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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Nov 11. 2024

답이 없는 삶

주저리주저리

너무 위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것 같아서

괜찮다고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고 시간을 낭비해도 된다고

꼭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면서 마음을 놓았다.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욕심만 많아서 불안하고 불행했던 상태였다.


SNS는 하지 않지만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 보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생기는 격차에

스스로 불행을 만드는 스타일이랄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주로 비교하는 포인트는 나보다 잘 살고 이쁘고 그런게 아니고...

'저런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지금 뭘하고 있지?'이다.

여기서 [저런 사람 = 나보다 잘사는 사람or못사는 사람or그냥 모든 사람] 이다.


즉,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사람들을 보며 괴롭힌다.

원래는 동기부여를 받으려고 그런 걸 봤었다.

지금은 습관적으로 보는건데 오히려 괴로움이 되어버렸다.

외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에 있는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충분히 잘 살고 있는데 참 만족이 안된다.

그게 너무 괴롭고 혼란스럽다.

머리로는 이만하면 됐다 싶은데,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불안감도 가시질 않는다.

욕심일까. 습관일까.


현실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 잘 살고 있고 이제는 그냥 만족하고 대충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내가 주로 보는 것들은 그렇지 않으니 답답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 노후에 대한 불안, 그런 것들에 대한 대비.

그럼 매체를 바꾸면 될 텐데 다른 걸 보면 재미가 없어 결국 보던 걸 다시 보게 된다.


양쪽에서 갈피를 못 잡고 몇 년째 방황만 하고 있다.

근데 도대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미치겠다.

그나마 최근에 아주 조금 안정되어가고 있기는 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이래서 있나보다.


원래 인생이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이고 살라는데, 아니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냐고요.

그 말이 결국 그냥 그렇게 살다 보면 어찌어찌 시간이 흐르더라.

이 말인가?

여태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참 답이 없다.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다.

최근 참여한 도서관 수업에서 어떤 분이 제출한 독서감상문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나이가 들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삶에 여유라는 것이 생기고, 그 여유라는 것이 고통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여유가 고통으로 다가오는 삶...

이상하게 마음에 다가왔다.

아직 40인데 한창 바쁠 때인데 그게 이해가 되는지 모르겠다.

하는 일이 워낙 똑같아 권태로워서 그런가보다.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공무원이라서 그런가보다며 부럽다고 했다.

자기는 지금 한창 미치겠다고.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는 친구들보다 일찍 아이를 낳았고, 다행히 아이들이 잘 커주었고, 중학생이지만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육아와 살림을 도와줄 사람들도 많다.

복도 많지.

누군가에게는 치열할 나이인데 나는 이러고 있구나.

복 받아서 이러고 있네.

근데 공실 상가 처리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남과 비교하는 것도 끊고.

나 자신에 충실하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이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 알고 있네.

그런데 그게 제일 어렵다.

그걸 하려고 평생 노력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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