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독서에세이
올해 참석한 도서관 수업 과제였다.
이제 겨우 40살을 살아냈으면서 자꾸만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앞만 보고 살아도 부족할텐데 말이다.
2007년도. 한창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 나왔다고 떠들썩 했을 시기에 나온 소설이다.
우주 비행사가 되었다는 고모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미국 비자를 받으러 추운 겨울 대사관에서 긴 줄을 섰던 기억을 꺼내게 만든, 그래서 내 속을 뒤집어 놓은 이야기였다.
나는 주인공 은미가 싫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나랑 다르지만 이해 가능한 면이 있다. 심지어 임신한 순이 고모를 물고문한 할아버지도 이해할 수 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랑스러운 딸이 미혼모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딸을 임신시킨 그놈을 당장 붙잡아다가 책임지게 만들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은미는 싫다. 소설 초반부터 자살 방법을 늘어놓는데 그 이유라는 게 고상한 기자 시험을 겨우 5번 떨어졌다는 것이다. 집안사람들은 눈치 보기 바쁘다. 쓴소리를 늘어놓는 할아버지가 있지만, 그만하라고 식구들이 나서서 말린다. 손녀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마음을 알까? 할아버지라고 꿈이 없었을까. 속상하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미국에 다녀온 손녀가 털어놓는 고모 이야기를 믿는 것만 봐도, 찬이에게 과학을 배우는 것만 봐도 할아버지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꿈만 가지고 살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어릴 때부터 깨달아, 모두가 편안히 먹고 살 수 있도록 책임져야만 하는 가장의 마음을 철없는 그녀는 모른다.
은미는 찬이에게도 민이에게도 부족한 온전한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다. 그것도 자취할 필요도 없이 따뜻한 엄마 밥을 먹으면서 그 집값 비싼 서울에서 산다. 그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는 것도 짜증이 난다. 가장 값진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이 가장 불행한 것처럼 살고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정말 이기적이다. 그래서 민이가 자신은 태어났을 때부터 떨어졌다고 왜 이렇게 요란이냐고 일침을 놓았을 때는 속이 시원했다.
은미가 싫은 점은 훨씬 더 많다.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그녀였기 때문이다. 20대 취업에 실패하고 어떻게 자살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추진하던 내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마흔살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철이 없었다. 그렇게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고 현실을 철저히 파악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 내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 그녀를 보고 있기 힘들다.
소설은 은미의 미래를 열어놓았지만 나는 낙관하기 힘들다. 고모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살다가 끝났듯이 그녀도 그렇지 않을까. “인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책 속 메시지를 믿고 상상해보자면 꽤 좋은 일들이 펼쳐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대로 운영해오던 이대갈비가 대박이 나던가 살던 서울 집이 재개발되어 부자가 되던가, 아니면 이대갈비 손님들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다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은미가 꿈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 나도 그럴 수 있게.