다른 걸 배우고 싶어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는 솔직히 너무 빨리 끝난다.

오후 1시부터 저녁까지 너무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학원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 좋았다.


4. 내 직장과의 거리.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심지 직장을 다니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가장인데 너무 멀면 힘드니까 고려를 안 할 수는 없었다.

가까우면 좋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것만 생각하기에는 마지막 고려대상이 남았다.


5. 자차가 없는 혈육들의 방문 고려.

이걸 고려한다는 솔직히 좀 나도 웃기긴 한데...

결혼을 안 한 오빠와 남동생이 있었다.

서울 사는 남동생도 꽤 자주 내려오는 편이었고, 같은 부산에 사는 오빠도 주말마다 엄마를 보려고 집에 오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대중교통으로 집에 오기 편하게 나름 배려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5번 때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산을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직장이 진해 쪽이라 김해와 창원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결국 부산 내에 머물게 되었다.

내 출퇴근을 좀 감수했다. 하하하.


이러저러 고민 끝에 선택한 집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내 생각과 집 값은 다르다는 것도 많이 배웠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른 것 같았다.

특히 평지의 개념!ㅎㅎㅎ

내 기준 말고 다른 사람들, 내 집을 사줄 사람들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나 보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남자친구 때문인지 어쩐지 자꾸만 새 아파트로 가고 싶어 한다.

나는 그 새 아파트보다 지금 이 위치가 딱 좋은데 말이다.

걸어서 나가면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이 다~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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